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옥수수

여름은 역시 옥수수의 계절입니다. 동네 마트의 옥수수 가격이 황당스럽게 좋길래 16개 집어서 왔습니다. $1.00(약 1,100원)에 8개 주더라구요. 수량제한이 16개로 딱 $2.00치만 살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너무나 좋은 가격이지요. 옥수수 가격은 보통 $1.00에 2~3개정도 해요. 좀 가격이 좋다 싶으면 $1.00에 4~5개도 하구요. 그러니까 $1.00에 8개면... 거의 미친 가격이지요.

사자, 사자, 막 사자. 그런데 딱 16개 제한이라네~ ^^


집에 돌아 오자마자 옥수수 16개 정리에 들어갑니다. 저를 아끼는(^^) 남푠님이 직접 껍질을 다 벗겨준다고 나서네요. 장갑을 끼고 다 껍질을 벗겨주고 저는 옆에서 보조하고 그렇게 옥수수를 정리합니다. 그런데 옥수수는 먹는 부분은 정말 배보다 배꼽이 커요. 옥수수 한개 먹으려면 겹겹이 쌓여있는 껍데기를 다 벗겨야 하고, 옥수수는 알만 먹는 거니까 먹고 나면 안쪽 단단한 심부분은 쓰레기통 행... 버려지는 게 참 많지요. 그래도 재미로 먹는 간식이 옥수수니까 불만은 전혀 없습니다.




옥수수 껍데기를 다 벗겨 통에다 넣어 놓고 껍데기만 모아서 봉지에 넣으니 5봉지 나왔습니다.




 여기서 잠깐 


옥수수의 원산지는 멕시코의 테우아칸 계곡(Tehuacan Valley)으로 믿어지고 있습니다. 올멕(Olmec)과 마야(Maya)인들이 중부 아메리카에서 여러 종자의 옥수수를 재배했구요. 옥수수는 기원전 2,500년 초기에 남북 아메리카 대륙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멕시코의 바로 윗 나라인 미국에서도 아주아주 까마득한 예전부터 원주민들이 옥수수를 재배해왔구요.




전에 제가 미국 아일랜드계가 즐기는 음식인 corned beef를 소개하면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미국 등 일부 영어권에서는 옥수수를 corn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영국과 아일랜드 유럽 영어권에서의 corn은 그냥 곡물을 의미합니다. 옥수수를 의미하는 corn도 원래는 Indian corn이였는데 줄여서 간단하게 corn이라 부르게 된 거예요.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maize가 옥수수에 대한 더 적합한 단어이긴 한데 미국에서 옥수수는 maize보다 거의 corn으로 표현합니다.


참고 포스팅

2014/03/18 - [생활 속에서/즐거운 먹거리] - Corned Beef - 아일랜드계 미국인이 즐기는 성 패트릭의 날 음식



이제 미국 옥수수의 자태를 보여 드릴께요. 미국 옥수수도 한국 옥수수와 모양은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삶으면 한국 옥수수보다 당분이 더 강하고 부드러운 것 같아요. 찰옥수수나 알록달록한 옥수수는 미국 마트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었어요. 마트에서 파는 건 대부분 노란 옥수수 아니면 하얀 옥수수, 또는 저희가 이번에 산 것처럼 노란 & 하얀 색이 함께 섞인 것입니다. 알록달록 옥수수는 농부들이 직접 소비자들에게 파는 Farmers' Market 같은 곳에서는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미국 가정에서 옥수수를 해먹을 때는 대부분 그릴하거나 삶아서 먹습니다. 현재의 피닉스는 너무나 덥기에 그릴이나 바베큐를 하다간 제가 남푠을 잡을 수도 있어요. 설사 제가 정신이 완전히 나가서 부탁한다 해도 남푠이 "No!"할 게 뻔하구요. 그래서 간편하게 그냥 삶아 먹었습니다. 미국에서 옥수수를 삶을 때는 많이들 버터나 마가린을 물에 함께 넣고 삶아요. 그럼 버터(또는 마가린)의 고소한 기름기 + 짠맛과 옥수수의 단맛이 어울려 맛있지요. 8개 정도 삶을 때 113g(4oz)짜리 버터(마가린) 반 덩어리 정도 넣으면 딱 좋은 것 같아요. 113g 한 덩어리가 1/2컵이니까 이 덩어리의 반이면 옥수수 8개에 1/4컵 버터(마가린)을 넣는 것이죠.


113g짜리 버터 한 덩이 = 1/2컵 (사진출처: Google Images)



저희는 삶기도 먹기도 편하게 옥수수는 반으로 잘라서 넣습니다. 그런데 제가 팔목이 가녀린(^^) 관계로 남푠님에게 반으로 잘라 달라고 하죠. 이건 진짜 남푠님을 일시키려고 약한 척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제 팔힘으로 옥수수를 반으로 가르기 힘들어요. 오늘은 남푠님 안 시키고 제가 혼자 반으로 잘라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끙끙거리는게 불쌍해 보였는지 남표님 왈,

이리 줘봐. 내가 잘라 줄께.




16개 중 8개 반은 냄비에 넣어주고 뚜껑을 덮은 채 삶습니다. 1탄이 삶아지고 있는 동안 나머지 8개는 통에 앉아 2탄이 될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다 삶은 옥수수 1탄 8개. 통에서 기다리던 8개도 반으로 잘라 2탄으로 삶아지기 위해 아직 물이 뜨거운 냄비에 입수시켜 주었습니다. 갓 삶은 뜨거운 옥수수 1탄은 쟁반에 얹어 놓고 식으라고 두었어요. 적당히 식어서 들고 먹을 만해지자 한개씩 두개씩 가져다 금방 다 먹어 치웠습니다. 고소하고 약간 짭잘하고 단맛이 감도는 것이 아주 맛있어요.


저는 막둥이 그릇에다가 옥수수를 놓고 먹었어요. 저기 뒤에 노란 공룡 보이시죠?



옥수수 가격이 환상이니까 세일이 끝나기 전에 또한번 마트로 옥수수 사러 원정을 나갈까 생각 중입니다.

옥수수 1호부터 16호는 나를 따르라!


참, 미국에서는 야외에서 바닷가재, 게, 조개같은 해산물 먹을 때 옥수수랑 함께 먹는 걸 즐깁니다. 그 사진은 다음편에 쭉 한번 올려 볼께요. 커밍 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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