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가 듬뿍 노라네 비빔밥과 맛난 소고기국

남편한테 한국 음식 블로그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였는데... 전주 비빔밥을 보여줬더니 먹고 싶어 하더군요. 우리 가족은 미국에 살고 있고 한인마트도 먼 관계로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전주 비빔밥 비슷하게 만들어서 먹어야 해요. 그래서 비빔밥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사러 동네 마트에 후다닥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짜잔~! 노라네 비빔밥입니다.




전주 비빔밥은 고급스런 비빔밥이지만, 원래 비빔밥이란 것이 집에 있는 반찬을 한데 모아서 밥과 함께 고추장에 비벼 먹던 음식이잖아요. 그런데 우리집 주요 음식이 한식이 아니기 때문에 집에 만들어 놓은 한국식 반찬이 따로 있고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비빔밥 한번 만들어 먹으려면 들어가는 반찬을 일일히 다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일이 정말 많습니다. 거기에 비빔밥에는 채소반찬을 많이 넣게 되는데, 채소는 고기보다 씻고 자르고 하는 과정이 더 많기도 하구요. 하지만 오늘 남편에게 비빔밥을 먹이고 싶기 때문에 (사실 저도 먹고 싶긴 하구요. ) 그 의지 하나로 바삐 움직입니다.


비빔밥만 먹으면 심심하니까 소고기국을 비빔밥과 함께 하기로 했어요. Chuck(소고기 등심)을 사다가 고기국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비빔밥 채소준비는 고기국이 어느 정도 완성된 다음에 시작하면 되구요. 7 파운드(약 3kg)짜리 등심이라 덩어리로 끓이면 고기 익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6 등분으로 나눠 큰 냄비에 넣고 끓였습니다.




소고기국에는 무가 들어가야 제 맛인데 동네 마트에 무는 없고...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단무지 무! 한동안 동네 마트에서 단무지 무가 퇴출되었는데 다시 돌아왔어요. 반갑긴 했는데 파운드(454g)에 $2.49인 유기농 단무지 무로 돌아왔네요. 이제 동네 마트에 일반 단무지 무는 존재하지도 않아요. 무가 들어가지 않은 소고기국은 시원한 맛이 없어서 맛이 없고... 그래서 유기농 단무지를 넣고 소고기국을 끓이기로 했습니다.


아~! 이 가늘고 긴 무다리.

무다리라도 다 같은 무다리가 아니랍니다. 



단무지 무가 작아서 두 무를 합한 것이 1.3 파운드(약 600g)입니다. 소고기국 한번 끓일 정도예요. 그런데 유기농이라 그런지 작고 상당히 얇아요. 아주 큰 당근같은 모양새. 국에 넣기 전 잘라서 생으로 맛을 봤는데 맛이 깔끔하니 아주 좋았습니다.


 노라의 팁~! 

한국 무를 쉽게 구할 수 없다면 단무지 무로 대체해 소고기국을 끓여 보세요.

단무지 무를 넣어도 소고기국 국물이 시원하니 맛있습니다.



소고기국 고기가 충분히 익은 다음 꺼내서 식힌 후 듬성듬성 편하게 잘랐어요. 비빔밥이 준비되면 이 고기랑 국물이랑 합체 해 각자 한 그릇씩 소고기국을 가져다 먹으면 되구요.




아래 사진은 아이들 넷이 먹을 한 접시들입니다. 채소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했구요. 비빔밥에 들어간 채소는 근대 무침, 시금치 무침, 볶은 당근, 볶은 호박, 채썰은 오이, 채썰은 상추입니다. 그리고 전에에 남겨 두었던 갈은 소고기 500g이 냉장고에 있어서 간장을 기본으로 해서 볶았어요. 이렇게 볶으면 불고기 맛이 나서 비빔밥을 더 맛있게 하거든요. 아이들이 비빔밥에 달걀은 넣어 먹고 싶지는 않다고 해서 뺐습니다.


고추장 넣기 전



그런데 우리집이 한식을 자주 먹지 않아서 집에 큰 사발이 없네요. 그래서 그냥 접시에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알아서들 잘 섞어서 먹더군요.


고추장을 척 얹고...

"아그들, 알아서들 비벼 드시게나."



전주 비빔밥과 사랑에 빠졌지만 육회를 먹지 않아서 생략했고, 생달걀을 넣은 것은 따라 해 봤습니다. 제가 원래 생달걀은 먹지 않고 노른자 덜 익힌 후라이로만 비빔밥에 넣는데, 혹시 생달걀 넣어 맛이 이상해질까봐 유기농 달걀로 골라 넣어 봤어요. 손도 많이 가고 가격으로도 절대 싸지 않은 비빔밥을 만들어 놓고 생달걀 때문에 맛이 이상해지면 정말 곤란하니까요. 그리고 생으로 먹으니까 아무래도 신경이 더 쓰이기도 했구요.




아이들은 접시에 올려서 줬지만 어른인 남편과 저는 그럴 수 있나요. 쓱쓱 비벼 먹으려고 가져온 것이 있었으니... 캠핑용 냄비예요. 이게 속도 꽤 깊으니 쓱쓱 비비기에 딱 좋습니다. 이제 고추장을 투하하고 막 비벼서 먹습니다. 비벼 비벼~!


비빔밥과 함께 할 소고기국도 옆에 두고...



비빔밥이 비빔밥으로 진정 태어나게 되는 바로 그 것... 고추장 투하.



그런데 비벼 놓은 사진은 찍었는데 안 올렸어요. 비빔밥이 맛은 참 좋은데 비빈 후 사진은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아서요. 제가 사진을 올리지 않아도 쓱쓱 비벼있는 비빔밥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는 다들 잘 아실 거예요.


여섯식구가 비빔밥을 먹고 난 후 채소반찬 재료가 이만큼이나 남았네요.




남은 채소로 또 한번 "저 혼자" 비빔밥을 해서 먹을 수 있겠어요. 남편은 내일 출근하니까 이 남은 재료는 모두 제 차지거든요. 하지만 비빔밥을 먹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것은 깊은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갈등을 수면으로 끌어 올리는 진정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 되겠네요. 그래도 제가 착한 엄마는 하고 싶거든요. 몰래 혼자 다 먹어 치우는 야만적 행동을 하는 대신, 먹고 싶단 아이들에게는 아주 쬐끔 나눠 줄 수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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