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행어사 (新暗行御史, Blade of the Phantom Master)

미국에서는 영화/드라마 사이트 Netflix를 통해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여러 작품을 보기 참 좋죠. 유료 사이트긴 하지만 여러 국가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어서 저희는 계속 회원으로 남아 있습니다. 미국 거주자들이라면 Netflix 많이들 가입해 있을 거예요. 남푠님은 일본 애니메이션도 즐기는데 요즘은 제 아이들 4명도 여기에 합세해서 다섯명이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보고 있네요. 남푠님 취향과 수준이 아이들과 비슷한 듯... ^^ 그런데 일본 애니메이션은 내용상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것이 많아서 남푠님이 아이들에게 소개하기 전에 미리 적절한지 여부를 한번 쭉 훑어 봐요. 오늘도 아이들 재우고 남푠님이 아이들 볼 만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나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걸 하나 발견했습니다.




"신암행어사", 영어제목은 "Blade of the Phantom Master"이구요. 남푠님이 일본 애니메이션인데 한국어가 나온다고 막 불러서 달려가 봤는데 진짜예요. 배경은 가상의 세상인데 주인공은 문수(아마 그 유명한 박문수의 문수겠죠)가 가상의 나라 "쥬신"의 암행어사란 비밀요원이였어요. 여기서도 암행어사는 왕의 특사로 탐관오리를 처벌하는 요원이기에 이 부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암행어사와 동일합니다. 그런데 쥬신이 멸망하게 되고 마지막 암행어사인 문수가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돕는다 뭐 그런 이야기 같아요. 여기에 등장인물들은 한국의 설화, 전설, 역사인물들의 이름을 따와서 마구마구 섞었네요. 춘향도 있고 방자도 있고 아지태도 있어요. 여기서는 춘향이가 칼을 엄청 잘 쓰는 미녀 무사예요. ^^


"암행어사 출두요~!"

영어 더빙에서는 "Amhen Osa Stands Before You!"

암행어사의 상징 마~패. 저도 하나 갖고 싶군요.




2004년 작품으로 작품명과 등장인물들은 한국어인데 분위기는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감독은 일본 감독 시무라 조지구요.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은 윤인완(스토리) & 양경일(작화) 합작인 동명의 만화책 시리즈라고 합니다. 일본 월간 선데이 GX에 연재되었었구요. 총 17권, 공식 가이드북 1권, 외전 1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평도 좋았고 판매도 권당 20만부로 좋은 편이였다고 하네요.




남푠님은 제 등뒤에서 한국적인 내용이 가미된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수성에 매료되어 정신이 없네요. 저는 이런 애니메이션류를 좋아하지 않아서 인터넷 뒤져 관심있는 것 읽으며 등뒤로 소리만 듣고 있어요. 저는 "언어의 정원"류를 선호하거든요.




그런데 영어로 더빙한 미국판은 암행어사, 문수, 춘향, 아지태 등을 발음하는 게 정말 재밌습니다. 그거 있잖아요. 미국인이 한국어 발음을 할 때 발음도 그렇지만 강세를 독특하게 줘서 묘하게 들리는 바로 그것. 영어 더빙에서도 그래요. 문수, 춘향, 아지태 이름을 발음할 때는 과히 나쁘지 않은데 암행어사 단어를 발음할 때는 이거 귀엽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예요. 성우들이 암행에서 부분에 독특한 강세를 주더라구요. 암핸(행)오사 또는 암매노사 뭐 비슷하게 들리지만 성우들이 나름 노력은 한 것 같아요. 어쨌든 귀여워서 웃음이 나옵니다. 가끔 선비나 상도라는 단어도 나오는 등 한국어가 불쑥 튀어 나오기도 하구요. 그럼 남푠님은 지금 들은 단어가 한국어인가 흥분해서 다시 돌려서 들어보고 신나합니다. "찾아 듣는 재미가 있다!" 분위기.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한국의 민화, 설화, 역사의 인물들을 다 심하게 뒤죽박죽 섞어서 별로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한국보다 일본만화의 느낌이 강하구요. 그래도 저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심취한 사람들이 많은 미국 대중문화에 한국적 소재, 특히나 암행어사란 소재와 한국적 등장인물이 소개된 것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거기에 애니메이션 제목도 한글로 "신암행어사"라고 떡하니 크게 써줘서 소재가 한국 것이고 원작자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볼 만한 내용은 아니네요. 남푠님만 보고 쫑~하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남푠님이 더 신나 보이는 군요. 이민오기 전 어릴 때 한국에서 "암행어사 박문수"를 즐겨 읽었던 기억이 나서 더 재밌어 하는 것도 같구요. 등장인물들 중에서 "춘향전" 내용도 잘 기억해서 춘향과 방자는 이해하는데, 아지태는 생소해서 제게 묻습니다. 하긴 아지태는 한국분들 중에도 누군가하고 가물가물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아지태는 누구야?


신라말 한반도가 다시 갈라지고 혼돈했을 때 궁예가 후고구려(태봉)를 세웠는데 궁예의 부하였어. 아지태는 궁예를 몰락으로 이끌게 한 주요 간신이야. 뭐 이런 간신과 궁예의 심리적 두려움 등이 궁예를 정신병적으로 점점 악화시켜서 폭정을 하게 되었구. 결국 궁예의 부하 중 하나였던 왕건이 궁예를 몰아내고 고려를 창건하게 돼.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에서도 아지태가 악당으로 나오는 것 같아.


그런데 처음에 아지태 하니까 유명 배우 유지태가 먼저 떠올랐었다는.... 크윽~! 약간 당황스럽긴 했지만 차분히 기억을 더듬어 역사 속의 아지태를 찾아냈습니다.


아지태하는데 왜 이분이 먼저 떠올랐을까요???



아무튼 미국 영화 전문 사이트 Netflix에서 "신암행어사"를 찾은 것처럼 가끔 생각지 않은 곳에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면 그 재미가 솔솔합니다. 특히 제 남푠님은 정신없이 보고 있네요. 지금 함께 보자고 자꾸 졸라서 저도 이만 애니메이션 감상하러 가야겠어요. 이런 애니메이션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휴~ 긴 시간이 되겠군요. 그럼 저는 남표님 성화에 못이겨 이만 블로그 퇴장~


* 사진출처: Google Images & Daum


P.S.

이건 재미로 하는 말입니다. "신암행어사"의 영어제목이 "Blade of The Phantom Master"로 직역하면 유령 사부(대가)의 칼날입니다. 그런데 암행어사 문수는 칼을 사용하지 않아요. 총과 폭탄만 씁니다. 웃긴 건 문수 뺀 다른 인물들은 칼을 사용한다는... 그래서 왜 Blade란 단어를 제목에 썼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평이 있습니다. 암행어사 문수는 총과 폭탄을 쓰는데 무슨 칼날이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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