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과 정품의 차이 ^^
- 노라네 이야기
- 2013. 9. 26. 05:01
제 아이들은 종이를 가지고 오리고 붙이고 뭘 만드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종이를 가지고 노는 동안에는 조용하니 좋기 때문에 저도 서로들 재밌게 만들도록 놔두구요. 만들고 나면 자기들의 “작품”을 가지고 노는데 대부분 사이좋게 잘 놀지만 가끔은 갈등이 생겨서 다툼을 하기도 합니다.
어제도 그랬어요. 잘 놀다가 세째(만 6세)와 네째(만 3세)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군요. 제가 “뭐야?”하고 가봤더니 둘째(만 8세)가 만든 샌들을 서로 가지고 놀겠다며 생긴 갈등이였습니다. 으이구~ 녀석들...
둘째가 만든 작품.
나름 귀여운 꽃도 달았습니다.
막둥이 네째가 자기 고무오리도 함께 꼭 찍어야 한답니다.
꼭 함께 해야하면 할 수 없죠. 함께 포즈.
둘째의 이 샌들 가격은 $10.27(약 11,300원). 업체들은 보통 $10.99 이렇게 가격을 정해서 $11.00가 아닌 것처럼 꼼수를 부리는데 우리의 솔직한 둘째는 $10.27이라고 가격표를 매겼네요. 왜 이 가격이냐고 물으니 이 가격이 그냥 마음에 든답니다. 마케팅면으로는 좋은 가격책정이라고 볼 수 없지만 가격은 만드는 사람이 정하는 거니까 둘째 마음이지요.
참 잘 했어요!
둘째의 샌들 가격표에 표기된 신발크기는 6입니다. 어린이 6가 13 cm 정도인데 제가 대충봐도 이 샌들은 13 cm(한국 130 정도)가 훨씬 넘습니다. 그렇다고 성인 여자 6는 한국의 235 정도에 해당하는데 그 크기로는 작습니다. 둘째의 “정품” 신발크기 6은 어린이 6과 성인 6 사이 그 어딘가입니다.
둘째의 “정품”에 영감을 받은 세째도 샌들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걸 “짝퉁”이라고 부릅니다. 짝퉁이라 아무래도 둘째의 정품과 차이가 많이 납니다. 막둥이 네째 발도 저것보다 큰데 누구 발인지 상당히 작고 샌들모양이 덜 잡혔어요. 하지만 꽃도 달고 나름 열심히 노력한 티가 보입니다. 그래서 세째의 “짝퉁”도 마음에 듭니다. ^^
세째의 “짝퉁”
세째의 “짝퉁”과 둘째의 “정품”을 함께 두니 그 차이가 확연히 납니다.
정품과 짝퉁을 함께 넣을 수 있는 샌들상자도 마련해 두었더군요.
저번에 시리얼 다 먹고 상자를 달라고 하더니 그 상자로 샌들상자를 만들었습니다.
알고보니까 세째와 네째가 다툰 이유가 서로 둘째의 “정품”을 갖고 싶기 때문이였더군요. 역시 정품은 인기가 많아요.
둘째가 $10.27짜리 정품을 만들기 며칠 전 견본품으로 만든 작품이 또 있더군요. 제가 샌들 사진을 찍으니까 둘째가 어디서 전에 만든 견본품을 가지고 와서 찍어 달라고 합니다. 귀염둥이가 사진 찍어 달라는데 그럼 찍어 줘야죠. ^^
둘째가 자기 발크기를 기준으로 만든 초기 견본품.
“정품”보다 디자인이 확실히 단순합니다. ^^
혹시 아이들이 이런 샌들을 만든다면 꼭 주의할 게 있습니다. 가위질도 물론 주의해야 하지만 종이샌들을 신고 돌아다니지 않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종이라서 바닥이 미끌어워요. 아이가 미끌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 보호자가 알아서 조심하면 모두가 즐겁습니다. ^^
작품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더군요. 세째가 팔찌와 반지를 가져와서 자기가 만들었다고 자랑합니다. 자기 것도 만들고 막둥이 네째 것도 만들어 주었군요.
세째의 팔찌와 반지
세째가 만들어준 네째의 팔찌
그런데 네째 막둥! 세째가 이리 잘 해주는구만 막둥 자네는 샌들 때문에 다투냐?
제가 사진을 찍다 보니까 세째와 네째는 언제 다퉜나 싶게 다 까먹은 듯 합니다. 둘째까지 가세해 이것저것 보여주며 깔깔거리고 셋다 모두 웃느라고 정신이 없네요.
그래, 싸우지 말고 이렇게 재밌게 지내~
너희들 싸우면 금방 무시무시한 헐크엄마를 보게 될 꺼야.
원래 종이공작은 만 11세인 첫째가 리더인데 어제 첫째는 더 재밌는 걸 발견해서 여기에 끼지는 않았습니다. 첫째가 요즘 컴퓨터 그래픽이나 프로그램 언어 C++에 아주 관심이 많아요. 시간날 때마다 프로그램 만드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둘째도 점점 프로그래밍에 더 관심이 많아지고 있구요. 아이들은 크면서 취미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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