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발면 두종류를 먹으려다 순간 당황한 사연

미국 히스패닉계 주민들에게 일하면서 간단한 점심으로 사발면이 인기가 있어서인지 울동네 여기저기 마켓들에서 농심 사발면이나 신라면을 거의 다 취급하고 있어요. 해가 갈 수록 피닉스의 여러 마켓들에서 농심 라면들이 더 많이 취급하는 것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렇습니다. 이제 피닉스에서는 월마트(Walmart), 유명 마켓체인, 히스패닉 마켓 모두 농심 라면을 판매합니다. 타겟(Target)에서는 아직 농심 라면을 취급하지 않는 듯 하구요. 전에도 말했지만 농심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현지 생산공장이 있어요. 그래서 북미에서 판매되는 사발면류, 신라면, 너구리는 이 미국 공장에서 제조해 공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울집에서 가까운 히스패닉 마켓에서는 전에 농심 라면을 팔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지난달 부터인가 라면 진열대에 딱 진열되어 있습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아요. 사발면이든 신라면이든 모두 보통 개당 $0.99(1,200원)에 판매합니다. 이렇게 쉽게 농심 라면을 찾을 수 있다 보니까 안좋은 부분도 있어요. 라면이 딱히 몸에 좋은 것도 아닌데 장보면서 예전보다 훨씬 쉽게 사게 되거든요. 그래도 자주는 사지 않습니다. 특히나 사발면/컵라면류는 많이 해야 1년에 3~4번 사다 먹을 거예요. (전에 사발면은 1년에 1번 정도 사다 먹었어요. 그런데 동네 마켓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 더 자주 먹게 되네요. )



이번에 장보러 갔을 때도 사발면을 보니까 사고 싶어졌어요. 첫째랑 둘째는 사발면을 좋아하지 않아서 신라면으로 사고, 남편, 셋째, 넷째, 그리고 저 모두는 사발면을 하나씩 집었습니다. 저는 사발면은 육개장맛(Hot & Spicy Flavor)만 선택하는데 이번엔 김치맛(Spicy Kimchi Flavor)으로 한번 사 봤어요. 셋째도 저를 따라 김치맛을 골랐구요. 남편이랑 막둥이는 클래식해서 육개장맛으로 골랐습니다.


집에 돌아와 사발면을 먹으려고 물을 끓이면서 4개의 사발면 겉포장지를 벗기니까 순간 당황스런 상황 발생! 아래 사진을 보고 제가 무엇 때문에 당황했는지 감이 잡히시나요?



육개장맛이고 김치맛이고 간에

모든 안쪽 뚜껑포장이 동일한 거예요.

떵~~~!


제품 뚜껑포장만 봐서는 어떤 것이 육개장맛이고 어떤 것이 김치맛인지 알 수가 없는 거죠. 여러사람이 다른 맛을 사다가 한번에 사발면을 준비해서 먹게 되면 어떤 것이 누구의 것인지 제대로 헷갈리게 되겠어요. 옆에 마커라도 두고 표시를 해야할 판이였습니다.


사발면 안에 든 스프는 분명 육개장맛과 김치맛을 표시했을 테니까 그걸 믿고 뚜껑을 열어 봤습니다.



다행히 안의 내용물 스프에는 각자의 맛이 따로 표시되어 있어요. 그래서 각각 사발면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스프를 사발면 안에 넣어보니 육개장맛과 김치맛의 스프색이 약간 다르네요. 육개장맛은 좀 더 진한 색상이예요. 그래서 여기까지는 대충 스프색으로 각각의 맛을 구분할 수 있어서 괜찮았어요. 그런데... 딴딴딴~~~


왼쪽 진한 스프는 육개장맛, 오른쪽 연한 스프는 김치맛


그런데 뜨거운 물을 붓고 3~4분 후에 뚜껑을 열었더니 또 육개장맛과 김치맛의 차이가 사라집니다. 흑흑. 국물색도 그렇고 다 익은 육개장맛과 김치맛이 거의 비슷해 보여요.


난 몰라~!


사발면을 휘저어서 바닥에 깔린 것을 위로 올리면 무슨 맛인지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여러사람이 함께 사발면을 만들어 먹을 때 하나하나 휘젓는 것도 좀 그렇죠. 사발면을 휘저은 후 바닥에 어묵 비슷한 것들이 깔려 있으면 이걸로 육개장맛임을 판단하면 됩니다. 김치맛 사발면에는 김치조각이 들어있지 않고 대신 갈은 당근조각들이 있더군요. 갈은 당근조각이 보이면 이게 김치맛 사발면인 거였어요.


예전 제가 한국 살 땐 (좀 오래 전이지만) 김치맛 사발면에 냉동건조 김치조각도 좀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제 김치조각은 없더군요. 아마 있었다해도 너무 작고 양도 적어서 김치조각으로 판명되지 않을 정도였어요. 대신 제품 겉포장에도 "Seasoned with Real Kimchi", 즉 진짜 김치로 양념이 되어 있다고는 써 있었으니 김치의 맛이 들어간 건 맞을 거예요. 울집 입맛으로는 육개장맛이 어묵조각도 몇개 들어가 있고 또 국물맛면에서도 김치맛보다 더 나았습니다.


육개장맛 사발면

바닥까지 휘~ 저어 올리면 어묵조각 같은 것을 몇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육개장맛 사발면인 거죠.


김치맛 사발면

김치맛 사발면에는 어묵조각 같은 것은 없어요. 갈은 당근 몇 조각 있습니다.


그런데 농심은 안쪽 뚜껑포장에 각각의 맛을 표기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대부분 하나씩 점심으로 가져가 각자 뜨거운 물을 부어 사발면을 먹어서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울집처럼 가끔 한꺼번에 여러 다른 맛을 만들게 되면 뚜껑포장이 다 같아서 뭐가 무슨 맛인지 쉽게 뒤섞이게 되거든요.


미국시장에서 사발면은 육개장맛, 김치맛 외에도 매운 새우맛(Spicy Shrimp Flavor), 매운 치킨맛(Spicy Chicken Flavor), 매운 해물맛(Spicy Seafood Flavor)도 있어 총 5가지 맛이 있군요. 그럼 분명 여러 사람들이 그것도 몇가지 맛의 사발면을 사다가 한꺼번에 먹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울집처럼 식구끼리 먹을 때야 서로 뒤섞여도 어느정도 괜찮아요. 하지만 가족이 아닌 몇사람이 함께 사발면에 물을 붓고 기다리다가 서로의 사발면이 섞이게 되면 다 일일이 휘저어가며 무슨 사발면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불편하죠. 그리고 일부 음식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도 있어서 뚜껑포장이 같아 다른 맛으로 잘못 먹게 되면 추후 다른 문제도 발생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불친절한 뚜껑포장.

어떤 게 육개장맛이고 어떤 게 김치맛인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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