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불가불가불~ 칠면조는 왜 영어로 Turkey라 불리나?

아메리카 대륙 토종새인 칠면조가 소아시아에 위치한 터키국의 토종새도 아니면서

어째서 터키(turkey)란 영어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미국 추수감사절만 되면 수많은 개체가 세상을 하직하게 되는 대표적인 새가 있습니다. 이 새는 다 아시다시피 칠면조, 영어로는 터키(turkey)라 불리는 새입니다. 칠면조는 아메리카 대륙 토종새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칠면조를 왜 영어로 소아시아에 위치한 국가 터키와 동일한 이름으로 부르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셔서 글로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찍은 야생 칠면조 숫컷



야생 칠면조 엄마와 아가들의 다정한 한 때



제가 알아본 봐로 칠면조가 터키란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정확한 자료는 없습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이후 유럽인들이 건너오고 또 탐험하면서 새로운 것들이 유럽에 전해지게 되었는데 이것저것 소개되고 한참 전이다보니까 왜 칠면조가 터키가 되었는지 확실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요즘 아시아나 유럽에서도 아주 흔히 먹는 옥수수, 고추, 감자, 토마토, 코코아 등도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소개된 것들이고 몸에 좋지 않은 담배도 소개되었습니다. 칠면조도 유럽에 소개되었을 때 당시 유럽인들은 칠면조를 뿔닭(guinea fowl) 종류로 착각했다고 하더군요. 뿔닭은 터키를 통해 유럽 중부에 수입된 새라서 사람들은 이 새를 터키새(Turkey fowl)라고 불렀다고 하구요. Turkey fowl을 아마 한국어로 터키새 또는 터키닭이라 부르면 적당할 것 같아서 제가 임의로 터키새라고 적었습니다.


뿔닭 - 그러고 보면 칠면조랑 비슷하게도 보이네요.



나중에 뿔닭과 아메리카 대륙산 칠면조가 다른 종류라는 걸 알게 됩니다. 하지만 칠면조의 학명이 그리스어로 뿔닭이란 뜻인 meleagris이여서 아직도 학명에서 과거의 오해가 반영되고 있습니다. 칠면조를 터키로 부르는 이유가 자세히 알려진 바 없지만 아마도 아래의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하네요.


A. 유럽인들이 상륙한 아메리카 신대륙을 한동안 아시아라고 생각했기에 아메리카산 칠면조에게 터키란 이름을 붙였다.


B. 당시 유럽인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서 저기 먼나라 터키의 이름을 따서 이 새를 부르고 소개했다.



그런데 칠면조가 그렇게 잘생기거나 똑똑해 보이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터키인들은 칠면조를 터키로 부르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


칠면조속에는 2가지 종이 속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이나 캐나다에 흔한 북 아메리카 원산의 들칠면조(Melagris galloavo)이고 하나는 중앙 아메리카 원산의 구슬칠면조(Melagris ocellata)입니다. 북미 농장들에서 많이 키우는 칠면조는 당연히 들칠면조 후손이구요. 그런데 야생 칠면조를 농장에서 대량으로 키우면서 칠면조는 그 외양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야생 칠면조는 달리기도 잘하고 날기까지 하는데 농장 칠면조(특히 대량으로 키워지는 경우)는 살이 뒤룩뒤룩 쪄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해요. 그러다 보니까 진짜 띨띨해 보이기도 하구요.


플로리다 북부에서 찍은 야생 칠면조떼.

펄펄 날지는 않지만 암수 서로 정답군요.



이 숫컷은 가축화 또는 농장화된 칠면조입니다.

과거 조상님네 야생의 위풍이 아직도 살아 있군요.

농장화된 칠면조는 야생 칠면조보다는 덩치가 큽니다.



농장에서 대량으로 키워지는 칠면조.

미국과 캐나다에서 많이 먹는 바로 그것



중앙 아메리카 원산의 구슬칠면조(숫컷).

북 아메리카 들칠면조랑 약간 다르게 생겼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산 칠면조 말고도 호주 칠면조(Australian Turkey), 물가 칠면조(Water Turkey)라고 불리는 새들도 있는데 칠면조란 이름을 쓰긴 하지만 같은 종은 아니라고 합니다. (호주 칠면조나 물가 칠면조의 한국명은 제가 임의로 영어에 따라 번역한 것입니다. 한국어로 부르는 실제 이름은 다를 수 있습니다. ^^)



칠면조 고기를 먹고 나면 졸음이 옵니다. 이것은 칠면조 고기 내에 L-트립토판(L-tryptophan)이라는 아미노산 성분이 있어서 그렇다고들 하죠. 인체는 트립토판을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데 트립토판을 섭취하게 되면 비타민 B3 니아신(niacin)을 생성하게 합니다. 니아신은 체내에서 세로토닌(serotonin) 생성을 도와주구요. 세로토닌은 뇌의 긴장을 풀어주게 해서 잠이 오게 합니다. 그래서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 저녁만찬에서 칠면조를 먹고 난 후 하품하다 잠에 빠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솔직히 말하면 칠면조 고기 때문이라기보다 이것저것 너무 많이 먹어서 포만감에 잠이 오는 걸지도 몰라요. 실제로 트립토판은 빈속에 먹었을 때 더 효과적이라고 하거든요.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에 그렇게 여러가지 많이 먹어대면서 칠면조 고기만 가지고 졸음탓을 하는 건 좀 부당한 느낌이예요. 죽은 칠면조가 이렇게 말할 지도 몰라요.


죽어서 식탁위에 앉아 있는 것도 억울한데 내가 왜 니 졸음의 원인이냐구!


 

칠면조 구이 - 새가 참 크죠? ^^*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 모습이라서 재밌는 행사를 하기도 합니다. 매년 추수감사절 바로 전에 대통령이 칠면조 한마리를 사면해 주죠. 대통령의 사면권을 가지고 재밌게 응용한 행사인데 이렇게 사면된 칠면조는 잡아 먹히지 않습니다. 억세게 운이 좋은 칠면조인 것 같긴한데 추수감사절이 끝난 후 인생이 어찌 되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아마도 사면된 칠면조니까 나중에도 잡아 먹히지 않고 주어진 여생을 다 마치고 운명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치사하게 추수감사절 한달쯤 후인 성탄절에 저녁만찬으로 잡지는 않았겠죠. ^^


그럼 지금부터 억세게 운좋은 역대 "대통령의 칠면조들" 중 일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이 사면해준 칠면조



케네디 대통령이 사면해준 칠면조



존슨 대통령이 사면해준 칠면조

존슨 대통령은 사면해주면서도 불만스런 표정. 칠면조가 너무 맛있게 생겼었나?



닉슨 대통령이 사면해준 칠면조 - 칠면조와 악수를...



레이건 대통령이 사면해준 칠면조

영화배우 출신이라서 그러신가 이 분 표정이나 제스쳐가 재밌네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사면해준 칠면조



클린턴 대통령이 사면해준 칠면조

첫번째 사진은 왠지 "고놈 잘 생겼다!" 하는 것 같구,

두번째 사진에서는 어떤 여자아이를 안고 있는데 첼시는 아니네요. ^^



아들 부시 대통령이 사면해준 칠면조 - 부시 대통령 이 양반은 표정이 참 다양해요...

그런데 이 칠면조는 지금 부시 대통령을 쪼고 있네요.

이 녀석은 억세게 운좋은 데다가 하는 겁도 없는 듯. 자손을 많이 퍼뜨리길 바란다.

그런데 어디를 쪼는 거지??? ^^;;



오바마 대통령이 사면해준 칠면조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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