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감동의 맛과 향, 실란트로 (cilantro)

미국에서 실란트로(cilantro) 또는 음식전문가들이 종종 코리앤더(coriander)라고 부르는 독특한 맛과 향의 허브에 대해 제 나름의 추억이 있습니다. 코리앤더란 발음만 들어보면 꼭 한국사람들이 좋아 죽을 것 같은 이름인데 한국분들 중에서 이 허브를 좋아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이 허브의 다른 이름을 찾아 보면 팍치, 고수, 샹차이, 향채 등이 있습니다. 요즘은 동남아나 멕시코 음식을 드셔본 분들이 많아서 이 허브의 그 독특함에 많은 감동과 추억(?)이 있으신 분들이 상당수 있을 겁니다.


 


제가 이 실란트로를 난생 처음 접한 것은 유럽 출장 중이였을 때니까 지금부터 거의 13년 전이네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20여명의 거래업체 관계자들을 모아 유럽연수를 2주간 갔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벨기에를 거쳐 독일까지 거친 출장으로 프랑스에서 전시회 방문 및 유럽 공급자들의 공장견학/기술연수 등등의 과정을 하던 연수였습니다.

 

각 공급자들의 공장을 견학할 때마다 공급업체에서는 근처 좋은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곤 했습니다. 덕분에 맛있는 유럽 음식을 많이 맛 봤고 와인도 원없이 마셔봤습니다. ~ 그때 보니까 프랑스는 정말 와인없이는 식사를 하지 않더군요. 중국식당에서 대접받을 때도 와인이 당연하다는 듯 나왔으니까요. 손님대접 식사여서 격식을 차리려고 그랬나???

 

문제는 독일에서 발생합니다. 독일 공장에서 견학과 간단한 연수 프로그램을 마치고 근처 성같은 분위기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음식이 나왔는데 나름 맛이 있었습니다. 맨 마지막에 라비올리(ravioli, 이태리식 만두넣은 만두스프 같은 것이 나왔는데 뭔가 독특한 맛이 자꾸 걸리기 시작합니다.


이거 비슷하게 생겼는데 당근과 완두콩은 없었어요.

 


당시 제가 유럽 공장과 한국 구매 거래자 사이에 있는 입장이라 음식을 대접하는 공장쪽 체면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독특한 맛의 스프를 먹으면서도 얼굴은 맛있는 척을 했지요. 속이 좋지 않았는데도 그 스프를 다 먹었던 이 프로정신(?). 장하다~~!!

 

스프가 입에 맞지 않으니 같이 나온 화이트 와인을 계속 들이키게 됩니다. 와인이 달작지근하니 맛있어서 스프의 그 독특한 맛을 아주 살짝 (진짜로 아주 살짝 ㅠㅠ)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 주방장이 나오셔서 우리들 모두에게 인사를 하더니 제게 묻더군요.

음식은 입에 맞으셨는지요.

 

중간에 낀 입장이고 예의도 차려야 해서,

, 좋았습니다.

 

주방장은 너무 신이 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제가 한동안 홍콩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동양음식을 잘 알지요.

 

저는 속으로,

음~ 우린 중국사람이 아닌데... 중국음식하고 한국음식은 상당히 달라요! ㅠㅠ

 



호텔로 돌아오는 전용버스 안에서 연수자 여러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만두스프의 독특한 맛과 향으로 힘드셨다고 하더군요. 어떤 분은 독특한 맛을 잊으려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셔서 버스안에서 완전히 필름이 끊기셨어요.

 

그 때는 그 독특한 맛과 향의 이유가 실란트로인줄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독일 주방장이 만든 동양요리라서 그저 한국인의 입에 맛지 않나보다 했지요. 지금 나름 추축하건데 독일 주방장께서 동양에서 온 손님이라 특별히 실란트로를 팍팍 넣어 준 것 같습니다. 나름 우리를 위해서 신경써 준 것이니 불평할 수도 없겠지요.

 

 


미국으로 이민와 히스패닉(중남미계) 슈퍼에 가 봤습니다. 여러 허브가 있더군요. 남편이 한 허브를 가리키며 버리토(burrito) 같은 멕시코 음식에 넣어 먹으면 괜찮다고 추천합니다. 그래서 도전정신을 가지고 집에서 시도해 봤습니다. 한입을 물으니 독일에서 먹었던 그 만두스프가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나타납니다.

 

바로 이거야, 이거! 내가 독일에서 엄청 고생했던 그 맛의 정체!

 

버리토(burrito)

 


중국, 동남아, 중남미 음식에서 실란트로를 찾는 건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이 실란트로가 어려워요. 그래서 이 허브를 넣은 음식을 먹게 되면 빼달라고 따로 부탁을 합니다. 실란트로의 경우는 정말 호불호가 딱 갈리는 것 같아요이 실란트로를 아주아주 좋아하는 한국분도 봤어요. 팍팍 넣어 드시더군요. 제 남편도 실란트로를 잘 먹는 편이구요. (단, 너무 많이 넣지 않아야 함)

 

요즘은 동남아 여행이 일반화 되어서 많이들 실란트로를 접해 보셨겠지만 아직이라면 시도해 보세요. 좋고 싫고는 대충 처음 맛보면 알게 됩니다. 실란트로가 여러분의 멋진 경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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