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에서 놀라거나 인상깊은 것들 – 먼지 폭풍
- 노라네 이야기
- 2011. 7. 8. 04:04
어제는 난생 처음으로 먼지 폭풍(dust storm, 한국어로는 모래 폭풍)을 만났습니다. 피닉스 남동부 사막지역에서 몰려오기 시작한 먼지 폭풍은 엄청난 높이의 벽을 만들면서 피닉스 쪽으로 왔습니다. 저녁 7시쯤인가 TV를 보는데 긴급뉴스로 먼지 폭풍이 오니까 외출을 자제하고 운전시 폭풍을 만나면 차를 안전한 갓길에 세우고 라이트를 끈 채 차 안에서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라고 조언하더군요.
먼지 폭풍이 몰아칠 때는 가시거리가 워낙 짧아서 도로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운전하는 것보다는 안전한 갓길에 세워두는 것이 좋겠지요. 정차시 라이트를 꼭 꺼야하는 이유는 라이트가 켜 있으면 운전 중이던 다른 차가 정차 중인 차를 주행 중인 차로 오인하고 뒤 쪽으로 운전해 와 들이박을 수 있거든요. 아무튼 잘 보이지 않으니 엄청 주의해야 합니다.
피닉스 뉴스를 보니 이 먼지 폭풍을 하붑(haboob)이라고 표현하더군요. 하붑은 아랍어로 집중적인 모래/먼지 폭풍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주로 사하라 사막이나 사막지대인 중동지역에서 발생하는데 미국에서는 애리조나 피닉스 근처에서도 가끔 발생합니다. 저희가 그 대단한 하붑을 어제 만난겁니다. TV를 보니 엄청난 먼지 벽이 무섭게 도시 쪽으로 다가 오고 있었습니다. 다행이 하붑이 피닉스 남부지역을 통해 빠져나가서 저희 집 쪽은 하붑의 가장자리만 스쳤답니다. 그래도 바람이 상당히 세더군요.
사진출처 abc 15 Phoenix
하붑이 다가오던 때가 저녁 7시경이라서 이미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지만 아직 햇빛이 좀 남아있었는데, 저기 남쪽에서부터 껌껌해지지 시작하더니 강한 바람에 나무들이 마구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꼭 태풍을 보는 것 같더군요. 한 20~30분간 이렇게 센 바람이 불더니 다시 무슨 일이 있었냐 싶게 고요해지고... 신기합니다.
하지만 먼지 폭풍 하붑을 너무 무섭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물론 밖에서 미처 피하지 못한 채 하붑을 만나면 정말 다른 이야기겠지만요...). 제가 하붑을 겪어 보니 역시 아주 강한 바람이 부는 태풍이나 블리자드라고 불리는 눈보라와 비슷합니다. 다만 바람에 쓸려 함께 날아다니는 것이 비나 눈 대신에 먼지인 것이지요. 폭풍 중에 창 밖을 보니까 먼지가 엄청 빠르게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들어보니까 이번 피닉스를 지나간 하붑의 먼지 벽은 최고 1.5 miles (2.4 km)까지 올라갔고, 그 벽의 길이가 50 miles (80 km)까지 되었답니다. 그리고 바람은 시속 60 mile (97 kph)까지 되었다고 보도하는군요. 일부에서는 하붑의 벽 길이가 100 miles (161 km)까지도 되었다고도 합니다. 위의 숫자만 보면 좀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것 같지만, 먼지 폭풍이 몰아치는 동안 집안에 있으면 그렇게 나쁘다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참 대자연은 경이로와요. 하지만 이 경이로운 대자연의 현상 덕분이 피닉스 지역의 9,400 정도의 가구 전원이 끊겼답니다. 한창 더울 때인데 힘들겠어요. 피닉스에 30여년 이상 사셨던 분들도 이번 하붑은 정말 대단했다고 표현합니다.
하붑이 지나간지 한 3시간 후, 이번에는 북서쪽에서 몬순(monsoon)에 의한 비구름이 몰려와 번개도 좀 쳐주고 소나기도 한 10분간 내렸답니다. 소나기 덕분에 먼지 폭풍 하붑이 몰고온 공기 중의 먼지가 씻겨나가서 오늘 아침 공기가 상당히 깨끗하게 느껴집니다. 피닉스의 기상현상은 참 흥미롭습니다. 점점 재밌어지네요. ^^
* 2012.12.15. 추가
윗 글은 작년 여름 7월, 난생처음 먼지 폭풍(모래 폭풍)을 접하고 쓴 글입니다. 작년 7월 먼지 폭풍은 정말 대단한 녀석이였습니다. 다행이 올해는 조그만 먼지 폭풍만 있었을 뿐, 작년같은 이런 심한 먼지 폭풍은 불어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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