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관찰한 무덤덤 또는 대범한 동네 비둘기들

만 12살 첫째는 동식물 관찰을 즐겨합니다. 첫째가 만 8세였을 때까지 저희는 시애틀에 살았는데 그때 첫째는 가끔씩 창밖 도로에 있는 까마귀들을 관찰했었대요. 시애틀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은 까마귀, 비둘기, 참새, 갈매기 (갈매기는 주변에 호수나 바다의 만이 있을 경우) 등입니다.

 

첫째 말이 자기가 관찰해 본 결과 까마귀 이 녀석들은 흔히 말하는 것처럼 여러 면에서 아주 영리하더랍니다. 그리고 자동차가 자기들 있는 곳 근처로 오는 기척이 있으면 훨훨 날아서 안전한 곳으로 가구요.

 

지금 사는 피닉스에는 까마귀를 본 적이 없어요. 갈매기는 피닉스가 사막이라서 진짜 하나도 볼 수 없고요. ^^ 그리고 여기 여름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 신기하게 참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비둘기는 많아서 지금 집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할 수 있는 새입니다.

 

(사진 출처: pixabay.com)

 

그런데 울동네 비둘기들이 사람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네요. 원래도 도시 비둘기가 겁대가리가 별로 없긴 한데, 울동네 비둘기들은 사람이 지나다녀도 별로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먹이도 아무거나 먹을 수 있으면 다 먹는 것 같고요. 그래서 살이 토동토동. 날개 달린 쥐라는 별명이 정말 딱입니다.

 

첫째가 관찰한 바로는 울동네 비둘기가 유달리 머리가 나빠 보인데요. 머리 진짜로 나쁜 사람을 새머리라고 하는데, 그 새머리의 표본이 바로 울동네 비둘기들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울동네 비둘기 이 녀석들은 자동차가 가까이 와도 먹는 데에 너무 집중해서인지 그냥 가만히 있더랍니다. 차가 진짜 지척에서 지나가도 먹이나 먹고 있고, 차에 치여 납작쿵이 되어 있는 친구가 길거리에 있는데도 그 옆에서 먹이를 찾으며 그냥 있더래요. 울동네 비둘기들이 대범한 건지 정말 덤덤덤인지...

 

상황극으로 만든다면 이런 장면이 될 것 같아요. 동네 비둘기 잭하고 제인이 처음 데이트를 나왔어요. 날도 좋고 땅에 이것저것 먹을 것도 많아 담소를 하며 음식을 쪼아 먹고 있었죠. 슬슬 분위기가 물어 익어 가는데 차가 한대 지나가고 갑자기 쿠궁쿵 소리와 함께 제인이 사라졌어요. 잭은 "제인은 어디 갔지?" 잠깐 생각했다가 옆에 빵가루가 떨어진 것 발견. 열심히 쪼아 먹습니다. 그리고는 "여긴 먹을 게 많구나. 그런데 내가 여기 왜 왔더라?" 이런 분위기.

 

아마도 잭과 제인의 데이트 한 장면? 즐거운 데이트가 되길.... (사진 출처: pixabay.com)

 

먹을 것이 많고 천적이 없으니까 울동네 비둘기들은 더 멍청해지는 것 같아요. 가끔 동네 길양이들이 비둘기를 공격하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심하게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닌 듯하고요.

 

얼마 전 줄기세포와 뇌신경을 전문으로 연구하시는 분께서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강연을 봤어요. 강연에서는 사람 포함 영장류와 지능이 높다는 다른 동물에게만 자기인식 (self-awareness)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둘기 포함 새들에게도 약간의 자기 인식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확실히 새들이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고 생각돼요. 특히나 까마귀, 까치, 블루제이 이 종류들은 정말 영리하죠. 하지만 울동네 팔자 좋은 비둘기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첫째는 동물뿐 아니라 식물을 관찰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요. 참, 둘째도 그렇네요. 요 큰 녀석들은 아빠가 재미로 읽는 식용가능한 야생식물에 관한 책들도 몇 번이고 읽고 또 읽고.... 첫째와 둘째가 이 책들을 여러 번 읽어서 식용가능 야생식물, 그리고 그 야생식물을 어떻게 가공해서 먹는지까지도 많이 알고 있더군요. 아주 책을 외우고 다닙니다. 책의 내용이 재밌다네요.

 

 

큰 아이들 취향이 독특하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취향을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 저는 아이들의 이 독특한 취향이 좋아요. 그리고 식용가능 야생식물을 아는 것과 그것을 가공해서 먹는 방법 등은 아주 실용적인 지식이기도 하고요. 궁금하거나 재밌는 것이 있으면 관련 책을 읽고 인터넷에서 자료도 더 조사하고... 저는 아이들의 이런 습관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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