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야, 미안! 엄마가 오버를 잘해~ ^^

요즘 첫째는 (만 11세) 수요일 빼고 하루에 한 시간씩 세계사 공부를 혼자 합니다. 저는 한 과가 끝나면 아이가 노트 정리 한 것을 확인해 보고 질문으로 이해도를 확인한 후, 시간대별로 주요 사건과 관련 인물들을 정리해 주고요.

 

역사공부는 주요 사건이나 인물 등에 대해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의 흐름 및 왜 그런 일들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 파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역사를 공부해야 현 사회와도 연결이 되고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요.

 

파르테논 신전 (이미지 출처: Pixabay.com)

 

제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지라 첫째가 열심히 정리하고 있는 걸 보니 뿌듯한 마음이 막 올라옵니다. 첫째의 시간표 상 세계사가 오늘 하루 중 마지막 공부였습니다. 자유공부 시간*이 되기 전 첫째가 휴식시간을 갖고 있길래 오늘 세계사 어느 부분을 공부했는지 물어봤습니다. 지금 고대 그리스 역사 공부 중이고 알렉산더 대왕 시기까지 공부했다더군요. 그러자 이 엄마가 신이 나서 크레타 문명부터 떠들기 시작합니다.

 

* 하루 정규 수업을 1시 50분까지 다 끝내고 2시~3시까지 마음대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자유공부 시간을 갖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을 하고 싶으면 그걸 하고, 책을 읽고 싶으면 읽어도 되고, 특정 자료를 찾고 싶으면 그걸 해도 되고 이 1시간 동안은 아이들 자유에 맡깁니다.

 

신난 엄마는 첫째의 교재를 가져다 교재 속 관련 지도들을 찾아가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지요. 중간중간 첫째에게 질문을 했는데 아주 잘 알고 있더군요. 더 상세한 것은 계속 공부를 해가며 살을 붙여야 되겠지만, 지금 수준도 아주 만족스러워서 한껏 고무된 엄마는 점점 말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엄마가 너무 신나서 흥분했다는 점이죠. 간단히 시작한 역사이야기인데 어쩌다 알렉산더 대왕 이후로 넘어가고, 계속 흘러 흘러 고대 로마 아우구스투스를 지나 아우구스투스 자손으로 마지막 황제가 되는 네로까지 넘어갔답니다.

 

알렉산더 대왕
아우구스투스
아우구스투스의 고손자인 네로

 

첫째가 잘 듣고 있길래 그저 신났던 엄마는 (에공~~ ^^)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네로 황제에 들어가니까 첫째가 피곤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 괜찮니? 피곤해 보인다.

첫째: 괜찮아요, 엄마. 그런데 지금 2시간째 말씀 중인 건 아세요?

나: 2시간??? 진짜? 언제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냐??? ㅠㅠ

 

제가 심하게 오버를 했더군요. 흑~

 

나: 미안하다, 첫째야.

 

첫째는 제게 씨~익 웃어주고... 저 혼자 신나서 첫째의 자유공부 시간과 하루 수업 끝나고 노는 시간까지 잡아먹어 버렸네요. 첫째에게 너무 미안해서 좋아하는 그래픽 디자인을 마음껏 즐기라고 하고, 저는 조용히 소파에 앉아 깨갱~. 저는 신나서 흥분하면 정말 NEVER 안 돼요...

 

첫째야, 엄마가 오늘은 정말 미안~~! ^^ 다음에는 오버하지 않도록 조절할게.

 

* 인물 이미지 출처: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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