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트콤 "Welcome to Sweden" - 사랑으로 극복하는 문화차이

제가 보기에 미국인들에게 있어 스웨덴하면 몇가지 딱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1. IKEA

2. 스웨덴식 미트볼

3. 금발의 키 큰 슈퍼모델급 미남미녀들

4. 겨울이 길고 추운 곳




한국에서는 복지나 생활환경이 좋아서 스웨덴을 많이 부러워한다는 소식을 접하곤 하는데, 선진국치고 복지가 별로인 미국인들은 특별히 스웨덴을 부러워하고 그런 것 같진 않아요. 그래서 누가 별다른 연고도 없는 스웨덴에 가서 산다고 하면 이런 답이 나오거나 그냥 속으로만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나 스웨덴으로 이사해.

거긴 도대체 왜???


이건 스웨덴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인이 이주해 살고 싶은 나라라면 유럽 중에서는 주로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거든요. 햇빛좋고 따뜻한 나라들인 거죠.



그런데 "Welcome to Sweden"이라고 그 스웨덴에 대한 시트콤이 나왔습니다. 미국인이 보는 스웨덴 또는 스웨덴인이 보는 미국에 대한 편견을 다루고 있어요. 지금 미국에서는 NBC에서 방영하고 있는데 스웨덴에서는 이미 방영한 것 같더군요. 이 TV 시리즈는 미국인 코미디언, 배우, 작가인 주인공 그렉 폴러(Greg Poehler)가 진짜 여친의 나라 스웨덴으로 이주해서 겪은 경험들을 토대로 구성한 것입니다. 그렉 폴러가 직접 대본을 썼고 본인이 또 직접 주인공 브루스(Bruce)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뉴욕시에서 성공적인 회계사인 브루스는 스웨덴인 엠마(Emma, Josephine Bornebusch 분)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래서 미국의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여친의 나라 스웨덴에서 살기 위해 떠납니다. 스웨덴에서 지극히 스웨덴적인 여친의 가족들 그리고 스웨덴의 문화를 접하면서 좌충우돌 문화적인 차이를 느끼면서 익숙해져 갑니다.


브루스 여친 엠마와 그녀의 부모들


왼쪽은 엠마의 28살 동생인데 백수예요. 오른쪽은 아마도 삼촌인 것 같구요.

28살 백수로 부모집에서 얹혀 사는 게 스웨덴에서도 흔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엠마네 엄마는

아들에게만 관대하세요. 아들 하는 것은 모두 오냐오냐. 반면 딸인 엠마에게는 기대치가 높습니다.


스톡홀름 관광보트 선장님과 함께. 브루스의 스웨덴 첫 일자리였는데 결과는....

"Welcome to Sweden" 4번째 에피소드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



보통 비서구권에서는 유럽인이나 미국 비롯 영어권 포함 국가들 사람들이 거의 비슷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기도 해요. 이건 유럽계가 동양인은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등 관계없이 다 생활양식이 비슷할 것이다 생각하는 편견과 비슷하죠. 유럽인들도 영국인 다르고 프랑스인 다르고 스페인인 다르고 또 스웨덴인이 모두 다릅니다. 같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르구요. 그리고 같은 영어를 쓰는 영어권이라도 미국인, 영국인, 캐나다인, 호주인, 뉴질랜드인 등등이 다른 모습을 보여요. 다만 영어권 국가들은 영국문화에서 시작되었다는 기본이 있어서 일정부분 비슷한 것도 있지만요.


* 스칸디나비아 국가들(Scandinavian countries)을 정의할 때 이사람 저사람 조금씩 달라요. 복잡스럽게... ㅠㅠ 제가 어릴 때 한국에서 스칸디나비아 3국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기준삼아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라고 배웠는데, 어떤 사람들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로 게르만계를 중심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노르웨이계 이주민들이 정착한 아이슬란드도 스칸디나비안 국가들이 포함시키기도 하구요. 그래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는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꼭 들어가고 경우에 따라서 덴마크, 핀란드, 거기에 아이슬란드까지 생각해 두시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이도저도 복잡하면 노르딕 국가들(Nordic countries)로 편하게 표현하셔도 되구요. 제 기억에 노르딕을 한국어로는 북구라고도 했던 것 같아요. 노르딕 국가들에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와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페로 제도, 그리고 핀란드령인 올란드 제도까지 모두모두 포함됩니다. 노르딕 국가들이라고 하면 몽땅 포함되니까 누가 맞네 틀리네 싸울 필요도 없고 아주 쉽습니다. ^^*



"Welcome to Sweden"에서 보여주는 스웨덴과 미국도 상당히 다르더군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미국인과 달리 스웨덴인들은 이웃이라도 아는 체 하거나 서로 인사 나누는 걸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살고 있는 아파트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도 되도록이면 이웃과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미국인 브루스가 미국식으로 "Hi" 하고 인사하면 이웃들이 너무나 불편해 해요. 브루스의 스웨덴 여친 엠마는 미국인들이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Hi" 인사하는 것이나, "How are you doing?(오늘 어떠세요? 또는 오늘 잘 지내고 있나요?)"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가식적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그런 면이 있긴 해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게 일종의 예의나 대화를 시작하는 방식 중 하나거든요. 말없이 가만히 있자니 불편하고, 그래서 어색한 분위기 깨기의 시작같은 것이죠.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상황들이 너무 형식적으로 변해서 가끔 아래와 같이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코미디스럽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물건을 가지고 계산하기 위해 캐쉬어에게 가면 캐쉬어가 보통 "오늘 어떠게 지내세요?" 정도의 의미로 "How are you doing?"하고 물어봅니다. 거의 의례상의 질문이긴 하죠. 그럼 손님은 대부분 "Fine, thank you"하고 웃으며 대답합니다.


하지만 심술맞거나 삐딱한 사람은 캐쉬어의 "How are you doing?" 질문에 이렇게 되묻습니다.

"Do you really want to know?" (진짜 알고 싶으세요?) 

그럼 캐쉬어는 당황하거나 

또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Not really." (사실 별로 알고 싶지 않아요)


 


요즘 스웨덴쪽에는 이라크 난민들이 많이 이주해 있습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미국이 이라크에 쳐들어가 전쟁이 일어난 이후 많은 난민들이 발생한 것이구요. 브루스가 스웨덴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에 다니는데 거기에 이라크 난민 한 분이 같은 교실에 계시네요. 각자의 소개를 하는 중 이라크 난민분이 미국에 대한 상당한 적대감을 보여줍니다.

이라크에 미국이 쳐들어와 모든 걸 다 잃고 떠나게 되었다.

미국은 사악한 나라다.


그런데 사실 이분 말씀에 틀린 게 하나도 없거든요. 이제 브루스는 미국에 의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당사자 앞에서 미국인이라고 말하기가 참 껄끄럽게 되었습니다. 미국인 브루스에게 자기소개 차례는 점점 다가오고.... 그래서 브루스가 궁여지책으로 한 말은,

어... 저는 캐나다에서 왔어요. ㅠㅠ


그래서 스웨덴어 교실에서 브루스는 졸지에 캐나다인이 되었다는...


브루스가 만난 이라크 난민가족



"Welcome to Sweden"을 시청하다 보면 빨간 목각말을 스웨덴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엠마의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 이 목각말을 보면 우울할 때 기분이 좋아진대요. 뭔가 스웨덴인에게 따뜻한 감정을 주는 그런 상징물인 것 같더라구요. 이러니까 너무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제가 또 찾아 봤죠. 이 빨간 목각말에 대해서는 다음편에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 사진출처: NBC TV & Google Images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