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피자, 저녁은 채식 완탕
- 먹는 즐거움
- 2015. 10. 12. 13:08
저녁으로 완탕을 해먹기로 했어요. 완탕 재료를 사러 장보러 나갔다가 점심은 간단하게 때우려고 마트에서 사온 피자를 오븐에 구워서 먹었습니다. 각 마트마다 자기네가 만든 Papa Murphy's 같은 take-and-bake식 피자를 팔아요. 이런 피자들은 냉동피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구우면 더 맛있습니다. 그런데 Papa Murphy's 피자는 제 입맛에 맞진 않더군요. 아주아주 오래 전에 한번 사다가 구워서 먹었는데 너무 짰어요. 그래서 한번 먹고 끝! 다행히 마트에서 만들어 파는 피자는 대체로 짜지 않습니다.
이태리 소시지, 캐나다 베이컨, 페퍼로니, 베이컨 등이 위에 얹어진 고기 피자예요. 저도 한 조각 먹었는데 제가 채식을 하기 때문에 얹혀진 고기조각들은 모두 아이들에게 주었습니다.
원래는 이렇게 고기가 얹어져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고기조각은 다 넘기고 치즈와 토마토 소스만 있는 피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평상시에도 피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한 조각 먹으니까 그걸로 끝~!
식구들은 파마잔 치즈 & 로마노 치즈 섞은 것을 피자 위에 뿌려서 먹고,
남편은 파마잔 치즈 & 로마노 치즈에 마늘 가루와 crushed red pepper도 뿌립니다.
여기서 crushed red pepper는 갈은(분쇄된) 붉은 고추를 말하는 거구요.
남편이 어릴 때 뉴욕에서 살았어요.
뉴욕식에서는 많이들 남편이 한 것처럼 위의 것들을 피자 위에 뿌려서 먹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를 추억하며 피자 먹을 때는 뉴욕식으로 이렇게 먹는 걸 좋아해요.
피자를 먹고 좀 쉰 다음, 채식 완탕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완탕은 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중국 만두의 일종이예요. 그런데 이 완탕은 원형 만두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사각형의 완탕피로 빚습니다. 그리고 정사각형 완탕피는 미국 일반 마트에서도 쉽게 살 수 있구요. 만두피를 직접 빚는 것보다 완탕피를 사서 만드는 게 훨씬 편해서 저희는 완탕으로 종종 만들어 먹습니다. 완탕은 보통 고기와 채소 다진 것을 소로 넣는데 제가 채식 중이라서 고기는 빼고 미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채소들, 두부, 달걀로 소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도 아주 맛있어요.
이번엔 모양 좀 더 낸다고 두가지 모양으로 빚어 봤어요. 사진에서 그 차이가 잘 확인 될 지 모르겠는데, 아래에서 왼쪽 반은 기존에 제가 만들던 모양이고 오른쪽 반은 더 둥그스럼하게 전통 완탕 모양으로 빚은 것입니다.
그런데 동글동글 전통 완탕 모양은 기름에 튀길 때만 더 좋은 것 같아요. 저희는 후라잉팬에서 굽기 때문에 이렇게 동글한 모양이 오히려 불편해요. 그래서 다음에 만들때는 더 편한 기존의 모양(왼쪽)으로 그냥 만들렵니다. 그리고 완탕국을 끓이면 두 모양 사이의 차이가 전혀 없어 보이더군요. ^^
제가 완탕을 빚는 동안 남편은 몇개씩 가져다가 후라잉팬에서 구웠어요. 그리고 완탕이 구워질 때마다 조금씩 식구들끼리 나눠 먹었구요.
이쁜 완탕들...
아까 분명 손을 공손히 모아 두었는데 왼쪽 끝에 있는 완탕이 하나가 자기 맘대로 팔을 크게 열고 환영의 제스쳐를 취하고 있습니다.
짜슥~ 눈치없게. 지금은 환영의 분위기가 아니야. 손을 공손하게 모으도록!
그래서 저한테 혼난 다음에 이 눈치없는 완탕이 하나는 손을 공손하게 다시 모았답니다.
남편이 완탕을 후라잉팬 위에서 구우면서도 이 이쁘고 기특하게도 저를 위해서 완탕국 국물을 만들어 줬답니다. 이럴 때는 진짜루... 이쁜 남편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줘야 해요. 완탕피 한 팩을 다 쓰고 두번째 팩을 열기 전에 남편이 만들어 준 국물로 완탕국을 만들었어요. 아이들은 구운 완탕이 좋다고 해서 완탕국은 남편하고 저하고 둘이만 먹었습니다. 만두국이나 찐만두를 좋아하는 저는 혼자서 두 그릇이나 먹었답니다. 두 그릇 비웠더니 너무나 배가 불러서 더이상 완탕이 뱃속에 비집고 들어갈 여유가 없어집니다. 저는 만두국이나 찐만두 이런 걸 정말 좋아해요. ^^
송송 썬 파를 위에 얹기 전
송송 썬 파도 솔솔 얹어 보고.
그리고 맛있게 얌얌얌. (나는야 완탕국 두 그릇 비운 여자~ )
제가 완탕국을 두그릇을 다 비우는 그 와중에도 남편은 완탕을 굽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이미 많이 먹어서 이젠 먹는 속도가 줄어드니까 구운 완탕이 접시에 조금씩 모아집니다. 나중에 두번째 완탕피도 다 써서 완탕 빚는 것이 완전히 끝난 후 저는 컴퓨터 앞에서 쉬고 있었는데, 남편은 여전히 완탕을 굽고 있네요. 쬐끔 미안한 감이 들려고 하는 차인데 남편이 막 저를 불러요. 가보니까 구운 완탕이 이만큼 쌓였어요. ^^
십여분 지난 후 또 불러서 부엌에 가 보니까 구운 완탕이 더 쌓여 있습니다. 아래는 남은 완탕을 다 구운 최종 모습입니다.
구운 완탕이 아주 많이 쌓였네요. 든든한 이 기분.
구운 완탕을 이렇게 쌓아 놓고 나서 남편이 아이들을 불렀어요.
아그들아, 완탕 먹어라~!
저는 완탕국을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 관계로 아이들 먹으라고 두고 거실에 앉아 있었구요. 그런데 한 15분 쯤 지났을까 남편이 완탕 두개 남았으니까 저보고 먹으라고 합니다.
완탕이 왜 두개밖에 없어? 아까 잔뜩 쌓아 뒀던데...
가서 보니까 그 짧은 시간에 아이들 넷이 완탕을 거의 다 먹었어요. 진짜 놀라운 먹성!
굽느라고 고생한 남편은 왕성한 식욕앞의 아이들을 보며 세개 정도 먹고 끝냈다네요. ㅠㅠ 그래도 엄마를 아끼는 큰 아이들이 막둥이 넷째가 먹고 싶어 찌릿찌릿 바라보는 데도 두개는 엄마 먹으라고 남겼답니다. 저는 사랑받는 엄마예요.
큰 아이들이 엄마 먹으라고 두개 남겨줬어요.
그런데 막둥이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 하네요. 사슴의 눈으로 초롱초롱 저를 바라 보는데 어떻하겠어요. 먹어라 하고 줬습니다. 그랬더니 너무 행복해 해요.
신경써서 만든 음식을 아이들이 잘 먹지 않으면 기분이 좋지 않은데, 이렇게 잘 먹어 주니까 제가 더 고마워요. 아이들도 기특하게 잘 먹어서 이쁘고, 남편은 완탕 굽느라고 제일 고생을 많이 해서 더 더욱 고맙구요. 그래서 남편 엉덩이 토닥토닥 "참 잘했어요~!" 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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