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무뎌지는 걸 느끼는 이민생활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지난 이민생활 동안 확실히 한국어에 대한 감이 떨어졌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특히나 3년 전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10년 넘게 장문의 글을 한국어로 쓸 일이 없어서 그런지 다시 쓰려니까 좀 힘들더라구요. 제가 원하는 표현을 하기에 적합한 단어나 문장이 잘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구요. 그런데 계속 쓰다보니까 글쓰기가 점차 괜찮아지는 것 같긴 하더군요.

 

하지만 아직도 표현하는 것이 가끔씩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어 자주 듣게 되는 것이나 미국살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들은 한국어로 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영어를 한국어 발음으로 그냥 적는 한국어 망치기 만행(^^)은 되도록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러다보니 포스팅 작성에 시간이 좀 더 소요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는 영어표현을 한국어로 풀려고 하니 인터넷 국어사전 기능도 많이 쓰게 되구요. 맞춤법도 가물가물하고 자꾸 틀려서 국어사전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많네요. 블로그 활동 덕분에 공부도 하고 좋긴 좋습니다. ^^

 


 

이민생활로 한국어에 상대적으로 노출되는 시간이 적어지는데다가, 한국사회는 빨리 변화하는 편이여서 제가 한국 살 때와 지금은 단어사용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더군요. 인터넷 활동이 발달된 것에서 파생된 단어들도 많이 쓰고, 어떤 단어는 예전에 쓰던 의미와 다른 의미로 변화해서 쓰기도 하구요. 이런 경우는 제가 그 뉘앙스에 익숙하지 않아서 가끔씩은 읽고나서 좀 생각을 해봐야할 때도 있어요. “잉여”란 단어만 봐도 예전에는 사전적 의미로 쓰고 남은 것이란 뜻으로만 쓰인 것 같은데  요즘은 불필요한 것/존재 등의 의미로 더 쓰이는 것 같기도 하구요.


  

 

블로그 초기 다른 분들 블로그에 댓글을 쓰기 꺼렸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습니다. 댓글들을 쭉 읽어보면 댓글 말투가 따로 있어 보이고, 그래서 어떤 식으로 댓글을 다는 게 적합한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티스토리로 옮기고 난 후에는 ‘나도 모르겠다 !’하고 그냥 제가 쓰는 방식으로 댓글을 쓰면서 조금씩 다른분들 말투를 배워갔지만요.

 

블로그 댓글을 쓰는 것도 어려웠지만, 다른 분들이 남긴 댓글 중에서 어떤 때는 그 특유의 말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뉘앙스가 파악이 되지 않을 때도 있어요. 제가 이해하기에는 약간 무례한 듯한 말투인데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구요. 그래서 읽은 후 무슨 뜻으로 이렇게 썼을까???하고 혼자 쓸데없는 고민을 끙끙끙 하기도... ^^ 제가 꿈보다 해몽을 더 심각하게 여기는지도 모르지만, 일부 말투의 뉘앙스를 이해하는 부분이 종종 어려울 때가 있어요. ㅠㅠ 같은 한국어를 통해 소통을 하기에 대부분 이해할 수 있긴 하지만 가끔씩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

 

90년대 당시에는 흔하지 않게 중국어 배우러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친구가 말하길, 조선족분들이 쓰는 말과 한국에서 쓰는 말이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어 대화시 오해를 사거나 불편할 때가 있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제가 그런 경험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른이 되어 이민을 와도 이민생활이 길어질 수록 속한 주류문화가 다르다보니 문화차가 생기고 그에 따라 한국어에 대한 감도 점차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기에...

 

그래도 이렇게 블로그 활동을 하며 가끔 인기있다는 한국 드라마를 조금씩이라도 보는 덕에 한국어를 덜 잊어버리게 되는 면에서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래 고양이처럼 기쁘게 미소~~ ^^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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