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질수록 고기의 유혹도 강해지고... 가을날 채식자의 고민
- 먹는 즐거움
- 2015. 10. 15. 04:00
제가 지난 7월부터 채식을 시작했어요. 지금이 10월 중순이니까 채식 시작한 지 벌써 3개월이 넘었네요. 그런데 날이 선선해지니까 채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제가 사는 피닉스는 여름은 심할 때는 화씨 120도(섭씨 49도)까지도 올라갈 정도로 지독하게 덥고, 겨울은 최저기온이 화씨 32도(섭씨 0도)일 정도로 온화한 곳이예요. 10월 들어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긴 했지만 타지역처럼 벌써 아주 춥고 그런 것도 아닌데, 기온의 변화가 있으니까 몸이 가을을 느끼며 겨울을 준비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인간의 몸은 본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어요. 이 본능은 생존을 위해 그 까마득한 조상님네 때부터 이어 온 것이니까요. 가을이 되어 먹을 것이 상대적으로 적은 추운 겨울이 올 것을 느끼니까 채소보다는 지방있는 고기류 고칼로리 음식이 먹고 싶어집니다. 더운 여름에는 고기가 옆에 있어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는데 약간의 기온 차이로 이런 변화를 느끼는 것이 신기해요. 그래도 이왕 시작한 채식이라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 식구들이 고기를 먹을 때도 고기에 손대지는 않았어요. 몸에서 당기는 음식을 거부하니까 이제는 조금씩 날카로워지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아이들 넷을 둔, 그것도 집에서 아이들을 넷을 직접 교육하는 홈스쿨링 엄마인데 날카로워지면 아이들도 저도 너무 힘들어지죠. 아마 조만간 몸이 요구하는 고기를 먹어야 할 것 같아요. 흐흑~!
동물들이 가을이 깊어 질 수록 미친 듯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어대는 이유가 역시나 있었어요.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 지방을 충분히 축적해야 먹을 것이 많지 않은 겨울을 버틸 수 있을테니까요. 이런 기온의 변화에 따라 겨울을 준비하는 인간의 본능도 정말 놀랍구요. 가을에도 여전히 타지역 여름같은 피닉스에서도 제가 이렇게 느끼는데, 한국 또는 미국 북부, 캐나다, 유럽 등에서 사는 분들은 계절 변화에 따른 차이를 더 느끼겠어요. 물론 늘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는다면 겨울을 준비하는 몸의 변화를 크게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요. 본능을 극복해가며 평온한 마음과 생활을 유지하면서 추운 늦가을~겨울을 지내는 채식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봐요. (단, 치즈 및 다른 고지방 제품을 많이 먹어 이미 상당한 고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는 채식주의자 제외)
구글에서 가져 온 팟 로스트(pot roast) 사진인데 팟 로스트를 아주 맛갈지게 만드셨네요.
저희도 곧 팟 로스트 해 먹어야 겠어요.
몸이 환경이나 기온의 변화에 따라 이를 감지하고 식단 등의 변화를 요구한다면 들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몸의 그 흐름을 거스르느라고 성격이 까칠하고 날카롭게 변하면 저도 좋지 않지만 주변사람들은 더 불편하잖아요. 특히나 엄마들이 하루종일 날이 서서 날카로우면 아이들은 그저 불쌍해지구요. 저의 채식은 날이 다시 따뜻하다 못해 더워지는 피닉스의 내년 봄으로 미뤄둬야 겠어요.
곧 고기를 다시 먹게 되겠지만 채소와 과일은 지금 먹는 것처럼 많이 먹고, 음식은 지갑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가급적 유기농으로 먹으려고 노력할 거예요. 유제품도 지금하는 것처럼 최대한으로 줄여서 먹구요. 지난 3개월 동안 유제품도 거의 먹지 않는 채식을 했는데 고기보다 유제품을 먹지 않는 것이 제 몸에는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우유와 치즈를 먹지 않으니까 우선 몸의 군살이 빠져요. 살 빼려고 채식을 시작한 것은 아닌데 어부지리로 군살이 빠지니까 그건 좋더군요. 하지만 이건 제 경험이구요. 사람마다 식성이나 메타볼리즘이 다르니까 유제품을 먹지 않아서 생기는 몸의 변화는 다 다르겠죠.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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