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

한국에서 2006년~2007년 사이에 방영했던 “거침없이 하이킥”을 저는 한국 드라마 전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이제야 다 봤습니다. 몇 년 전에 한국 사이트를 보니까 에피소드  내용을 많이들 써놓고 재밌다고 칭찬이 대단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한국 식품점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니라 식품점 근처에 있는 비디오 가게서 드라마 빌리고 갔다주고 하는게 귀찮아서 빌려보지 않았었지요.

 

미국 드라마와 또 다른 재미가 있어 남편도 한국 드라마 시청을 꽤 즐깁니다. 어릴때 한국에서 살았던 추억 때문인지 저보다 한국 드라마를 더 즐기는 것 같습니다. 남편이 어디 한국 드라마를 편하게 인터넷으로 볼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지 뒤지다가 작년에 한껀 건졌지요. 미국에서도 동양계에게 한국 드라마가 꽤 인기가 있어서 한국 드라마를 전문으로 보여주는 사이트 dramafever.com이 있더군요. 저희가 처음 찾았을때는 이 사이트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는지 드라마 숫자가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꽤 많이 되고 요즘 한국에서 방영하는 것인 경우에는 1~2주 정도 지나면 영어자막과 함께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신속해서 정말 좋습니다. 미국 드라마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hulu.com처럼 드라마 중간에 낀 광고만 봐주면 편하게 인터넷을 통해 영어자막까지 곁들여 무료로 볼수 있으니 예전에 성하던 한국 드라마 비디오 전문점들은 많이 힘들어지겠습니다.

 

저희가 거침없이 하이킥을 dramafever에서 보기 시작한 건 3~4개월 전부터인 것 같습니다. 첫 방송을 보고서 아주 빠져 버렸습니다. 등장인물이 저마다 모두 개성있고 이야기도 엄청나게 재미있는데다가 나문희 여사의 친구 개성댁 살인사건 내용이나 유미네 간첩사건같은 스릴요소까지 갖추어 정말 보통의 한국 드라마같지 않더군요. 재미난 에피소드일때는 남편과 같이 너무 웃느라고 거실바닥을 기기도 하면서 정말 온몸으로 즐긴 드라마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일년에 한 24정도의 에피소드를 만드는 미국 시트콤과 달리 일주일에 5가지 에피소드를 거의 9개월간 제작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내용이나 장면이 가끔 엉성할때도 있었지만 일주일에 5번 방영되는 드라마인데 그 정도면 대단하죠. 제가 한국 드라마의 그 병적인 “우울 모드”과 여주인공의 “캔디병 코드”를 상당히 싫어하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그 부분이 적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 드라마를 아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지씨의 역할이 나중에 이 우울 모드와 비슷해지고 이민용/서민정선생의 러브라인이 너무 아프게 그려져 아쉬웠습니다.

 

그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아서였는지 이민용/서민정의 아픈 헤어짐 장면에서 비와 함께 자막에 깔렸던 이승훈씨의 “비오는 거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계속 하루종일 혼자 흥얼거립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거침없이 하이킥의 아픈 사랑이 생각나 가슴 한 구석이 찡~ 하네요. 한 9년 전 쯤이였나 한국 식품점의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봤던 영화중 “번지점프를 하다”도 한동안 참 찡~한 여운을 남겼는데 예상치 않게 거침없이 하이킥이 또 그러네요.

 

한국에서 이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셨던 분들은 2007년 여름에 종영 금단현상을 겪으셨을텐데 전 어제부터 겪고 있습니다. 아, 정말 아쉽다~~ 더 만들어 주시면 안되나요???

 

그런데 스핀오프라던 “지붕 뚷고 하이킥”은 왜 내용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제가 이상한 건지 도대체 지붕 뚷고 하이킥에서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좋은 점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산골 자매의 생활이 제가 싫어하는 우울 모드 + 캔디 코드인 것 같고 게다가 주인집 손녀 아이는 왜그리 버릇이 없고 못 되었는지 몇 편 보다가 도저히 정서와 맞지 않아서 보지 않고 있습니다. 드라마 설정상 그 아주 버릇없는 아이의 엄마가 고등학교 선생님이던데 그런 행동들을 용납한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제가 봤던 한 에피소드에서는 신데렐라 연극 연습을 한다면서 자기 뜻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같이 사는 산골소녀에게 “너 맞을래?”라는 소리를 거침없이 하는 아이를 보고 황당함과 불쾌감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인격이 없는 아이. 이게 드라마니까 그런 거지 설마 한국에서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겠지요? 거침없이 하이킥처럼 재밌게 잘 만들어주셨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전 우울해지는 분위기가 싫어서 되도록이면 슬픈 내용의 드라마나 영화는 보지 않으려고 하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민용/서민정 이야기 때문에 슬픈 이야기를 보게 됬네요. 이 짠~한 여운을 딱 며칠만 즐기렵니다. 시애틀은 요 며칠 비가 멈추고 해가 나와서 그나마 괜찮은데, 비가 다시 많이 오면 이민용/서민정의 슬픈 엔딩이 생각나서 더 짠~해질 것 같습니다.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