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햄 (Honey Ham) - 가족과 함께 한 부활절 저녁식사

3월 27일 부활절 일요일. 우리집이 부활절을 종교적으로 크게 치루고 그러지는 않지만, 여느 미국 명절과 같이 가족이 함께 시간을 지내며 "먹으면서" 그렇게 지내고 갑니다. 생각해 보니까 명절이 아니더라도 여섯식구가 매일 오손도손 북적북적 상당히 가족적인 생활을 하고 있긴 하네요. 그래도 철따라 명절이나 행사가 다가오면 이 핑계로 뭔가 특별한 일이 있는 것처럼 먹으면서 지내고 가죠. 그런데 이것도 생각해 보면 평상시에 이것저것 잘 해먹어서 보통때 음식과 명절 음식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어쨌든 반복되는 일상에서 명절이나 행사 핑계대고 약간의 액센트를 주고 뭔가 다른 척 하면 재밌어요.


애리조나 피닉스의 부활절은 화씨 87도(섭씨 30.5도)에 햇빛이 찬란한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하늘은 파란 것이 아주 맑고 이뻤구요. 남편이랑 제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모두 나가서 친구들이랑 3시간 정도 신나게 놀고 있었어요. 지금 날씨도 좋고 지나치게 덥지도 않아서 피닉스가 아주 더워지기 전에 맘껏 즐겨야 해요. 날이 좋아서 정원에서는 부건빌리어(bougainvillea)와 병솔나무(bottlebrush tree)가 아름다운 꽃을 뽐내고 있습니다. 병솔나무의 꽃은 아주 달달한가 봐요. 꿀벌들이 이 꽃이 피면 그렇게 좋아하더라구요.


뒷쪽 철쭉처럼 진분홍이 가득한 것이 부건빌리어이고,

앞쪽 붉은 꽃이 병닦는 솔처럼 생긴 것이 병솔나무입니다.



미국 부활절에 먹는 음식들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에 먹는 것과 기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여요. 고기가 명절 주요 음식이 되고 원하는 다른 음식을 곁음식으로 내는 형태죠. 주요 음식인 고기로는 햄 로스트(roasted ham), 큰 덩어리로 로스트하는 소고기 꽃등심 로스트(roasted rib eye)나 소고기 양지머리 로스트(roasted brisket), 칠면조 로스트(roasted turkey)가 인기가 많구요. 부활절에는 보통 햄을 가장 많이 먹는 듯 하고, 추수감사절에는 아무래도 전통이 있어서 칠면조를 가장 많이 선택하고, 크리스마스에는 햄/소고기/칠면조 중에서 알아서들 골라 만들어 먹더군요. 하지만 꼭 어떤 고기 요리를 주요 음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그런 규정은 없습니다. 햄, 소고기, 칠면조가 아니더라도 닭도 좋고 생선도 좋아요. 좋아하고 잘 만드는 것으로 기호에 따라 주요 고기요리를 정하면 됩니다. 우리 가족도 그때그때 제일 땡기는 고기로 명절 주요 음식을 정합니다.


이번 부활절 저녁 메뉴로는 꿀 햄(honey ham)을 낙점했습니다. 곁음식으로는 으깬 감자(mashed potatoes)류, 그린 빈(green beans)을 선택해 간단하게 먹기로 했구요. 꿀 햄은 보통 약 11 파운드(약 5kg) 덩어리로 팔아요.




꿀 햄과 함께 들어있는 조리법에 따라 오븐에 넣어 구우면 완성입니다. 11 파운드(약 5kg)는 한 3시간 정도 구우면 되구요. 이미 얇게 저며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완성된 꿀 햄은 각자의 접시에 잘라 놓기도 편합니다.


오븐에서 구우면 불필요한 지방과 물기가 이렇게 빠집니다. 하지만 고기는 촉촉하니 딱 좋구요.

하지만 너무 오래 구우면 지방과 물이 지나치게 빠져서 고기가 퍽퍽해집니다.

적당히 딱 맞춰서 굽는 것이 오븐요리의 요령~!



우유와 버터가 들어가는 전통적인 으깬 감자 대신에 마요네즈를 넣은 으깬 감자 샐러드를 만들었어요. 오이, 당근, 양파, 옥수수도 듬뿍 넣어 주었구요. 그런데 아이들이 마요네즈를 좋아하지 않아서 으깬 감자 샐러드는 남편과 저만 신나게 먹어줬습니다. 대신 아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섞지 않은 진정한 으깬 감자만 주었구요.


으깬 감자 샐러드가 있는 접시는 남편과 제가 먹을 각각의 접시예요.



아래는 아이들 넷이 먹을 각각의 접시입니다. 감자는 삶을 때 약간의 소금간만 한 것으로 그냥 으깨기만 했어요. 으깬 감자의 순수함이 생생히 살아 있는 진정한 감자 기본 요리라고나 할까... (상당히 심각한 척 표현을 해봤지만 결국 감자를 그냥 으깨기만 했다는 뜻. ) 감자가 맛있어서 그런지 이렇게 으깨기만 해도 고소하니 맛 좋습니다.




파인애플은 집에 있길래 얹어서 함께 먹었습니다. 전에 공수래공수거님께서 삼겹살과 파인애플이 잘 어울린다는 팁을 주신 적이 있어서 이번에 나름 따라 해 본 것인데 진짜 돼지고기랑 파인애플이랑 서로 잘 어울려요. 그야말로 꿀팁~!  (공수래공수거님, 죄송합니다. 홍익인간 정신이 너무 넘치다 보니까 제가 그만 천기누설을 했습니다. )


어제 먹고 남은 새우 튀김도 있어서 데워서 함께 먹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이 새우 튀김을 좋아하지 않아서 남편이랑 둘이서 겨우 먹었답니다. 고생했어요.  제 아이들이 정말 먹성이 좋거든요. 하지만 이 새우 튀김은... 영 아니랍니다. 이 새우 튀김은 한국의 뷔페에서 나오는 동그란 새우 튀김 비슷해요. 하지만 새우를 반으로 갈라 튀김옷 입히고 튀긴 것이라서 동그랗지 않고 넙적한 형태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튀김이라지만 기름기가 너무 많았어요. 몇 개만 먹어도 기름섭취의 한계를 느낍니다. 게다가 튀김옷에 조미료나 화학 첨가물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 딱 그런 맛이예요. 대부분의 음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게 되면 조미료나 화학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이런 첨가물에 민감해져요. 조금 먹어도 몸에서 좋아지 않다는 신호를 막 보내거든요. 다음에 이 새우 튀김을 살 이유는 없을 겁니다. 한번 경험으로 충분했어요.




저녁으로 이렇게 먹고 나니까 배가 아주 불러서 아이들이랑 동네 한바퀴 돌고 돌아 왔어요. 햄의 양이 아주 많아서 남은 걸로는 2~3번 더 먹을 수 있습니다. 밥에 햄을 반찬으로 해서 채소를 곁들여 한식으로도 먹고, 채소와 함께 한 햄 볶음밥을 만들어 먹어도 맛있구요. 이렇게 만들면 금방 게눈 감추 듯 금방 다 사라져요. 몇 끼 식사의 기본이 벌써 이렇게 준비되니까 네 아이의 엄마는 마냥 신나있습니다. 얏호~!


남은 꿀 햄은 위 사진처럼 통에 넣어 냉장고에 두었는데 사진은 찍지 않았어요.

사진찍기 귀찮아서 작년에 꿀 햄 먹고 찍었던 것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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