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벨과 틸러묵 아이스크림 - 역시 사람 입맛은 비슷해요.

지난 4월 5일 부활절을 즈음해서 블루 벨 아이스크림(Blue Bell Ice Cream)이 피닉스 여러 마트에서 대대적인 할인을 했었어요. 그런데 부활절이 지나자마자 블루 벨 아이스크림의 리스테리아균(Listeria monocytogenes) 오염 소식이 전해졌고 제품회수(recall)가 되었습니다. 블루 벨 아이스크림의 제품회수가 시작되었을 때 저희는 샀던 아이스크림 4통을 다 먹은 상태였어요. 이미 다 먹은 다음이라서 제품회수를 하고말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식구 중에서 아이스크림 먹고 아픈 사람은 하나도 없었구요.




2015년 4월 20일 현재까지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보도에 의하면, 미국 4개 주에 걸쳐 블루 벨 아이스크림에 인한 10명의 리스테리아균 감염환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애리조나에서 1명, 캔자스에서 5명 (이중 3명 사망), 오클라호마에서 1명, 텍사스에서 3명이 발병해 병원치료 중이구요. 그런데 이상한 건 CDC에서 리스테리아균 감염환자 발생 시기를 2010년 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5년간으로 잡아 놓고 있는 점이예요. CDC에서 왜 이번 리스테리아균 오염 사건을 이번 2015년 1월 발병 경우가 아닌 2010년부터 지난 5년간의 총 발병 환자수로 발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총 10명이 발병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 리스테리아 


리스테리아에 대해서 글을 올리면 리스테리아균에 의한 감염이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저한테 묻는 분들이 꼭 계세요. 직접 자료를 찾는 것 보다 저한테 묻는게 더 편해서 그러신 것 같긴 한데... 그래서 이번엔 그런 질문에 미리 대비해 리스테리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아래에 붙였습니다.


리스테리아균(Listeria monocytogenes) 감염에 의한 병을 리스테리아증이라 부르는데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음식물 섭취로 감염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흔하게 발병하는 병은 아니구요. 리스테리아증은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가금류나 육류 생고기, 생우유, 치즈, 또는 잘 씻지 않은 채소 등을 먹으면 감염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균에 오염된 생고기를 요리하면서 사용한 주방도구나 오염된 생고기를 취급하고 제대로 손을 씻지 않으면 이를 통해서도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되기도 합니다.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되면 열이 나고 근육통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구토, 설사 같은 식중독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고, 열이 나면서 한기를 느끼는 독감같은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구요.


리스테리아증은 오염된 음식을 먹은 후 몇 일 또는 어떤 경우에는 몇 주 후에도 발병합니다. 리스테리아균은 면역력이 약한 노인, 병자, 임신부, 신생아에게 특히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리스테리아증은 패혈증, 수막염, 뇌염 등으로 악화될 수 있고, 임신부의 경우에는 유산, 사산, 조산, 그리고 태아와 신생아에게는 영구적 장애 등의 위험을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읽다보면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데 걸리는 경우도 드물고, 또 이런 질병에 대한 설명들은 대부분 최악의 증세까지 언급합니다.)



이 리스테리아균 오염 사태가 블루 벨에 큰 여파가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아직까지도 블루 벨은 공장 가동을 전면 중지하고 세척에 힘쓰고 있다는 소식을 읽었거든요. 리스테리아균 오염사태가 일어났으니 당연히 블루 벨에서는 제품회수 조치를 하고 공장 세척을 해야지요. 그게 기본적인 기업윤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여전히 블루 벨 아이스크림의 맛에 대한 그리움을 버릴 수 없고... 그래서인지 지난주에 마트에 갔더니 블루 벨 아이스크림 전용 코너에 오레건 주 틸러묵(Tillamook, OR)에서 생산되는 틸러묵 아이스크림(Tillamook Ice Cream)이 자리를 채우고 있더군요. 애리조나 피닉스 마트에서는 보통 틸러묵 아이스크림을 거의 취급하지 않았었거든요.


기본적인 기업윤리

제가 위에서 제품에 오염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량회수하고 공장세척에 힘을 쓰는 것을 기본적 기업윤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윤리도 있겠지만 미국 기업들이 알아서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법과 법원의 판단, 그리고 비윤리적 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매운동이 정말 두렵기 때문입니다. 리스테리아균 오염 사태를 알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는다면 해당 기업은 추후 엄청난 민사 소송에 휘말릴 거예요. 그리고 해당 기업의 제품이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되어 소비자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체하고 은폐를 시도하면 이때부터는 범죄 행위가 되구요. 그럼 해당 회사는 소송으로 피해자들에게 천문학적 손해 배상금 + 괴씸 배상금은 물론, 회사의 관련자들은 형사상 처벌로 감옥에 가야 합니다.


(사진출처: Google Images)

위 아이스크림들이 다 맛있지만 오레건 딸기(Oregon Strawberry)는 특히 맛있어요.



지난 2월 피닉스 근교에서 개최한 49회 슈퍼볼 바로 전에 제가 블로그에서 블루 벨 아이스크림이 아주 맛있다고 소개한 적이 있어요. 블루 벨 아이스크림을 소개하면서 미국 북서쪽에서 제조/판매되는 틸러묵 아이스크림도 맛있다고 함께 소개했었지요. 미국 오레건 주, 워싱턴 주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 일부에 사는 분들은 이 틸러묵의 아이스크림 및 다른 유제품을 잘 아실 거에요. 틸러묵에서 나오는 유제품들이 맛있어서 유명하거든요. 역시 사람들 입맛은 비슷한가 봐요. 블루 벨과 견줄만한 맛있는 아이스크림으로 제가 소개했던 틸러묵 아이스크림이 이제 떡하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아님, 혹시 제 블로그를 미국 유통업체 관계자가 읽은 것일까요??? 그런데 미국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모를테니 그 가능성은 아주 희박.)




저희가 자주 가는 마트에서 블루 벨이 이미 틸러묵으로 대체된 것을 확인했는데, 이번주 우편으로 온 다른 마트의 전단지를 보니까 여기서도 블루 벨 대신에 틸러묵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틸러묵에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은 블루 벨 1/2 Gal(1.89 L)보다 작은 크기 1.75 qt.(1.66 L)예요. 1.75 qt.가 할인가로 $3.99(약 4,400원)이면 틸러묵 아이스크림으로는 좋은 가격인 편입니다. 그런데 이 마트에 거의 가지 않아서 사지는 않을 것 같아요.




조만간 블루 벨 아이스크림의 리스테리아균 오염사태가 모두 수습되고 다시 마트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상으로 블루 벨 아이스크림을 그리워하는 1인의 이바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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