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 잡다한 연예부
- 2011. 7. 23. 10:34
피닉스에 이사와 이제 자리도 잡아가고 해서 넷플렉스를 통해서 다시 영화를 빌려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Tangled”를 (한국에서는 주인공 이름을 따서 “라푼젤”로 개봉했군요) 빌려서 신나게 봤고, 저와 남편은 아이들을 다 재우고 조용하게 "The Adjustment Bureau"를 봤습니다. “Tangled”는 제 아이들이 엄청 키득거리면서 재밌게 보던데, 저는 다른 일을 하느라고 바빠서 같이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리뷰를 쓸 수 없겠네요. 제 아이들이 아주 재밌다고 하는 것을 보니까, 자녀들이 있으신 분들께 추천할만한 영화같습니다.
한국에서는 "The Adjustment Bureau"의 제목을 “컨트롤러(Controller)”라고 변경을 하셨군요. 물론 사람의 인생을 조정하려는 존재들이 있는 것은 맞지만, 제 생각에는 이 개명이 이 영화의 느낌을 그렇게 잘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The Adjustment Bureau"는 기대한 것 이상으로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인간의 인생에 끼어들어 약간의 수정으로 인생과 세상을 변경시키는 어떤 존재들과 그에 맞서는 한 인간, 데이빗 노리스(David Norris - 맷 데이먼 Matt Damon)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데이빗이 사랑하는 여인 엘리스(Elise - 에밀리 블런트 Emily Blunt)와 맺어지는 것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어떤 세력들이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인 "The Adjustment Bureau"입니다.
The Adjustment Bureau를 “인생 수정 담당기관” 정도로 이해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요원들은 “회장님(the Chairman)”의 지시로 인간들의 인생을 수정/조정하고 회장님이 이미 써 놓은 인생의 길로 따라가도록 상황을 만들어 갑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회장님이라고 하니까 꼭 옛날 한국의 코미디 프로에서 “회장님, 회장님” 하던 것이 생각나서 약간 웃음이 나오더군요. ^^ 이 영화에서는 그 “회장님”의 존재를 확실히 밝혀두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느낌이 회장님은 유태교/기독교적인 “신”, 그리고 기관에서 일하는 요원들은 “천사” 정도로 이해됩니다.
살벌하고 무서운 요원과 대화 중인 데이빗
동정심 많은 좋은(?) 요원
이 영화는 “인간의 의지와 적극적인 노력으로 인생을 바꿀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에서 계속되는 장애에도 본인이 적극적인 돌파의지로 뚫고 나간다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점은 참으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걸리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사람은 쉽게 얻지 못하는 소위 “요원”의 도움을 데이빗 노리스는 받게 되거든요. 영화에서 확실히 표현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 예를 들어 데이빗의 아버지나 형은 이런 식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계속되는 장애에 좌절해서 인생을 그들의 방법으로 포기했거든요. 하긴 데이빗의 적극적인 극복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한 “요원”의 마음을 움직여 도움을 받게 되었다고 설명할 수도 있겠네요.
데이빗 노리스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으로 대단한 힘을 가진 "The Adjustment Bureau"의 방해를 극복합니다. 여기서 그가 사랑한 여인 엘리스의 데이빗에 대한 믿음과 신뢰도 이 극복의 절대적인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중간에서 원래 쓰여진 데이빗 노리스의 인생은 현재 요원들이 이끌려고 하는 방향과 반대였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그렇게 본다면 데이빗과 엘리스에게 벌어졌던 그 모든 일들이 “회장님”의 시험이였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런 개념은 참으로 기독교적입니다.
한편으로 이 영화에서는 물론 회장님이 인간의 인생을 이미 써 놓았지만, 확실히 정해진 바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그래서 요원들이 쓰여진 대로 따라가도록 수정하는 것이지요. 그리 본다면, 인간 개개인은 매 순간 인생에 펼쳐질 수 있는 많은 가능성 중의 하나를 선택하고, 계속 이런 식으로 인생을 이어나간다고 볼 수 있겠군요. 물론 “요원”들이 “회장님”의 지시로 인간의 인생에 관여하지만 결국 어떤 인생을 사느냐는 개인의 몫입니다. 이런 개념은 또 노장사상이나 고대 철학과도 연결되는 것 같네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인생과 인간의 의지의 중요성에 대해 또 생각하게 되더군요. 영화를 보고 한동안 남편과 함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생각 운동(mental exercise)를 하게 해줘서 참 좋습니다. 인간의 의지와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한 "The Adjustment Bureau". 좋은 기분을 남게 하는 영화입니다. 추천합니다.
'잡다한 연예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윔피 키드 2 (Diary of a Wimpy Kid: Rodrick Rules) (0) | 2011.08.05 |
---|---|
써커 펀치 (Sucker Punch) (4) | 2011.08.02 |
스타트렉 엔터프라이즈 (Star Trek Enterprise) (0) | 2011.07.17 |
A Lover’s Concerto - Sarah Vaughan (4) | 2011.07.16 |
최고의 사랑 (0) | 2011.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