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Inception) 1/2

영화 인셉션(Inception)은 생각을 많이 하게 하더군요. 기본적으로는 노장사상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이고, 영화의 끝이 확실하지 않아서 관객들에게 그 결말을 추론하게 하는 열린 결말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꿈을 공유한다”와 “꿈과 현실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다”는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좀 어렵고 철학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역시 가볍지 않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를 만드는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 감독의 작품답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와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에서 어둡지만 멋있고 깊이있는 배트맨(Batman)과 절대 잊을 수 없는 히스 레저(Heath Ledger)의 전율적 조커(Joker)를 멋지게 연출해 냈었지요. 히스 레저를 생각하니 좀 찡하니 아쉽습니다. 틴에이저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지만 노력파 배우로 성인 연기자로의 전환을 아주 성공적으로 잘한 배우였는데... 하긴 아역의 그늘을 벗고 싶어서 더 열심히 노력하다보니 많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겠지요.

영화 인셉션은 장자의 “일장춘몽”을 연상시킵니다. 장자가 나비의 꿈을 꾸고 나서 이 꿈이 너무도 생생해서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나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지요.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것이 이 영화 인셉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각자만의 독특한 물건을 가지고 꿈과 현실을 구별한다고 설명해 두기도 하지만, 곳곳에 이에 대한 함정도 보입니다.

담 캅(Dom Cobb, 리오나르도 디캐프리오 Leonardo DiCaprio 분)에게 꿈과 현실 구분하게 하는 물건은 팽이입니다. 이 팽이가 멈추지 않고 계속 돌면 꿈인 것이고 멈추면 현실이라고 설명을 하지요. 그의 동료 아더(Arthur, 조셉 고돈-레빗 Joseph Gordon-Levitt 분)의 구분 물건은 독특한 재질의 주사위구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이런 물건을 정한 시점이 진짜 현실 상태였을까요? 저한테는 그것부터가 문제가 되더군요.

담의 경우에는 이런 꿈 놀이를 너무 하다가 담의 아내 맬(Mal, 매리언 코디아 Marion Cotillard 분)이 결국 자살하게 됩니다. 아내 맬에게는 지금의 상태가 현실이 아닌 꿈으로 이해되었습니다. 따라서 꿈에서 깨어나 허상이 아닌 현실의 “진짜” 자식들에게 가고자 죽음을 선택한 것이지요. 꿈에서 죽게 되면 잠에서 깰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맬의 판단이 옳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담이 너무 깊이 오랫동안 꿈 놀이를 하다보니까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 속의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스카웃한 아리아드니(Ariadne, 엘런 페이지 Ellen Page 분)에게 담은 여러사람이 꿈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선 담과 그의 동료 아더가 타겟 인물을 정합니다. 그러면 공간 설계자가 타겟이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적당한 꿈 속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공간을 디자인 하지요. 공간 설계자의 디자인을 받으면, 담과 아더가 그 타겟의 꿈에 들어가 상황을 조정하게 됩니다.

의도적으로 설계된 공간과 의도적으로 타겟의 꿈 속에 들어간 사람들 외에 모든 부가 인물들은 꿈 꾸는 사람인 타겟의 무의식이 만들어 냅니다. 담과 아더 같은 사람들이 타겟의 꿈 속에 들어가서 타겟의 무의식에 영향을 주면, 잠에서 깬 타겟이 그 꿈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무의식에 영향을 받아 타겟의 생각, 행동, 결정 등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즉, 꿈을 통해서 타겟의 결정, 행동, 생각 등을 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리보면 좀 무섭네요.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기더군요. 담의 자살한 아내 맬은 꿈 주인(타겟)이 누가 되었던 계속 나타나 담이 하는 일을 방해합니다. 즉 담의 무의식이 아내 맬의 형체로 나타나 무슨 일을 하던지 망치려고 하는 것이지요. 담의 아내가 어느 타겟의 꿈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영화 인셉션에서 그려진 모든 것이 결국 담의 무의식이 창조한 거대한 꿈인지도 모른다는 뜻일 겁니다.

* 사진출처: Google Images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2011/04/12 - [잡다한 연예부/영화에 빠지다] - 인셉션 (Inception)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