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가 대통령 보안체계를 해킹한다면? ^^

미국 37대 대통령인 리차드 닉슨(Richard Nixon)은 여러가지로 유명한 분이지요. 워터게이트 스캔들(Watergate Scandal)로 미국 역사상 가장 치욕적으로 사임을 한 대통령이기도 하고, 베트남 전쟁을 종전시킨 대통령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1972년 공산주의 국가였던 중국과도 외교관계를 재개하기도 했었습니다.


미국 37대 대통령 리차드 닉슨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뚱과 악수하는 닉슨 대통령 (1972)

 

 

닉슨 대통령하면 늘 따라다니는 것이 워터게이트 스캔들인데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대해서는 정보가 인터넷에 널려 있으니 금방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간단히 결론적으로 본다면 닉슨 대통령하의 관료들이 미정부 공권력 및 정보기관(FBI, CIA)과 미국 국세청격인 IRS를 이용해 정적이나 현 정부에 반대적 성향의 집단들을 감시하고 이를 통해 부당한 대우를 했습니다. 이것은 정부가 자행한 명백한 불법행위지요. 이 불법행위가 드러났는데도 미정부 관련자들은 이를 또 다른 불법으로 은폐하려고 했었습니다. 불법행위 자체도 문제지만, 그것을 은폐하고 거짓을 했다면 그 자체는 더 큰 범죄가 됩니다. 뭐 요즘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감이 오실 겁니다.

 

그런데 이게 1970년대 닉슨정부나 현재의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예요. 현재 미국에서도 자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스노든(Snowden)의 폭로에서도 알려졌구요. NSA(국가안보기관), CIA 등의 정보기관을 통해 미 전국민 + 전세계 주요인사를 상대로 도청 등으로 정보수집을 하고, IRS를 통해 일부 집단 및 개인에 불이익을 준 것 모두가 불법이거든요. 그런데 1970년대에 비해 미국 전체 국민성이 떨어지는 건지 확실히 이 불법에도 현 미정부는 너무도 당당합니다. 물론 지금 이런 현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미국에 당연히 있습니다.

 

닉슨의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 (1973)

 

 

1974 8, 닉슨은 이 모든 스캔들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습니다. 그도 대통령이고 어떻게 오른 자리인데 끝까지 버틸 수 있으면 그 자리에서 뭉개려고 했겠지요. 하지만 당시 미국민들의 여론이 정말 좋지 않았거든요. 거의 40년 전인데 지금은 거대언론 중 The Washington Post 같은 언론이 없는 관계로 뉴스매체에서 정부를 제대로 비판하는 걸 볼 수 없습니다. 지금의 The Washington Post 40년 전의 The Washington Post는 상당히 다릅니다. 이름만 같을 뿐이예요. ㅠㅠ

 

하긴 뭘 바라겠어요. 대부분 거대언론은 거대기업에 속한 자회사이구, 모회사인 거대기업은 현재 미정부에게서 구제금융 기금 및 세금감면 등의 지원을 엄청나게 받고 운영되고 있는데요. 당연히 정부를 평가하고 비판할 수 없지요. 돈 줄인데...

 

 

여기까지는 뭐 이렇다는 이야기고, 지금부터 오늘의 본론에 들어 가겠습니다. 이건 닉슨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워터게이트나 다른 정치적인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어느날 닉슨 대통령 백악관 사무실의 보안 전화선으로 전화 한통이 걸려 옵니다. 이 전화는 긴급시 대통령에게 직접 연결되는 가장 보안이 철저한 전화선이였습니다. 닉슨의 코드명 올림퍼스(Olympus)까지 맞으니 닉슨이 받았지요. 이런 보안선으로 통화할 때는 대통령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코드명으로 확인을 합니다.

 

닉슨이 전화를 받자 전화기 건너에서 나오는 한마디가,

 

, 여기 로스앤젤레스에 국가 위기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화장실 휴지가 떨어졌어요.

Sir, we have a national crisis on our hands here in Los Angeles. Sir, were out of toilet paper.

 

그러고는 전화는 그냥 끊어집니다.

 

  

닉슨 대통령이 받은 전화는 철통 보안선으로 코드명으로만 주고 받았습니다. 따라서 코드명으로 통화한다는 것이 기본이므로 대통령님/각하 대신에 님으로 번역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원문에서는 sir이 두번 나오지만 한국어 어감상 두번째 sir는 제가 번역에 넣지 않았구요.

 

 

그 때 닉슨의 반응은? 그건 당연히 저도 모르구요. 그런데 화장실 휴지가 떨어지면 난감하긴 하죠. ^^

 

 

 

이것은 선구자적 해커인 존 드레이퍼(John Draper)가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1970년대 전화선을 이용해 해킹하는 것이라 엄밀히 말해서 해커가 아니라 프리커(phreaker)지만 이해를 돕기위해 그냥 해커라고 칭하겠습니다. “국가위기 휴지사건”은 아무리 당대 최고 보안선이라 해도 언제나 해킹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일례이기도 하지요. 존 드레이퍼는 닉슨의 보안 코드명 “올림퍼스”까지 해킹해서 백악관 내 그 누구도 의심을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닉슨도 처음에는 의심하지 않았겠지요.

 

 

1970년대에 무슨 해커냐하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으실지 모르겠는데, 개인 컴퓨터(PC)나 인터넷 연결망이 없던 1970년대에도 해커는 있었습니다. 그 때는 전화선을 통해 해킹을 했었지요. 이렇게 해킹하는 사람들을 프리커(phreaker)라고 부르고, 이런 해킹방법을 프리킹(phreaking)이라고 불렀습니다.

 

전화 시스템을 해킹해서 프리커들이 당시 상당히 고가였던 장거리 통화를 무료로 즐기기도 했는데 진짜 잘하는 프리커인 존 드레이퍼 같은 사람은 이렇게 백악관의 보안망까지도 뚫은 거구요. 이 글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프리커 대신 모두 해커로 지칭했습니다. ^^

 

 

존 드레이퍼(2008)

1943년생이신데 2013년 지금도 생존해 계십니다. ^^

 

 

존 드레이퍼께서는 이게 1974~1975년경 해킹한 것이라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바빴던 닉슨이 크게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아마도 보안 담당자는 짤리지 않았을까 하시더군요.

 

진짜 제대로 된 국민의 대표라면 이런 해커는 칭찬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안전망의 허술한 점을 제대로 꼬집었지만 아무런 피해는 주지 않았거든요. 다만 이렇게 쉽게 뚫린다는 것을 대통령에게 직접 “국가위기 휴지사건”을 통해 제대로 보여준 것 뿐이구요.

 

이 해킹사건이 만약에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전현직 대통령 중에서 이런 해킹을 제대로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분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제 생각에 한 분 정도는 크게 웃으면서 호탕하게 받아들일 것도 같은데요. 하지만 현 대통령에게 이런 해킹이 들어오면 그분의 가신들이 워낙 무서우셔서 해커에게 큰 벌을 주지 않을까... 감히 그분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하면서요.

 

어쨌든 이런 해커들의 엉뚱한 행동 덕분에 재미를 두고두고 이어갈 수 있어 고맙긴 하네요. ^^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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