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잡채 퓨전 타코

미국에서는 추석을 따로 쇠고 그런게 아니라 추석이라고 해도 별달리 들썩거리는 기분은 없어요. 그래도 이런저런 재미난 것을 먹으며 지내고 싶어서 일요일 저녁 타코(tacos)를 해먹었습니다. 대신 타코 안에 넣어 먹는 것은 중국식에 영향을 받아 만든 우리집식 고추잡채구요. 저번에 블로그 이웃이신 언젠간 먹고 말고야님 포스팅을 읽었는데 중국 꽃빵 대신 또띠야(tortillas)로 싸서 먹어도 맛있다는 아주 멋진 팁을 주셨거든요.


저희가 만든 고추잡채는 주변에서 쉽게 구하는 걸로 해서 변형이 되었지만 또띠야와 함께 먹는 언젠간 먹고 말고야님의 노하우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고추잡채랑 또띠야랑 아주 잘 어울려요. 그리고 사실 이렇게 먹으면 고추잡채 타코가 되는 거구요. 고추잡채 타코 한번 해서 드셔보세요. 맛 정말 괜찮습니다. 강추!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멕시코식 진짜 타코는 미국 타코 벨(Taco Bell)에서 개발한 바삭바삭 껍질에 넣어 먹는 게 아니라 옥수수 또띠야에 싸서 먹는 겁니다. 안에 무엇을 넣어 먹느냐는 해먹는 사람 마음에 달려있구요.

 

히스패닉 마트에서 방금 전에 만들어 따끈따끈한 옥수수 또띠야

타코용 또띠야로 지름은 15cm 정도 됩니다.

 

 

 

 

저희는 타코로 먹었기 때문에 찰기 없는 길쭉한 쌀밥(long grain rice), 리프라이드 빈즈(refried beans), 토마토, 향채(cilantro)도 고추잡채와 함께 싸서 먹습니다. 멕시코식에서는 밥에 양념을 하는데 하든 안하든 그건 해먹는 사람 마음이구요. 리프라이드 빈즈는 위 사진에서 밤색 팥앙금같이 생긴 것입니다. 리프라이드 빈즈를 만드는 법도 팥앙금 만드는 것과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핀토콩을 가지고 삶아서 물은 버리고 으깬 후 볶아 주면 됩니다. 그런데 리프라이드 빈즈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구요. 어쨌든 굳이 한국어로 리프라이드 빈즈를 표현한다면 핀토콩 앙금이 제일 가깝겠네요. 리프라이드 빈즈는 멕시코나 타 중남미 음식에서 단골로 등장하는데 아주 맛있습니다. 향채는 남푠이 좋아해서 남푠 전용. 그런데 세째도 오늘은 시도를 하더군요. 세째도 향채가 맛있다네요. 저랑 다른 아이들은 향채팬이 아닌 관계로 여전히 No~ ^^

 

타코는 손으로 먹는 음식이예요. 각자 원하는 것으로 덜어가 또띠야 위에 얹은 후 말아서 또는 접어서 먹으면 됩니다.

 

향채를 넣은 것은 당연히 제 남푠 것.

 

 

한 3~4개 정도 타코를 조제해 먹으면 배가 벌써 든든해집니다. 입은 더 먹고 싶다고 하는데 배에서는 부르다는 신호가 와서 고추잡채만 조금 덜어다 먹는 것으로 저의 저녁식사를 마쳤습니다.

 

 

 

둘째는 맛있다고 타코를 4개인가 만들어 먹고도 고추잡채하고 밥하고 따로 해서 중국식처럼 먹고 싶대요. 그래서 덜어 갑니다. 마른 녀석인데 저 음식들이 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키로 가긴 하네요. ^^

 

 

 

한 1시간 정도 먹고 쉰 다음 이제 슬슬 간식을 먹고 싶어지네요. 히스패닉 마트에서 사온 길쭉이 수박을 쩍 갈라 먹습니다. 수박이 하도 커서 식구 많은 저희집도 반을 다 먹기는 힘들어서 1/4만 잘라 먹어도 충분합니다.

 

이 건 반을 쩍~ 가른 모습

 

 

 

 

이 수박은 요즘 흔한 씨없는 수박이 아니라 씨있는 수박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수박을 먹으면서 장난도 치고 싶어지더라구요. 수박을 먹으면서 아이들에게 수박씨 기관총 발사를 보여줬죠. 수박을 한 입 크게 베어 입 안에 넣은 후 씨만 속아 퉤퉤퉤! 아이들은 재밌다고 키득키득. 하지만 이 수박씨 기관총 발사를 보여주기 전 한마디 주의는 먼저 줬습니다.

엄마가 이걸 했다고 해서 너그들도 따라 모두 퉤퉤퉤 씨를 뱉으면 그 땐 헐크엄마가 나타날꺼야. 알아서 하도록!

 

안그러면 재밌다고 서로 퉤퉤퉤 해서 얼굴에도 붙이고 여기저기 난리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미리 헐크엄마의 변신에 대해 선수를 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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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즐기는 추석 명절음식과는 다르지만 나름 즐겁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즐긴 하루였습니다. 여러분들도 가족이 함께 하는 풍성하고 멋진 추석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피닉스와 근교에는 멕시코의 바하 캘리포니아쪽에 왔던 허리케인 노버트(Hurricane Norbert)의 영향을 받아서 8일 오늘 새벽 물폭탄을 맞았습니다. 너무 무섭게 내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흑흑. 다크서클.... 피닉스 스카이 하버 공항(Sky Harbor Airport)에서는 오늘 3.29인치(83.5mm)의 강우량을 기록했는데 75년 전 기록을 깬거라네요. 올해 피닉스 몬순은 참 촉촉(?)하게 엄청 비가 내립니다. 올해 몬순 3차례의 폭우에서 피닉스 1년치 강우량의 2/3 정도는 내린 것 같아요. ㅠㅠ 해가 나오긴 했는데 구름이 아직도 많아서 오늘 저녁 보름달 구경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진출처: Mike Zacchino / Oregonian via AP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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