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둘째 월요일은 미국 공휴일 - 콜럼버스 날 (Columbus Day)
- 먼나라 이야기
- 2013. 10. 15. 06:41
10월 둘째 월요일인 오늘은 콜럼버스 날(Columbus Day)로 미국 공휴일입니다. 원래는 10월 12일인데 미국에서는1970년부터 10월 둘째 월요일을 콜롬버스 날로 정해서 토,일,월로 연휴를 즐기게 변경되었습니다. 미국은 이날이 콜럼버스 날이지만 캐나다에서는 10월 둘째 월요일인 오늘이 추수감사절이기도 합니다. 캐나다가 미국보다 추운 관계로 추수감사절이 미국보다 한달 이상 빠른 10월에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 추수감사절은 11월 넷째 목요일입니다.
1492년 10월 12일.
신대륙(아메리카 캐리비안의 섬)에 처음 발을 디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Dióscoro Teófilo Puebla Tolín 작품(1862년)
콜럼버스 날이 미국 원주민에게는 흥겨운 날은 아닐 거예요. 1492년 10월 12일 콜럼버스의 캐리비안 섬 상륙을 시작으로 유럽인(특히 스페인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진출(원주민 입장에서는 침략)하는 교두보를 마련했으니까요. 하지만 현재의 아메리카 대륙 주민들은 대부분 이민자들로 형성된 지라 콜럼버스의 캐리비안 섬 상륙날이 중요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이 콜럼버스 날을 예전처럼 성대하게 치루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콜럼버스 날이 중요한 국가행사라면, 도대체 아메리카 원주민은 뭐냐구요!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콜럼버스가 캐리비안 섬에 상륙한 날을 기념하는데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 국가들은 Dia de la Raza로 부르며 이 날을 기념합니다. 스페인어로 la raza가 인종(the race)란 뜻이긴 한데 여기서는 인종의 날이라기보다 스페인어를 쓰는 스페인계와 그 자손들인 히스패닉의 날로 이해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바하마에서는 Discovery Day (발견의 날), 아르헨티나에서는 Día del Respeto a la Diversidad Cultural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날), 벨리즈와 우루과이에서는 Día de las Américas (아메리카 대륙의 날)로 부른다고 합니다.
콜럼버스 날을 부르는 각국의 이름들을 살펴보면 유럽계가 이 아메리카 대륙의 모든 것을 거머쥔 주인이 된 지 오래라는 것을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구 하나도 원주민 입장에서 치욕의 날이나 침략의 날이라고 부르는 이는 없으니까요.
한국에서 식민지를 미화하는 사람들, 듣고 있나!!!
콜럼버스를 후원해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화로 대박을 터뜨렸던 스페인에서도 콜럼버스 날을 기념해서 Día de la Hispanidad (히스패닉의 날) 또는 Fiesta Nacional de España (스페인 국가 축제)로 행사를 갖는다고 합니다. 스페인이 아메리카에 진출해 근 300여년 정말 엄청나게 빨아 먹고 그 경제력으로 세계 최강의 세력의 지위도 한동안 누렸으니 콜럼버스의 캐리비안 섬 상륙이 아주 중요한 날이긴 할 겁니다. ㅠㅠ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있는 콜럼버스 동상
참고로 콜럼버스는 이태리인입니다. 하지만 당시 새로운 통합왕국인 스페인의 공동지배자인 카스티야의 이사벨라 여왕과 남편 아라곤의 페르난도 왕이 콜럼버스가 개척하겠다는 중국으로 가는 무역해로를 지원했습니다. 가고자 했던 중국 대신 콜럼버스가 상륙한 곳이 캐리비안 섬이였지만, 콜럼버스를 지원한 덕분에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화의 선발주자가 되어 이후 아메리카 대륙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게 됩니다.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난도 왕의 사위 중 유명한 사람이 바로 바람둥이이자 아들 낳기에 미친 그 유명한 영국 헨리 8세입니다.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난도 왕의 막내딸이 그 유명한 비극적 주인공 헨리 8세의 본부인인 아라곤의 캐더린이거든요. 캐더린의 고명딸은 피의 메리(Bloody Mary)로 유명한 헨리 8세의 장녀 메리 여왕입니다. 그러니까 메리 여왕은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난도 왕의 외손녀가 되지요. 캐더린의 딸인 메리 여왕의 이복동생은 그 유명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되겠습니다. 따라서 캐더린에게 엘리자베스 여왕은 의붓딸 비슷한 관계가 되는 거죠. ^^
그런데 저는 콜럼버스 날이 좀 껄끄러워요. 물론 이민와서 미국에 살고 있는 것이 유럽계 이주자들이 기반을 마련한 덕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콜럼버스 날을 기념한다는 자체가 원주민들에게 미안해서요. 콜럼버스가 캐리비안 섬에 상륙한 1492년 10월 12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축제나 국가지정 공휴일로 기념할 만한 날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미국 연방 및 주 공무원이나 교사, 일부 직장인들은 오늘 쉬는 날이라서 좋겠지만요. 그런데 콜럼버스 날이 공휴일인데도 요즘 미국에서는 은행이나 유통업체등은 쉬지 않고 문을 열더군요.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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