월남쌈(Vietnamese Spring Roll)을 처음 만들어 먹어보다.

미국에서도 베트남 음식 인기가 많습니다. 저도 플로리다 살 때 근처 쇼핑몰 안에 있는 베트남 식당에서 종종 먹곤 했었어요. 그런데 쌀국수나 다른 베트남 음식은 먹지 않았고, 이 베트남 식당에서 파는 테리야키나 중식 고기요리 비슷한 요리가 아주 맛있어서 그걸 먹었었지만요. 그 베트남 식당 음식 맛이 좋아서 플로리다 살 때는 베트남 요리에 대해 아주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애틀로 이사한 후 베트남 음식과는 친하지 않게 됐어요. 시애틀 지역이 오히려 동양계 인구가 많은 곳인데도 말이죠.


거의 13년 전 쯤 시애틀에 살고 있을 때 한국 친구들이 베트남 쌀국수가 아주 맛있다고 맛있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었습니다. 그래서 한인 마켓에 장보러 갔다가 한인 마켓 바로 옆에 붙어있는 베트남 식당에 남편이랑 함께 큰 맘먹고 쌀국수를 먹으러 갔었죠. 그런데 그 집이 음식을 잘 못하는지 쌀국수가 정말 맛이 없더군요. 거기에 제가 좋아하지 않는 실란트로(고수)까지 듬뿍 넣어줘서 더 힘들었구요. 그 이후로는 쌀국수나 월남쌈(베트남 쌈) 등 베트남 음식을 먹은 적이 없어요. 음식 잘 못하는 식당에서 첫 쌀국수의 경험을 완전히 버려놔서 그런지 다시 시도하기가 주저되었거든요. 참, 그 음식 잘 못하던 베트남 식당은 1년도 못 채우고 문을 닫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역시 음식 맛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한국도 보니까 베트남 음식이 아주 인기가 많아서 쌀국수 뿐 아니라 월남쌈이 대중화 된 것 같이 보이더군요. 한국 블로그 여기저기서 월남쌈 월남쌈 하니까 또 해먹고 싶어졌어요. 미국에서는 월남쌈을 보통 Vietnamese spring roll라고 부르는데 중국 춘권인 Chinese spring roll과 혼동이 되니까 일부에서는 Vietnamese summer roll이라고도 불러요. 어쨌든 만들기도 쉬워 보이고 다들 맛도 좋다고 하니까 더 만들어 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래서 몇 달 전에 한인 마켓에 갔을 때 라이스페이퍼를 사왔어요. 그런데 라이스페이퍼를 사놓고는 월남쌈은 만들지 않고 사온 것 조차 거의 까먹고 있었습니다.



요즘 피닉스 날이 아주 덥고 하니까 시원한 음식이 먹고 싶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월남쌈으로 생각이 연결되더군요. 저번에 사왔던 라이스페이퍼를 팬트리에서 찾아와 난생처음 월남쌈을 만들어 봤습니다. 처음 만들어 보는 것이였는데 만드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재밌기도 했구요. 쌈 안 재료는 집에 있는 것을 찾아 간단하게 넣었습니다. 새우, 당근, 상추, 양파 이렇게 들어갔어요.



몇개 만든 후 월남쌈을 드디어 처음으로 먹어 봤습니다. 딴딴딴... 라이스페이퍼의 맛과 질감이 독특하더군요. 약간 쫄깃한 듯한 느낌, 그리고 뭐라 설명이 되지 않는 독특한 향의 뒷맛이 남아요. 처음에는 이게 좀 어려웠어요. 라이스페이퍼의 이 독특한 뒷맛 때문에 도대체 월남쌈이 뭐가 맛있다는 건가 의심스럽기도 했구요. 타 블로그들에서 말하는 대로 아주 맛있다 이런 느낌은 아니였습니다. 그런데 한개 두개 집어 먹다 보니까 또 계속 먹게 돼요. 다섯개 이상 먹으면 라이스페이퍼 때문에 뭔가 불편함이 올라오긴 하는데 그래도 자꾸 먹고 싶게 하는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라이스페이퍼의 어떤 것이 저를 불편하게 하는 지 모르겠어요. 원료명을 보면 쌀가루, 물(정제수), 소금(정제소금) 이게 다 거든요. 어느 하나 제가 알러지가 있는 게 아닌데 왜 그런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다른 블로그를 봤는데 저처럼 라이스페이퍼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어 보이더군요. 그래서 한국에서 파는 라이스페이퍼랑 뭐가 다른가 확인해 봤지만 차이는 없었어요. 한국 Costco에서 파는 라이스페이퍼는 제가 산 것 처럼 쌀가루, 정제수, 정제소금 이렇게 들어갔어요. 한국에서 많이 팔리는 듯한 다른 브랜드들은 쌀가루가 적게 들어간 대신 타피오카 전분이 많게는 79%, 적게는 18% 정도 들어갔구요. 타피오카 전분이 들어가면 더 쫄깃한 느낌이 있고 고소한 감이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쌀가루만 들어간 라이스페이퍼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월남쌈에 대한 울집 식구들의 반응은 그다지 뜨겁지 않았습니다. 밍밍한 반응이였어요. 남편은 그나마 좀 많이 먹어서 5개, 아이들은 호기심에 2~3개씩 먹더니 더이상 먹지 않아요. 제가 제일 많이 먹어서 7개 정도 먹은 것 같구요. 땅콩소스랑 피쉬소스 이것도 만들어 볼까 했는데 식구들의 적극적인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습니다. 특히 땅콩소스를 만든다고 하니까 다들 반응이 영~~~ 그래서 월남쌈만 먹었어요. 새우에 이미 약간의 간이 있고 또 상추에도 살짝 간을 했더니 소스 없이도 월남쌈 전체적인 간이 딱 맞긴 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죠? 월남쌈의 라이스페이퍼가 뭔가 약간 저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있긴 한데, 또 한편으로는 신기하게도 자꾸 먹고 싶게 하고 그러네요. 월남쌈에 재미가 들어서 내일은 더 많은 재료를 채워서 또 만들어 보려구요. 울집에서는 아마도 저 혼자만 월남쌈을 먹을 확률이 크지만요.더운 피닉스 여름에 시원하게 잘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월남쌈도 꽤 괜찮은 듯 합니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