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들려주는 전래동화 - 호랑이와 곶감
- 노라네 이야기
- 2014. 7. 17. 07:04
세째(만 7세)가 예전부터 늘 데리고 노는 짝꿍인형이 있어요. 이름은 타이그리스(Tigress). 이름에 별다른 뜻은 없고 그냥 단순히 암컷 호랑이란 뜻이예요. 세째가 타이그리스를 데리고 놀고 있는 걸 보니까 갑자기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를 해주고 싶더라구요. 이 이야기는 예전에 첫째랑 둘째가 아주 어렸을 때 가끔 해줬었지요.
감이 영어로 persimmon이예요. 따라서 곶감은 dried persimmon이죠. 세째가 감이나 곶감을 본 적이 없어서 곶감에 대한 아이디어가 전혀 없으니까, 우선은 간단한 사전설명이 필요합니다. 곶감은 건포도처럼 말린 과일이고 크기는 건포도보다 훨~얼씬 크다고 손으로 대충의 크기를 보여 줬습니다. 감 자체가 귤 정도 크기니까 말려서 쭈그러 들어도 어느 정도 크기는 있다구요. 그리고 예전에는 간식거리, 특히나 단맛나는 것이 거의 없을 때라서 이 곶감이 아주 인기가 많았다고도 설명을 해줍니다. 이런 사전 설명이 있어야 세째가 "호랑이와 곶감"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거든요.
엄마의 원맨쇼 "호랑이와 곶감"을 위한 세트를 준비하고 공연시작. 공연세트는 세트라고 하기에도 정말 허접하지만 부족한 시간과 제작비 등 열악한 제작환경을 극복한 것이니 이해해 주시와요. ^^
이분이 주인공 위풍당당(?) 호랑이 (타이그리스 분)
겨울이라 사냥감도 마땅치 않아서 산속을 어슬렁 거리고 돌아 다닙니다.
결국 산에서 내려와 민가로 소잡아 먹으러 갑니다.
우는 아이와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대화를 문 밖에서 엿듣는 호랑이
우는 아이를 달래는 사람으로 엄마를 설정했는데 일부에서는 엄마 대신 할머니가 등장하지요.
엄마는 로마병사 그리고 아이는 레고 꼬마가 연기했습니다.
저희 집에는 망아지 장난감은 엄청 널렸는데 소는 한마리도 없네요.
그래서 막둥이의 짝꿍인 사자 리오(Leo)가 소로 특별 출연했습니다.
리오가 사자의 습성을 버리고 소로 완벽한 빙의! 대단한 연기력의 소유자예요.
문제의 소도둑(용사냥꾼 기사 분)이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용사냥꾼 기사가 구렛나루도 덥수룩한게 소도둑 포즈가 나긴 합니다.
우는 아이도 뚝 그치게 하는 곶감의 위력에 놀란 호랑이는 소우리쪽으로 가고...
곧 소도둑과 만나게 되겠군요.
소도둑을 등에 매달고 놀라서 도망가는 호랑이.
호랑이 생각, '곶감이 젤로 무서워요~!'
소도둑 생각, '무슨 소가 이렇게 미친 듯 달리는 거지?!?!?!'
공연을 마친 후 타이그리스와 리오의 다정한 포즈
티거(Tigger)도 있는데 자기도 호랑이라고 함께 사진 찍고 싶다네요. 그래서 함께 찰칵~!
다음엔 티거 너를 주연으로 써주마.
세째의 집중이 대단하네요. 너무 재밌어 해요. 특히 소도둑이 소인줄 알고 호랑이 등에 척하니 올라 탔는데 호랑이가 곶감인줄 알고 미친 듯 달려가니까 소도둑도 대롱대롱 딸려갔다는 부분에서는 웃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여기에는 엄마인 저의 탁월한 연기력(^^)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대학교때 연극공연도 했어요. 이래 봬도 과거 연극배우?) 세째가 너무 재밌어 해서 이 폭발적인 성원에 힘입어 앵콜공연을 결심했습니다. 이번엔 막둥 네째(만 4세)도 불렀어요. 첫째와 둘째에게도 (만 12세 & 만 9세) 볼 꺼냐고 물으니까 첫째는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고 둘째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둘째만 앞에다 앉혔습니다.
자~ 앵콜공연 시작. 세째는 여전히 좋아하고 막둥이는 아직 재미가 없는 눈치. 둘째에게는 약간 유치한 이야기. 뭐 그런 분위기입니다. 딱 세째 수준의 이야기예요. 세째는 저와 코드가 잘 맞는 듯.
날 닮았구나. 기특한지고... ^^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아이들 4명 다 데려다 놓고 한국 호랑이의 사진을 보여줬어요. 막둥이는 별로 관심이 없어 금방 쪼르르 사라지고 첫째, 둘째, 세째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셋만 데리고 사진과 이야기가 풀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해 준 한국 호랑이에 대한 설명은 아래 정도입니다.
* 한국 호랑이의 경우는 20세기초 무차별 포획으로 멸종되었다. 그런데 소수 한국 호랑이가 남아 있는 정황이 포착되어서 존재여부가 논란 중이다.
* 한국 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의 별종으로 보는데 시베리아 호랑이가 인도의 벵골 호랑이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 엄마와 아빠의 조상님, 즉 너희들의 조상님들이 한국에서 이 호랑이들과 함께 살았다. 따라서 호랑이는 한국인에게 있어 두려움, 영험함, 친근함 등 복잡한 감정을 주는 동물이다.
어흥~ 나는 호랭이다!
이번엔 감, 감나무, 곶감 말리는 모습, 곶감 등도 보여줍니다. 곶감의 하얀 백분은 곰팡이가 아니라 당분이 빠져나와 마른 것이라는 설명도 해줬어요. 아이들이 괜히 이상한 음식이라고 생각할까봐서요. 참, 곶감의 백분이 기관지에 좋다네요. 그리고 이 백분이 성인 남성분들에게도 좋다니까 남성분들은 많이많이 드시어요. 백분이 없는 밤색 곶감은 반건조한 것이랍니다.
감은 이리 생겼고....
이분은 잘생긴 감나무
일본의 곶감 말리는 곳 같은데 한국 곶감 말리는 사진을 쉽게 구할 수 없어서 이 사진 올렸습니다.
한국 호랑이 및 감, 감나무, 곶감 등의 사진을 보여줬더니 첫째는 이제서야 깊은 관심을 보입니다. 역시 연령대별로 관심분야가 달라요. 엄마의 원맨쇼 "호랑이와 곶감"에 폭발적 반응을 보인 세째는 곶감을 꼭 먹어보고 싶대요. 글쎄, 보통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은 아닌 것 같은데.... 저는 어려서부터 감이나 곶감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어른들은 자꾸 맛있다고 먹으라고 하시는데 저는 입에 맞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지금은 미국 이민와서 접하기 어려워서 그런가 먹고 싶다는 생각도 좀 듭니다.
구글에서 관련 사진을 찾아 보다가 보니까 영문으로 된 "호랑이와 곶감"도 있더군요. 보통 엄마나 아빠가 혼자 원맨쇼를 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영어권에 사는 가정에서 혹시나 책으로 된 것에 관심있으시면 아마존에서 아래 자료를 찾아 보세요.
아마존 찾아가기: The Tiger and the Dried Persimmon
첫째가 이 표지의 호랑이가 좀 독특하게 그려졌다고 그러네요. 역시 눈썰미가... ^^
위 그림은 한국 전통 호랑이 민화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것 같다고 이야기 해줬어요.
민화 속 호랑이는 친근한 듯하며 해학적인 모습까지도 가지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요.
호랑이 등에 매달린 소도둑 부분이 세째를 제일 신나게 하는 부분입니다.
지금 상황은 곶감 때문에 "호랑이 살려!"인데 나중에 소도둑이 더 놀라게 될 것 같다는...
* 일부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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