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앨리스” 마지막회를 보고 나서

저는 청담동 앨리스가 왜 그리 속시원하게 할 말을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되는 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속된 말로 된장녀나 꽃뱀 드라마라고 폄하하기도 하던데 제 눈에는 절대 그런 단순한 드라마로 보이지 않거든요.

 

청담동 앨리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입성하고 싶어하는 청담동은 그저 우리들이 사는 현실을 그대로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돈이든 명예든 권력이든 (사실 세가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얻고 싶은 그것을 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상한 나라 청담동으로 비유되는 것이지요.

 

청담동 앨리스에서는 가진 것 없이 노력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은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을 비교해 처음부터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없는자 한세경은 자신을 꽃뱀 취급하던 은수저 신인화에게 대부분의 사람이 현실에서 차마 못하는 말을 대놓고 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사뭇 통쾌했습니다.

 

정의? 정의가 뭔데? 내가 꽃뱀이면 당신은 뭐야? 당신도 그 사람 가진 것 보고 접근했고 비즈니스로 결혼하려고 했던 거잖아?........ 그래서 당신은 정략결혼 할때 우리는 꽃뱀 소리 듣고, 당신은 절대 비난 받을 일 없겠지만 난 비난받고 있다는 거.

 

그런데 은수저 신인화는 정말 sore loser더군요. 경쟁에 지고 그걸 인정할 수 없어 동영상을 여기저기 보여주고 다니더니 한세경과 서윤주에게는 정의실현을 위해서 그랬다는 변명을 합니다. 그런데 그건 정의실현이 아니지요. 장기를 두다가 자기가 지는게 확실하니까 판을 엎고 깽판부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정의실현이면 신인화도 스스로를 은수저 꽃뱀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서윤주가 신인화에게 던저주는 한마디도 멋졌어요.

 

들어가 네 오빠 위로해 줘. 방금 이혼당했거든.

 

어차피 같은 꽃뱀인데 은수저 꽃뱀 앞이라고 기죽을 필요 없지요. 아무리 변명해봐야 신인화는 은수저 꽃뱀이고 거기에 sore loser 타이틀까지 붙었는데요, . ^^ 

 

SBS 화면캡쳐

 

청담동 앨리스에서는 청담동에 속해 있는 일부 사람들도 이상한 나라의 지독한 환상 속에 있더군요. 그 대표적인 인물이 쟝띠엘 샤 차승조라고 할 수 있죠. 이 인물은 자신이 뭘 가졌는지 그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자기는 여타 청담동 사람들과 다른 듯 살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차승조는 단 한번도 청담동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어요. 자기가 선택해 빈곤한 생활을 했지만 무의식 속에는 늘 돌아갈 청담동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사실 그러니까 빈곤한 생활도 선택할 수 있었던 겁니다. 진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이런 선택의 순간조차 주어지지 않겠지만)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아요. ㅠㅠ 그리고 인지하든 않든 빈곤한 생활 중 그림을 사준 그 미스테리 인물이 아버지라는 것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아버지라는 가능성을 무의식적으로 배제했겠죠.

 

자기가 청담동 일족임을 부정하며 다른 부류인 척하는 차승조 같은 환상남 또는 환상녀도 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자신들이 배경이 아니라 순수 능력으로 뭘 혼자 해냈다는 환상을 믿게 되면 그 때부터는 정말 위험해집니다. 그들은 쉽게 이런 논리에 빠져들거든요.

 

봐라! 난 부모도움이나 배경을 하나도 이용하지 않고서도 능력만으로 이렇게 이뤄냈다. 결국 너희 없는 자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세상 탓이 아니야. 다 니들이 못나서지...

 

그런데 이건 아니지요. 청담동족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다른 대우를 받습니다. 학교 같은 또래 공동생활을 하게 되면 이 특별한 대우는 더 확연해지구요. 선생님 그리고 심지어 교장/교감 선생님까지 아이 부모나 뒷배경을 이미 알고 친근감을 보여주면서 자꾸 뭔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그리고 같은 결과물을 만들더라도 청담동족의 아이에게는 아주 잘했어요! 칭찬의 바다가 나가고, 한세경족 아이에게는 그래, 잘했네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청담동족은 배경의 찬란함을 완전히 벗어나 살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세경족의 고단한 삶에 대한 개념이나 실질적인 이해가 생길 수 없습니다.

 

물론 좋은 배경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타고난 복입니다. 하지만 청담동 환상남/환상녀가 지금 벌어지는 현실을 부정하면서 열심히 살아도 겨우 평범에 맞춰 살거나 그 조차 힘든 사람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청담동족과 한세경족은 그 출발선부터 다르거든요.

 

1,000m 달리기를 한다고 했을 때 청담동족은 결승선 바로 30cm 앞에서 출발하면서 그마저 잘못하면 업고 대신 달려줄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세경족은 출발점에서 시작하는데다 어떤 때는 딸린 식구들, 학자금 융자라는 짐까지 매달고 달려야 합니다. 절대 공정한 게임이 아니죠. 저는 그래서 청담동 앨리스 결말에서 환상남 차승조가 현실을 직시하는 부분이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세경도 자신의 방법으로 사랑과 배경을 얻게 되는 것도 좋았구요. 비록 이 또한 현실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긴 하지만요.

 

SBS 화면캡쳐

 

신분상승을 원하는 여자가 드라마의 주제가 되면 상당히 껄끄럽게 느끼는 의견도 많이 있었을텐데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살려 드라마를 만들어준 작가, PD,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남자 여자 상관없이 대부분 사람들이 이력서에 쓸 학력 또는 이력 하나 더 만들고, 힘있는 사람과 줄을 대는데 사활을 걸고, 또 더 좋은 배경의 배우자를 만나고자 하는게 명백한 현실인데도 이것이 신분상승을 원하는 여자의 모습으로 그려지면 갑자기 일부 불편해 하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솔직히 우리가 사는 현실 이 자체가 이상한 나라 청담동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 대부분이 진짜 현실을 알면서도 눈을 반쯤 감고 알고도 모르는 척 또는 이 현실을 부정하면서 사는지도 모르니까요. 현실을 꼭! 찌른 멋진 청담동 앨리스, 결말도 아주 멋지게 끝났습니다.

 

※ “청담동 앨리스”의 사랑과 성공은 대다수 사람들이 추구하는 물질적인 것입니다. 이 사랑과 성공은 부처처럼 마음을 비우고 부유하지 않아도 만족하며 사는 그런 모습이 아닙니다. 저는 한세경이 다른 청담동족과 어울리며 살기에 많은 장애가 있을 거라 봅니다. 우선 동영상 사건으로 “꽃뱀”으로 찍혔거든요.

 

드라마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끝나지만 현실의 한세경이 청담동에서 살아가려면 꽃뱀 취급하는 청담동족의 집단 왕따를 우선 극복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늘 마음 한구석 의심이 남아있을 차승조와 사랑을 유지하며 성공까지 이뤄야 한다는 큰 부담감이 있겠지요. 하지만 그녀는 똑똑하고 현명하니까 잘 해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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