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 쿠키 - 첫째와 둘째가 함께 만든 첫 쿠키

예전에 제가 아이들에게 오트밀 쿠키를 종종 만들어 줬었어요. 아이들은 아주 좋아하는데 귀차니즘이 하늘을 찌르는 요즘은 제가 쿠키를 거의 만들지 않았었죠. 그러다 뭔 바람이 들어서 쿠키 팬을 하나 새로 장만했습니다. 쿠키 팬을 사니까 어째 아이들이 더 신이 났어요. 엄마가 쿠키를 만들어 줄 거라서 신났다기보다 이제는 자기들이 쿠키를 구워도 잘 구울 수 있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직접 만들 생각에 신난 거죠.

 

어제 토요일. 아침에는 둘째, 셋째, 넷째의 음악대 연주와 노래를 들으며 문화생활을 즐기고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기자기 피닉스 꼬마 음악대

주말이니까 저도 쉬고 남편도 쉬고 아이들도 쉬고. 이러면서 한가롭게 토요일을 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아침부터 거실 저쪽이 상당히 꽤 시끄럽습니다. 아이들 네 명 중에서 세 녀석들이 모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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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둘째가 뭔가를 적은 인덱스카드 한 장을 들고 돌아다니더라고요. 제가 "그게 뭐니?" 물으니까 슈가 쿠키 (Sugar Cookies) 만드는 재료들 정리한 것이래요. 자기가 이미 인터넷에서 만드는 법과 재료를 다 찾아봤는데 재료도 간단하고 만드는 법도 아주 쉽다고 하면서요. 슈가 쿠키 만드는 법 비디오도 찾아서 이미 몇 번이고 봤대요. 둘째가 직접 쿠키를 만들고 싶어서 너무너무 간질간질한 거죠. 눈치를 보니까 첫째도 만들고 싶어서 함께 간질간질한 것 같더군요.

 

 

그렇게 만들고 싶은데 어쩌겠어요. 만들어야죠. 첫째랑 둘째 모두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도 묶고 쿠키 만들 준비를 시작합니다. (첫째는 만 12살, 둘째는 만 9살입니다) 요즘은 첫째랑 둘째가 오븐 사용하는 것을 비롯 베이킹 자체를 아주 잘해요. 그래서 저나 남편이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가 거의 없어요.

 

저는 식탁에 앉아 테블릿 가지고 서핑하며 놀면서 아이들 하는 걸 보고만 있었어요. 역시 잘합니다. 셋째랑 막둥 넷째는 (만 7세 & 만 5세) 큰 아이들이 베이킹하는 걸 저편에 서서 감탄과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요. 특히 막둥이에게 첫째와 둘째의 베이킹은 존경스러운 모습인가 봐요.

 

둘째가 찾은 슈가 쿠키 레시피는 아주 간단합니다. 하지만 맛있어요. 이 재료대로 준비하면 4 더즌 (48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잘못 읽은 게 아니에요. 확실히 4 더즌입니다. 처음에 4 더즌 쿠키가 나온다고 해서 그 양에 제가 엄청 놀랐잖아요. 그런데 완성된 쿠키가 너무 맛있어서 나중에는 4 더즌 만들 수 있는 그 양에 아주 만족했습니다. 사실 일요일인 오늘도 아이들에게 부탁해서 슈가 쿠키를 또 만들고 있으니까요. ^^ 큰 아이들의 베이킹에 완죤히 중독되었음~!

 

그럼 이제부터 첫째와 둘째가 슈가 쿠키 만드는 모습 몇 장면을 올려 봅니다. 큰 아이들 둘이 재료를 계량하고, 재료를 섞어 쿠키 반죽을 만들고, 동글동글 새알처럼 굴려서 쿠키 팬 위에 올려 뒀습니다. 둘이 이 작업을 함께 하는데 어찌나 이쁜지... 제 눈에서 하트가 뿅뿅뿅 막 나갑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약 48개 동글이 새알을 쿠키 팬에 다 쭉 놓았었어요. 그런데 저 새알이 지금은 동그란 모습이지만 오븐에서 구워지면서 퍼져 쿠키 모양이 되거든요. 그래서 한꺼번에 48개를 굽게 되면 서로 붙어서 쿠키가 아닌 쿠키 팬 크기의 한 덩어리 거대한 판때기 과자가 될 확률이 큽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개별 쿠키이지 넓은 판때기 과자가 아니니까...

 

그래서 아이들에게 24개씩 따로 굽는 걸로 조언해 줬습니다. 쿠키 팬이 커서 24개씩 구워도 괜찮거든요. 그래서 1차 24개, 2차 24개 이렇게 굽고, 자투리로 더 나온 14개 정도는 3차에 굽기로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4 더즌이 아닌 62개 정도로 거의 5 더즌에 가깝게 쿠키가 나왔습니다. 쿠키 풍년이에요. 에헤라 디어~

 

짜잔~! 1차 쿠키 24개가 나왔습니다. 완성된 쿠키는 식게 둡니다. 이쁘게 잘 나왔어요.

 

 

남편이랑 저랑 쿠키 하나를 집어 맛을 봤습니다. "와~ 맛있다!!!"란 탄성이 입에서 절로 나오는 맛입니다. 간단한 재료만 가지고도 아주 맛있게 잘 만들었어요. 요즘 한국에서 잘 쓰는 표현대로 대박입니다.

 

 

2차 24개 새알모양 쿠키 반죽을 쿠키 팬에 올리고 굽기 위해 오븐으로 보냅니다.

 

 

3차로 구워질 자투리 14개 새알 반죽만 자기들 차례를 기다리고 있네요.

귀여운 것들~!
너희들이 잘 구워지면 내가 있다가 많이 많이 이뻐해 줄게.

 

 

1차 쿠키가 좀 식었고 2차 쿠키가 구워지는 걸 기다리는 동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본격적인 쿠키 먹기에 들어갑니다. 슈가 쿠키를 먹을 때만 기다리던 셋째랑 막둥 넷째는 신나서 난리가 나셨어요. 이걸 본 첫째와 둘째에게 행복한 웃음이 가득합니다. 아까 시식을 해보고 맛에 뿅 갔던 남편과 저도 먹을 생각에 너무나 기분이 좋았고요.

 

각자 우유 한 잔씩 가져다가 쿠키를 맛있게 먹기 시작합니다. 쿠키랑 우유는 언제나 찰떡궁합이에요.

 

 

같은 디자인의 접시지만 저 뒤의 것은 큰 접시이고 요 앞 접시는 작은 제 개인 접시예요. 우선 3개 가져다 먹었어요. "와~ 아주 맛있어요!"

 

2차 쿠키가 다 구워져서 식히려고 옮겨 둡니다.

 

 

1차 구워진 쿠키를 이미 많이 먹었더니 2차 쿠키부터는 먹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그러다가 배가 불러서 이제는 나중에 먹고 싶어 지고요. 3차 쿠키까지 구워지자 2차와 3차 쿠키를 모아 나중에 먹기 위해 따로 모아 뒀습니다.

 

 

쿠키를 따로 모아 뒀더니 셋째랑 막둥 넷째가 왔다 갔다 하면서 생각날 때보다 하나씩 가져다 먹습니다. 아주 맛있대요. 밤에 자러 가기 전에 막둥 넷째는 남은 쿠키를 가리키며 엄마랑 아빠에게 부탁을 합니다.

엄마, 아빠. 이 쿠키 다 드시지 말고 꼭 남겨 주세요.

 

막둥이가 다음날 먹고 싶은데 혹시나 엄마랑 아빠가 야식으로 먹을까 봐 걱정이 되었나 봐요. 남편과 제가 쪼끔 잘 먹긴 하지만 아이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그걸 먹을 정도로 식성이 대단하진 않아요. 슈가 쿠키가 자꾸 제게 유혹을 했지만 어젯밤에 쿠키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유혹을 거부하는 강한 의지의 여인이거든요. 참느라고 고생했어요. 장하다, 토닥토닥.

 

일요일인 오늘도 엄마의 아빠의 간곡한 요청(^^)으로 첫째와 둘째는 슈가 쿠키를 또 만들었습니다. 오늘 만든 쿠키들은 예전에 데이니쉬 쿠키 사 먹고 보관한 틴통에 다 넣었어요. 조금씩 꺼내 먹으면 될 것 같아요.

 

틴통을 버리지 않고 보관해 뒀더니 이렇게 알뜰하게 쓸 수 있네요.

 

아이들이 만든 슈가 쿠키의 중독성이 강해서 오늘 쿠키 구워 먹고 한동안 쿠키 만들어 먹는 걸 쉬어야겠어요. 맛있다고 계속 만들어 먹다가는 허리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ㅠㅠ 식구들 모두 굴러다니는 수준이 되면 슬프잖아요.

 

제 아이들이 쿠키를 잘 만들기도 하지만, 이 슈가 쿠키는 재료도 간단하고 아주 맛있습니다. 한번 인터넷에서 만드는 법 찾아서 만들어 보세요. 대박 대박 대박입니다. 제 아이들이 만든 슈가 쿠키는 가장 간단하고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제 아이들이 한 것처럼 동글동글 새알처럼 만들어서 구울 수도 있고, 반죽을 밀대로 밀어 쿠키 커터로 모양을 잡아 구워도 좋고요. 그리고 완성된 쿠키에 프로스팅 (frosting)이나 알록달록 스피링클링 (sprinkling)을 해서 이쁘게 장식도 많이들 합니다.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s)

 

어떻게 만드느냐는 모두 만드는 사람 마음이에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우선 기본 슈가 쿠키부터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여러 다양한 디자인이나 장식을 응용해 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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