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 우리동네에도 가을이 무르익어 갑니다.

제가 사는 피닉스에도 가을의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이젠 꽤 쌀쌀해져서 아침저녁으로 히터를 켜기 시작했어요.  한달 조금 전까지는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켜야했는데 말이죠. 산책하면서 보니까 일부 나뭇잎은 노랗게 변했고, 정원 잔디도 노르스름하게 변해 늦가을의 정취를 풍기고 있습니다. 애리조나 북부 산악지역이나 미국 북부의 그런 멋진 단풍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 노르스름하게 변한 나뭇잎으로도 저는 충분히 가을을 느껴요.




제 아이들은 땅위에 있는 마른 나뭇잎들을 모아 장난을 치며 놀고 있어요. 나뭇잎을 쌓아둔 더미 위에 깡총 뛰어들기, 나뭇잎을 위로 던져 나뭇잎 마구 날리기. 암튼 신났습니다. 아이들이 아주 신나해서 제가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나뭇잎과 함께 먼지도 날리니까 저 옷 다 빨아야지 (물론 세탁기가 하겠지만), 작은 아이들 둘은 목욕도 시켜야지 해서 약간 귀찮은 생각은 들었어요. 하지만 이런 재미도 즐겨야 가을인 것을... 아이들 추억을 위해 엄마의 귀찮은 마음은 옆에 살짝 접어 둡니다.


아이들이 없는 사진으로 골랐더니 사진이 좀 싱겁네요.

아이들이 신나서 소리지르며 뛰어다니고 나뭇잎을 막 날리고 그러는 모습은 상상으로 해주세요.



아이들은 나뭇잎이랑 신나게 놀고 뛰어다니라고 하고 저는 혼자 여유롭게 산책을 합니다. 산책하다가 저희 동네의 또 다른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고양이 달그림자(Moon Shadow)를 만났어요. 오늘은 달그림자 사진을 오랫만에 올릴께요. 제가 가끔 사진을 올리는 고양이 더 후드(The Hood)처럼 달그림자도 실외에서 주로 생활하는 고양이입니다. 다행히 더 후드와 달그림자의 구역이 달라서 두 고양이간의 갈등은 없습니다. 그런데 달그림자 녀석도 상당히 쿨해요.


달그림자 이녀석이 오늘은 어울리지 않게 조신히 앉아 있길래,

내가 사진 한 장 찍을께.


하고 카메라를 가까이 댔거든요. 그랬더니 몸을 휭~ 돌립니다. 고양이들은 어쩜 이렇게 초상권에 민감한지 정말 사진찍기가 쉽지 않습니다.


흑~ 내가 지금 니 토실한 궁딩이 찍겠다는 게 아니잖니?

달그림자, 얼굴을 보여줘!!!



그랬더니 이번엔 꼬리를 보여주는 쎈쓰~. 졌다... 



겨우 찍은 그나마 얼굴이 보이는 사진입니다.

그런데 실물과 다르게 아기 고양이처럼 나왔어요. 실물은 전혀 아기 고양이같지 않습니다.



전에 찍은 달그림자 사진입니다. 눈빛 쥑이죠? 



며칠 전 비온 후 날씨가 좀 쌀쌀했을 때 산책을 하니까 외투를 입어서 몸은 따뜻하지만 코끝으로 차가움이 느껴지는데 그거 참 기분 좋더라구요. 가을은 이런 느낌 때문에 참 좋아요. 거기에 가을은 먹거리들이 풍성해서 그것도 아주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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