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전, 오늘은 꼭 먹고 말꺼야~!

제가 전, 부침개, 튀김 이런 걸 아주 좋아해요. 그런데 지금 사막 피닉스에 오랫만에 단비가 촉촉하게 내려서 그런가 더 전이 당깁니다. 전을 부칠 재료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이리저리 부엌과 광을 헤맸는데 집에 있는 재료로 당장 만들기에는 야채전이 최적의 후보가 되겠더군요. 지난주였던가 제가 요리를 맛갈지게 잘하시는 영심님 블로그에서 참치 깻잎전을 보고 입맛을 다신 적이 있어요. 오늘 그것도 먹고 싶었지만 집에 캔 참치도 없지, 더더구나 깻잎은 한장도 없지... 참치 깻잎전은 여건상 당장 만들기가 어려운 상황이네요. 하지만 저는 있는 재료로 야채전이라도 만들어 먹으며 이 지독한 "전" 사랑을 오늘 반드시 풀어야 합니다.


저 오늘 야채전 꼭 먹어야 해요... ^^



우선 마땅한 재료들을 찾기 위해 냉장고와 광을 뒤져 넣을만한 것들을 모두모두 다 집합시켰습니다. 감자 약 6개, 당근 약 4개, 호박 1개, 양파 1개, 세라노 고추(serrano peppers) 4개, 파 한단(대파보다 얇고 쪽파보다는 두꺼운 미국파). 이렇게 재료를 집합시킨 후 재료에 따라 다르게 강판에 갈 것은 갈고, 채썰 것은 썰고, 그러면서 준비를 했어요. 진짜 혼자 난리를 쳤습니다. 이게 모두 푸드 프로세서로 갈면 편한데 그렇게 하면 나중에 전을 부쳤을 때 맛이 별로거든요. 재료에 맞춰 준비를 달리하면서 머릿속에 든 생각은, '내가 이걸 하고 있다니... 미쳤군.' 이죠. 하지만 한번 시작했으니까 중간에 멈출 수도 없고 오늘 저는 야채전으로 끝을 봐야 합니다.


저는 부침가루를 따로 쓰지 않아요. 부침가루 대신 밀가루와 달걀을 주재료로 넣고 소금간 해서 그렇게 만들죠. 기분에 따라서 녹말가루 넣을 때도 있구요. 감자를 넣게 되면 녹말가루는 따로 넣지 않습니다. 이번엔 야채를 많이 넣었더니 밀가루와 물을 넣기 전인데도 그 양이 상당하더군요. 야채가 많이 들어갔으니까 달걀도 인심 후하게 8개 넣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인심이 후한 이유는? 저랑 가족이 먹을 거니까.... ^^




양이 많아서 손으로 다 재료를 섞어줘야 했습니다. 하늘하늘 가려린(?) 손을 척 들어 재료들을 모두 섞었더니 아래 모습. 반죽한 양을 보니까 많은 야채전을 부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기는 한데, 한편 저걸 언제 다 부치나 해서 걱정도 좀 되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식구가 많은 집이라 한번 만들면 많이 만드는 게 좋거든요. 어차피 만들기로 했으니까 일 한번 해보는 거죠.




야채전 하나 당 지름 한 10cm정도로 해서 팬에 올리고 부치기 시작합니다. 이 크기가 아이들이 먹기 딱 좋거든요. 야채전이 지글지글 부쳐지는 걸 보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요. 나도 곧 야채전을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첫번째 나온 야채전은 아무도 부르지 않고 또 누구한테도 주지 않고 조용히 저 혼자 열심히 먹어줬습니다. 초간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고 간이 딱 좋으니 맛있네요.


부쳐진 야채전을 몇개 모아서 큰 접시에 올려 봤어요. ^^



전이 부쳐질 때마다 아이들 작은 개인접시에 하나씩 올려서 줬지요. 아주 맛있게 먹네요. 초간장은 아이들 각자 원하는 바에 따라서 야채전 옆에 따로 조금 주거나 야채전 위에 살짝 올려줬구요.




막둥이는 잘라 달라고 해서 잘라 줬습니다. 먹기 시작한 다음에 찍었더니 야채전 조각들이 춤을 춥니다. 이름하여, 춤추는 야채전~!




이것은 제가 먹을 것. 초간장을 옆에 살짝 두었어요.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큭큭.




야채전을 부치자 마자 너나없이 달려들어서 가져다 먹고 또 부치고... 결국 반죽을 다 부쳤습니다. 제 스스로도 너무나 장해요. 아이들이랑 질리도록 먹고, 또 퇴근한 남편에게도 콧소리 넣어 애교와 함께, "서방님, 드시어요~!" 하면서 한 4 개정도 줬는데도 많이 남았어요. 많이 남아서 내일 한끼 식사로 먹어도 충분할 정도입니다. 두끼 해결! 오랫동안 서서 열심히 거대한 야채전 반죽을 모두 지지고 부친 보람이 있습니다. 또 스스로 장해서 어깨를 토닥토닥. 그러고 보면 제가 요새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신났네요.


질리도록 먹고도 이 만큼이나 남았어요. 내일 한끼 해결~!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