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Inception) 2/2

영화의 마지막은 자녀와 재회한 담이 돌리는 팽이가 계속 돌기는 하는데 멈출 것처럼 약간 흔들거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돌기는 하더군요. 그래서 이 마지막 장면은 여러 해석을 줄 수 있습니다.


첫째, 담이 자녀와 재회하는 상황 자체가 담의 무의식이 만든 꿈이다. 그래서 팽이가 흔들거리긴 하지만 계속 돌아간다.


둘째,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꿈이다. 하지만 더 이상 꿈 놀이에 지친 담이 팽이가 멈춰 그 순간이 현실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의 무의식이 팽이를 흔들거리게 만들었다.


셋째, 진짜 현실로 돌아왔기 때문에 팽이가 멈추려고 흔들거리기 시작했고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곧 멈출 것이다.



놀런 감독은 이 마지막 장면을 이렇게 설명하는 군요.


The film's script concludes with "Behind him, on the table, the spinning top is STILL SPINNING. And we — FADE OUT" However, Christopher Nolan also said, "I put that cut there at the end, imposing an ambiguity from outside the film. That always felt the right ending to me — it always felt like the appropriate 'kick' to me… The real point of the scene — and this is what I tell people — is that Cobb isn't looking at the top. He's looking at his kids. He's left it behind. That's the emotional significance of the thing."



영화에서 담은 팽이를 한번 휙 돌리고 나서 계속 도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아이들에게 달려 갑니다. 놀런 감독 말대로 이제 담에게 있어서 팽이가 계속 도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은 거지요. 이것이 꿈이든 현실이든 상관없이 담이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과 함께 있는 그 현실이 요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마지막 장면에도 맹점이 있군요. 담이 꿈인지 현실인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다면 애초 왜 그 팽이를 돌렸을까요? 진짜로 꿈인지 현실인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팽이를 완전히 부숴 버리는 것이 더 합당한 행동이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이였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꿈인지 확인하고 싶은 묘한 상반된 감정이 있었기 때문에 담이 팽이를 돌렸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 담이 자녀와의 재회가 현실이기를 절실히 바란다면 팽이는 꿈 속에서라도 결국 멈출 것입니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볼 것이 있네요. 꿈이더라도 그것이 정말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면 더 이상 꿈은 꿈이 아닙니다. 혹자는 지금 우리의 이 인생이 꿈이라고도 말하지요. 정말 이것이 맞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내 자신이 꿈일지도 모르는 이 인생을 생생하게 느낀다면 더 이상 꿈과 현실의 구분은 의미가 없게 됩니다.


많은 Sci-fi 영화나 TV 시리즈에서 이런 소재로 이야기를 많이들 풀어가곤 합니다. 만일 아주 생생하고 현실감이 넘치는 경험과 기억을 어떤 사람에게 입력시켜 그 사람이 그 모두를 진짜로 믿게 된다면, 그 경험과 기억은 더이상 “입력”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제 그 사람에게 그 경험과 기억은 “현실”이 되는 거지요. 이것은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스타트렉(Star Trek) TV 시리즈, 슈퍼맨과 다른 영웅들의 모임인 저스티스 리그 (Justice League) 애니메이션 등 여러 Sci-fi 영화 및 TV 시리즈들의 소재로 이미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아주 매력적인 소재 중의 하나이니까요.


지금 우리가 사는 삶이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저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 가족을 하루하루 생생하게 느끼는 한, 저에게는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럼 이 현실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면 되겠지요.


영화 인셉션의 마지막 장면에서 팽이가 돌아가는데 담이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이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가장 아끼고 원하는 사람들 또는 것들과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이게 꿈이든 현실이든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인셉션에서 타겟의 꿈 속에 들어가 있는 담과 아더에게 꿈 깰 시간의 경고를 주기 위해 사용되던 전설적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 (Edith Piaf)의 노래도 참 좋습니다. 이 노래의 제목이 “Non, Je Ne Regretted Rien”, 즉 “난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군요. 왜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노래를 경고로 사용했을까요? 아마도 담은 그의 꿈 놀이를 무의식에서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이 꿈 놀이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계속 확인하기 위해서 이 노래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모범답안은 없어 보입니다. 각자가 이 영화를 보고 그에 맞는 해석을 하면 그게 답이겠지요.


유투브에서 어떤 분이 인셉션 장면들을 이용해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d Rien” 뮤직 비디오를 멋지게 만들어 냈군요. 이 멋진 영화와 노래를 함께 즐겨보세요. 그리고 아직 인셉션을 보지 않으셨다면 꼭 보십시요. 시간 내서 봐도 아깝지 않은 영화입니다.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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