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 데이트 (Due Date)

요즘 코메디를 많이 보려고 하는데 아주 재밌게 봤던 “더 행오버(The Hangover)”의 감독인 타드 필립스(Todd Phillips)가 감독을 한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선 순위로 해서 봤습니다. 기대에 맞게 재밌더군요. 가끔 선택을 잘못하면 짜증이 나는데 원하던 대로 눈물나게 재미있었습니다.


감독 타드 필립스



애틀랜타에 출장왔다가 LA로 출산을 앞둔 아내에게 가기위해 마음이 급한 피터(Peter, 라버트 다우니 쥬니어 Robert Downey Jr. 분)는 비행기 안에서 말도 되지 않는 엉뚱한 소동에 휘말려 지갑도 잃고 비행기도 놓치고 게다가 항공 블랙 리스트(No Fly List)에 올라 다른 비행기 조차 탈 수 없게 됩니다. 지갑을 잃어버려 운전면허증도 크레딧 카드도 없던 피터는 어쩔 수 없이 이 소동의 발단인 이단(Ethan, 잭 갤리파나키스 Zach Galifianakis 분)과 함께 애틀랜타에서 LA까지 미국 횡단을 함께 하게 되지요.


일이 자꾸 꼬여서 낯선 사람, 특히나 성격도 맞지 않는 사람과 미대륙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한다는 설정은 스티브 마틴(Steve Martin)과 존 캔디(John Candy)가 출연했던 1987년 영화 “자동차 대소동(Planes, Trains and Automobiles)”와 비슷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닐(Neal, 스티브 마틴 분)이 추수감사절 저녁식사를 가족과 함께 하기위해서 뉴욕에서 시카고로 부랴부랴 가다가 델(Del, 존 캔디 분)과 자꾸 꼬이면서 비행기도 못타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함께 자동차로 시카고에 가면서 벌어지는 여러 황당한 이야기들을 그렸습니다.


“듀 데이트”의 기본적인 설정도 “자동차 대소동”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저는 “듀 데이트”에서 훨씬 더 재밌게 그 과정을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피터 역을 맡은 라버트 다우니 쥬니어와 엉뚱남 이단 역의 잭 갤리파나키스도 연기를 참 잘하더군요. “자동차 대소동”처럼 “듀 데이트”도 미대륙 횡단 여행 과정에서 참 황당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이번에는 “자동차 대소동”에서 여행한 뉴욕 -> 시카고보다 더 먼 애틀란타 -> LA로 여행하게 되는군요. 성격이 맞지 않는 낯선 사람과 이런 긴 여행을 한다니 끔찍해 보입니다.


여행 중 황당한 상황들은 대부분 이단의 독특한 성격 덕분에 일어납니다. 원래도 이상한 사람이였던 이단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독특한 행동들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이 정신없는 횡단 여행을 통해 두 사람에게 우정이 쌓이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구조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사시는 분들이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 사람들이 요즘 느끼는 문제점들을 영화 곳곳에 조금씩 집어 넣어서 그냥 웃고 지나가기에는 섬뜻한 면이 있기도 합니다.


우선 피터가 비행기에서 쫓겨나고 다시는 비행기를 못타게 항공 블랙 리스트(No Fly List)에 오르게 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정말 무섭습니다. 이단이 그냥 간단하게 핸드폰을 끄지 않으면 테러리스트로 오인받을 수 있다고 한마디 한 것 뿐인데 비행기 승무원들은 그 테러리스트란 단어에 너무 과민반응을 해 비행기 내 사복 경찰(air marshal, 경찰이란 단어가 딱 적합한 것이 아닌데 편의상 사용했습니다)이 고무 총알 권총으로 피터를 쏘고 한바탕 난리가 나지요. 이것은 미국의 현 상황에 대한 풍자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돈이 다 떨어진 피터와 이단이 피터의 아내 사라가 보낸 송금환을 찾으러 편의점에 갔을 때 젊은 나이에 벌써 장애자가 되어 휠체어 생활을 하는 전직 군인의 모습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줍니다. 이미 이단에게 열을 많이 받아 있던 피터가 이단의 계속 되는 무책임한 행동에 송금까지 찾기 힘들게 되니까 화가나서 편의점 주인과 장애인 어쩌구 저쩌구 말다툼을 합니다. 그런데 이 분은 진짜 장애인으로 휠체어 생활을 하는 분이였습니다. 그래서 피터와 이단은 이 분한테 엄청 맞게 되지요. 특히 피터의 경우는 이미 엄청난 말실수를 한 상태라서 송금환 담당자와 몸싸움을 할 상황도 아니였지요. 장애인이 된 전직 군인의 모습도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은 장면입니다.




거기에 이 엉뚱남 이단의 제안으로 지름길로 간다고 멕시코를 통해 LA로 가려다가 멕시코 국경 검문에서 대마초 소지로 멕시코 경찰들에게 잡힙니다. 이단은 도망가버리고 피터 혼자 검문소 옆에 간이로 설치해 놓은 트레일러안에 남아 있게 되지요. 이단이 피터를 구한다고 검문소 트럭에 트레일러를 연결해서 도망가자 멕시코 경찰이 쫓아오며 영어로,

Pull over! (차를 갓길에 세우시오!)


라고 명령합니다. 그러자 미국인 이단이 스페인어로,

No hablo ingles! (나 영어 못해요!)



라고 답하죠. 미국 내 라티노가 많이 사는 곳에서는 “No habla ingles!”를 좀 듣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뒤바뀐 상황이 미국인들에게는 재밌게 느껴집니다. 물론 이 설정이 불편한 특정문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이해합니다.


이 영화는 시간 때우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한번 신나게 웃고 나면 두번 이상 보고 싶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식 농담이나 문화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 중에서 그냥 웃는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할만 합니다.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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