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막둥이가 그린 국기를 보고 빵~ 터졌어요. ^^

피닉스의 오늘은 다행히 햇빛이 나와서 괜찮았는데 이번주 내내 구름 낀 하늘에 비도 간간이 내렸어요. 늘 햇빛 창창한 것에 익숙한 지라 이렇게 구름 낀 어둑어둑한 낮이 며칠 지속되니까 아주 힘들더라고요. 막 몸이 아파지려고 하는 것도 같았고요. 제가 두껍게 낀 구름과 비로 유명한 시애틀에서 10여 년 살았다는 것을 믿지 못할 정도로 이제 완전히 피닉스에 적응이 되었나 봐요. 역시 저는 적응의 여왕~!

 

이번주가 거의 하늘은 껌껌, 비도 간간하는 이런 날씨여서 아이들이 나가서 놀기도 적합하지 않았죠. 그래서 공부 끝나면 집에서 자기들끼리 이것저것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첫째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아주 맛이 들어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고, 둘째, 셋째, 막둥 넷째는 뭔가에 다른 것에 아주 빠져 있었고요.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피곤해서인지 저는 아이들 공부 끝내고 한 30분쯤 쉬다가 쪼끄만 녀석들이 뭘 하나 궁금해서 살금살금 다가가 살펴봤어요. 가서 보니까 둘째, 셋째, 넷째 요 세 녀석들은 여러 나라 국기와 미국 주의 주기를 그리며 바쁘고 재밌게 놀고 있었습니다.

 

둘째가 주도해서 깃발을 그리고 노는 것이었더군요. 둘째는 이렇게 국기나 주기를 그리는 것을 참 좋아해요. 셋째와 막둥 넷째는 둘째가 하는 걸 보면 재밌고 대단해 보이니까 따라서 즐기고요. 이걸 엄마인 제가 주도해서, "국기나 주기를 한번 그려보자!"라고 한다면 놀이를 가장한 공부가 되는거든요. 그런데 자기들끼리 이리 놀면 진짜 놀이예요.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그리는 것도 개발하고 또 국기나 주기도 기억하고 그렇게 되는 거고요. 저는 아이들이 이렇게 노는 것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아이들끼리 놀 때 제가 전혀 관여하지 않고 녀석들끼리 즐기게 합니다.

 

둘째가 그린 국기와 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앨라배마, 2: 캐나다, 3: 텍사스, 4: 애리조나

 

A4 용지를 4 부분으로 나눠서 간편하게 접을 수도 있게 해 놨습니다. 영특한 녀석~!

 

 

이건 셋째가 그린 국기와 주기예요.

 

1: 애리조나, 2: 백기 (항복할 때 쓰면 됩니다. ^^), 3: 텍사스, 4: 앨라배마

 

둘째처럼 잘 그려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서 셋째 기분이 좋지 않나봐요. 특히 애리조나 주기는 망쳤다고 아주 속상해 합니다. 저는 그래도 셋째 그림이 아주 좋아요. 어린아이들에게는 뭔가 하는 과정을 느끼고 스스로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한 거니까요.

 

아래는 막둥이 넷째의 국기와 주기입니다. 빨간색 하나로 통일해서 그리고 싶어서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구성된 국기 및 주기만 찾아서 그렸더군요. 넷째가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봐요. 따라서 일본 국기를 그린 것에는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일본 국기를 그릴 때 크레용은 빨간색 하나만 필요하고 또 그리기도 쉬우니까...

 

 

막둥이가 그린 것을 보니까 일본 국기(1)도 알겠고, 폴란드 국기(2)도 알겠고, 앨라배마 주기(3)도 보이는데 마지막 하나(4)는 모르겠더라고요. 부엉이가 가운데에 척하니 앉아있는 이 독특한 모양새. 이게 도대체 어느 국기(주기)인지 너무나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막둥이 넷째에게 물었습니다.

 

나: 이건 도대체 어디 국기 또는 주기니? 엄마는 잘 모르겠다.

막둥이: (마치 당연한 것을 엄마가 모른다는 듯한 목소리로) 캐나다 국기예요.

나: (차마 말은 못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그럼 가운데 있는 게 부엉이가 아니라 바로 메이플 잎사귀?!?!?!

 

가운데 척하니 앉아 있는 것은 절대 부엉이가 아닙니다. 메이플 잎입니다.

 

막둥이 말을 듣고 나니까 그제야 메이플 잎같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캐나다 국기라는 걸 깨달으니까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와서 한참 웃었어요. 나중에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왔을 때 이 멋진 막둥이의 캐나다 국기를 보여줬지요. 남편도 엄청 웃더군요. 저는 막둥이의 메이플 잎을 부엉이로 봤는데 제 남편은 한술 더 떠서 박쥐나 날다람쥐, 또는 말린 도마뱀 펴놓은 것 같이 생겼답니다.

 

막둥이의 국기 그림을 보고 캐나다에 사는 분들께서 혹시라도 불쾌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이건 얼마 전 만 5세가 된 아이가 이웃나라 캐나다에 관심을 가지고 캐나다 국기를 혼자서 그려 보려고 노력한 것이니까요. 이렇게 직접 국기를 그리면서 막둥이 넷째는 캐나다 국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아이가 이웃나라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부터가 중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국기 및 주기 그리기는 스스로 교육에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더군요. 제가 잘 그린 둘째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니까 막둥이 넷째가 다가와 이건 앨라배마 주기, 이건 캐나다 국기, 이건 애리조나 주기, 이건 텍사스 주기라고 제게 일일이 설명을 합니다. 와~ 요 녀석이 둘째와 셋째랑 그리면서 국기와 주기를 줄줄 다 기억도 하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도란도란 앉아 국기와 주기를 그릴 때 참고를 한 것은 Merriam-Webster Children's Dictionary입니다. 이 사전이 아주 좋은 사전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공부를 시작할 때 쓸 만은 합니다.

 

 

저희가 아이들이 태어난 워싱턴 주에 지금 살고 있지 않는 게 다행이에요. 워싱턴 주기를 그리는 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보니까 펜실베이니아, 버몬트, 버지니아, 웨스트 버지니아, 위스칸신도 만만치 않네요. ^^

 

 

전에는 첫째와 둘째가 가지고 공부하다가 이제는 셋째가 이 사전을 가지고 공부하는 관계로 아이들 손때와 세월의 흔적이 보여요. 좀 너덜너덜해져가고 있지만 아이들의 추억이 담긴 사전이라 더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사전으로 사용할 뿐 아니라 국기와 주기를 그릴 때 참고도 할 수 있어서 다용도로 도움이 되고 있어요.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