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Man of Steel) - 걸작이 될 수 있었는데 평작에서 멈춘 아쉬운 영웅물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은 아시다시피 강철인간 슈퍼맨을 소재로 만든 영화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전 어떤 슈퍼맨 영화 시리즈와 달리 초능력가진 존재가 인간과 함께 지구에 살며 고민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재작년인가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 그 점에 매료되어서 꼭 보겠다고 찍어 뒀었지요. 사실 지금까지의 슈퍼맨 소재의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면 인간에 비해 신과 같은 힘과 능력이 있는 슈퍼맨의 행동이나 결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유치하기까지 했습니다. 원작이 DC 만화책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강철인간이 가질 이런 고민이 너무 없어요.


한번 강철인간이 그의 힘을 사용하고 이로 인해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하면 아무리 선행이라 해도 연쇄적으로 발생할 많은 일들을 간과할 수는 없거든요. 이제는 시대가 변해서 일반인들도 이런 신같은 존재인 슈퍼맨이 지구상에 있다면 그 능력을 어떻게 쓰고, 또 인간세상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지에 대해 상상을 하게 되었지요. 이미 DC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미 이런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영화 "맨 오브 스틸"을 통해서도 이점을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잭 스나이더(Zack Snyder)가 감독하고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이 대본을 썼기에 이 근본적인 강철인간의 문제점을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킬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듯 영화 초반은 잘 나가고 있더군요. 강철인간이 가질 수 있는 그 철학적 고민도 잘 그렸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 중 그 누구도 특정한 악인이 없다는 점이였어요. 이 영화에서는 악인이라기 보다 서로들 자신이 믿는 최선을 위해서 자기 본분에 맞춰 살아갈 뿐이였으니까요. 악역으로 볼수 있는 자드(Zod, Michael Shannon 분)도 그저 군인으로서의 크립톤 사람들을 지킨다는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그런 인물일 뿐입니다. 사실 이 세상에서는 권력에 미쳐 군인정신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민간인에게까지 총칼을 겨누는 사이비 군인들이 널려 있지요. 그런데 이런 철저한 군인정신을 가진 자드를 보니까 오히려 슈퍼맨보다 자드에게 더 감정이입이 됩니다.


크립톤 아빠



크립톤 엄마



캔자스 스몰빌에서 클라크 켄트(Clark Kent)로 키워준 지구 아빠와 엄마



진정한 군인정신을 보여주는 자드.

이를 통해서도 미국군의 선전선동용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이 인물은 이상적 군인으로 보임.



그런데 이런 멋진 영화의 흐름은 슈퍼맨의 지구 고향 캔자스 스몰빌(Smallville)에서 크립톤인들과의 전투이후 완전히 무너지더군요. 이 스몰빌 전투 이후는 "맨 오브 스틸"의 내용은 주로 액션으로 채워지는데 미군 만만세에다, 개연성까지도 부족해 오히려 지루한 느낌이 듭니다. 영화에서 미군들은 크립톤인들에 비해 신체적으로도 무기로도 상대가 되지 않지만 군인정신을 가지고 목숨을 바쳐 장렬하게 싸우고 전사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목숨을 바쳐서 미국 군인이 미국인 및 지구인을 위해서 싸운다는 자체가 propaganda, 즉 선전선동이죠.


거기에 뉴욕시 전투장면은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우주 전쟁(War of the Worlds)", "월드 인베이젼(Battle: Los Angeles)" 등 기존의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들의 연속이예요. 이 영화의 이야기 전개를 크리스토퍼 놀런과 데이빗 S. 고이어(David S. Goyer)가 맡았는데 전후반을 따로 나눠서 개발한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아주 달라집니다. ㅠㅠ


스몰빌 전투 중 늠름한 슈퍼맨 ^^



가장 황당했던 장면은 로이스 레인(Lois Lane, Amy Adams 분)이 수송기에서 떨어지는 장면이였어요. 어이가 없더군요. 작은 블랙홀이 만들어져 다 빨려가는 상황이였는데 그 상황에 로이스 레인은 이 블랙홀의 중력을 거부하고 땅으로 떨어집니다. 실소가.... 아마도 로이스 레인의 엉덩이가 블랙홀의 중력을 거스를만큼 무거운가 봐요. 여기서는 당연히 슈퍼맨이 로이스 레인을 구한다는 설정을 넣고 싶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장면을 삐집어 넣었겠지만 코미디같았어요.




거기에 중력무기로 지구를 크립톤처럼 변화시키려 뉴욕과 지구 반대편인 인도양에서 서로 파장을 쏴대어 지구 전체가 영향을 받을 정도였는데, 뉴욕시 일부는 초토화되지만 일부에서는 전기도 다 계속 공급되어 고층건물 사무실마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 시점에 전기가 공급되어 있던 다른 편 뉴욕시 많은 고층건물은 유리창도 깨지지 않은 채 말짱합니다. 역시 뉴욕의 전기공급 기술과 고층건물 건설기술은 세계최고, 또는 전우주적인 것 같아요. 진짜 현실감 제로. 흑~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슈퍼맨역을 맡은 헨리 카빌(Henry Cavill)의 연기는 참 좋더군요. 초반에는 철학적이고 초능력을 가진 자의 사색과 갈등을 잘 그렸고 중후반에는 싸움씬도 나름 잘하긴 했구요. 헨리가 영국인이라 지극히 미국적인 인물 슈퍼맨 연기를 어떻게 할까 궁금했는데 저는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슈퍼맨하면 고인이 되신 크리스토퍼 리브(Christopher Reeve)가 딱 떠올랐는데 헨리가 크리스토퍼 리브보다 더 연기를 잘했고 또 슈퍼맨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냥 슈퍼맨 느낌이 파~악 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까 한가지 너무 궁금한 것이 있어요. 나중에 클라크 켄트가 크립톤 사람들이 남긴 우주선을 찾았으니 거기에서 크립톤 가위나 면도기를 찾아 머리 깍고 수염 자른다고 설명할 수 있지만, 캔자스에서 살던 어린 또는 10대의 클라크 켄트는 어떻게 이발을 하고 수염을 깍았을까요? 지구의 금속이나 돌이 아무리 강해도 크립톤출신 클라크 켄트의 머리나 수염을 자를 수는 절대 없는데... 그냥 영화는 영화로 남겨둬야 하는 순간이네요. ^^ 전에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두었던 슈퍼맨의 복장은 크립톤의 재질로 만든 것으로 이 영화에서는 설명합니다. 따라서 슈퍼맨이 날아다니고 빠른 속도로 움직여도 타지 않을 수 있지요. 지구재질이라면 슈퍼맨의 복장은 고열에 다 녹아 사라집니다. 그럼 벌거숭이 슈퍼맨이 되는 거죠. 흐이구~




영웅영화치고 완성도 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잘 만들어 질수도 있었던 영화였는데 아쉬워요. 이것이 미국 영웅영화의 한계라고나 할까... 용이 될 뻔 했다가 이무기로 머문 영화의 전형이라고 생각됩니다. 극장에서 봤으면 돈이 쪼끔(^^) 아깝다고 느꼈을 거예요.


P.S.

"맨 오브 스틸"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영웅영화치고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반부의 그 멋지고 깊이있던 내용이 후반부에는 거의 사라진다는 점이죠. 그래서 전반부에 감탄했던 사람들은 후반부에서 좀 실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전반부에서 관객들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놨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아주 졸작은 아니고 영웅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이예요. (엄밀히 말하면 보통 영웅영화 기준으로 봤을 때 잘 만든 쪽이예요) 극장에서 보기보다 DVD나 Blu-ray로 보시면 딱 좋은 영화라 판단됩니다.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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