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만든 맛난 라멘 - 스파게티 면의 변신은 무죄입니다요~!

오늘은 일본 라멘이 먹고 싶었어요. 사실 저는 일본 현지 또는 한국에 소개된 일본 라멘을 먹어 본 적은 없습니다. 제가 한국에 살았을 때는 일본 라멘집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던 시기였거든요. 아마 서울 일부지역 몇 군데 일본 라멘 전문점이 있었을 지는 모르지만 대중적인 인기가 있고 그런 때가 아니였어요. (생각해 보니 한국에 살았던 때가 꽤 지난 이야기가 되었네요.) 그런데 요즘 블로그들을 보니까 한국에서 일본 라멘이 아주 인기가 많은 지 오래 된 것 같더군요.


제가 일본에 여러번 가보긴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입국을 한 적은 없어요. 모두 비행기 갈아타느라고 길게는 10 시간 정도 일본 공항에서 머무른 것이 다였으니까 엄밀히 보면 일본에 간 적이 없다고도 할 수 있죠. 그래서 일본 본토 라멘을 먹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다들 일본 정통 라멘은 너무 느끼하다고 하길래, 일본 공항에 라멘 전문점이 있었어도 시도할 엄두도 나지 않았을 거구요. 미국에 이민 와서 한두번 일본 라멘을 먹어 보긴 했는데 일식당 실제 주인이 한국분이신 것 같더라구요. 사실 미국에서 테리야키나 초밥집 같은 대부분 대중적 일식당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블로그 이웃지기님들 포스팅에 일본 라멘이 올라오면 그게 또 먹고 싶어져요. 암튼 저는 먹는 것 앞에서는 한없이 연약한 여인이랍니다. 왜이리 연약할까나...  이런 국물 면류는 남편이 아주 잘 만들어요. 남편이 만드는 국물은 언제나 맛있습니다. MSG도 넣지 않고 특별히 뭘 더 넣고 그러지 않는데도 국물 맛이 참 좋아요. 그렇다고 국물없는 면류를 못 만드느냐? 아니예요. 국물이 없는 면류인 토마토 스파게티나 크림 스파게티도 아주 잘 만듭니다. 게다가 집안이 일본에서도 꽤 오래 살았기 때문에 일본 음식 자체에 많이 친숙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런 음식을 잘 만드는 당사자인 남편은 정착 면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 다 면류 좋아하는 아내에게 음식을 해주기 위해 하늘이 주신 재능이라고 여깁니다. 그 재능의 주요 수혜자는 바로 저구요. 제가 복 터졌어요~! 하하하.


이웃 블로그에서 라멘 사진 속 챠슈를 보고 있자니 저녁으로 먹을 돼지 앞다리살 오븐구이 고기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며칠 전에 돼지 앞다리살을 맛있게 먹어서 또 한번 먹으려고 한덩이 더 사왔거든요. 저녁에 먹을 것이라서 고기도 이미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 중이였고, 오븐구이를 해서 썰으면 챠슈 비슷끼리 한 고기들이 많이 나오니까 라멘에 고명으로 척 올려서 먹으면 아주 맛있겠고... 그래서 남편의 살짝 떠 봤어요.


나 오늘 갑자기 일본 라멘이 먹고 싶은데...


그랬더니 단번에,

응. 만들어 줄 께.


이러니 제가 남편을 이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멘에 돼지고기를 고명으로 얹겠지만 돼지뼈로 국물을 우려내는 건 아니예요. 미소를 기본으로 한 미소 라멘 비슷하게 보면 맞습니다. 미소 라멘에 돼지 앞다리살 오븐구이 한 걸로 챠슈처럼 고명을 올린 거지요. 일본 라멘에는 숙주나물도 풍성하게 올리는데 피닉스 사는 저는 동네에서 숙주나물을 쉽게 구할 수 없어요. 근처에 파는 데가 없거든요. 한인 마트나 그런데 가야 살 수 있는데 이거 사러 먼 데까지 가기도 그렇구요. 그래서 동네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이미 냉장고 안에 이쁘게 있는 파, 오이, 당근으로 고명을 했습니다. 파는 돼지 앞다리살 오븐구이 먹을 때 함께 먹으려고 채 썰어 놓은 걸로 가져다 얹었구요. 삶은 달걀은 제가 반숙이 아닌 완숙으로 만들었어요. 면은 스파게티 면을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유기농 면으로 썼어요. ^^ 그러고 보면 우리집은 스파게티 면으로 짬뽕, 짜장면, 라멘, 볶음국수, 비빔국수, 칼국수 등등 여러 음식을 아주 잘 해 먹고 살아요.


아래는 남편이 온전히 저를 위해 뚝딱뚝딱 만들어 준 라멘입니다. 여기서 스파게티와 달걀만 제가 삶았어요. 이렇게 그릇에 담으니까 대충 일본 라멘 비쥬얼 비슷하게 납니다.


요것은 제 것

챠슈 분위기를 내면서 돼지고기도 서운치 않게 4 조각 얹었어요.



요것은 남편 것

남편은 평소 면류를 즐기지는 않는데 제가 먹을 때 옆에서 함께 먹는 걸 좋아해요.



남편이랑 저랑 둘이 오손도손 먹을 라멘을 함께 찍어 봤습니다.



사진 찍느라고 국물이 식으면 맛이 없으니까 이제 먹기 시작합니다. 고기를 꺼내 봤어요. 큼직한 고기가 보이죠? 이거 다 제 꺼예요. 우~ 하하하. 




스파게티 면을 사용했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이번 라멘 맛도 정말 대박이였습니다. 제가 맛있게 먹으니까 돼지 앞다리살과 밥, 상추, 파채 등하고 저녁을 잘 먹었던 둘째랑 셋째도 먹고 싶다고 하네요. 자식들이 먹고 싶다니까 있는 재료들로 금방 한 그릇씩 뚝딱 만들어 주는 울 남편. 아빠가 만들어 준 라멘을 두녀석 모두 정신없이 먹습니다. 둘 다 제 입맛을 닮았나 봐요.


라멘이 맛있어서 저는 두 그릇을 국물까지 싹싹 비워가며 먹었어요. 그랬더니 배도 빵빵하게 불러오고 기분이 참 좋더군요. 라멘 한 그릇당 돼지고기는 4 조각 정도 올렸으니까 총 8 조각 먹은 것 같구요. 고기를 푸짐하게 넣어서 그런지 먹고 나면 그 포만감이 든든하게 다가와요. 기분 좋아서 남편에게, "사는 게 참 좋다" 말했을 정도예요. 하하하.


그러고 보면 제가 이런 면에서는 참 단순하죠. 인생에서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 바로 남편이랑 둘이 함께 맛있는 것 만들어서 아이들 넷과 함께 이야기 하며 즐겁게 먹으면서 지내는 시간이예요. 이번에 아이들이랑 제가 아주 맛있게 잘 먹으니까 울남편은 좋아서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졌어요.


남편이 저리 좋아하며 만족해 하니 어찌 남편의 행복을 무시할 수 있으리오~! 며칠 후에 또 만들어 달라고 하려구요. 솔직히 제 사심이 더 큰 듯 하지만 공식적인 이 사람의 입장은 '남편이 행복해 하니까...'입니다. 이렇게 남편의 행복을 빠지지 않고 챙기고. 늘 생각하는 바지만 저는 진짜 착한 아내 맞나 봐요. 호홋~!


"남편, 나 너무 착한 거 같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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