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 (The X-Files) 1/2

“엑스파일(The X-Files)”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1993년부터 2002년까지 폭스 TV(Fox TV)를 통해서 방영했었고, 한국에서는 KBS에서 방영했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이 엑스파일의 광팬이였더군요. 엑스파일 초기 시즌 방영때에는 제가 한국에 살고 있었는데 매주 월요일 KBS에서 엑스파일을 보여줄 때마다 얼마나 신나고 흥분이 되었는지. “오늘은 어떤 에피소드를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까?“ 이 생각에 매 월요일이 신이 났었습니다.




시즌 9까지 방송했던 엑스파일은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데 시즌 7정도에서 끝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갈수록 긴장감도 떨어지고 이야기도 너무 작위적으로 변하는데다가 주요 배역이 빠지는 등 여러 삐걱거리는 요소가 많았었지요. 그 점이 참 아쉽습니다. 영화도 몇 편 나왔지만 어쩐지 엑스파일 극장용 영화편은 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군요.


제가 엑스파일에 아주 빠졌기에 주인공인 폭스 멀더(Fox Mulder)역을 맡았던 데이빗 듀코브니(David Duchovny)를 아주 좋아했었지요. 그래서 대나 스컬리(Dana Scully)역을 맡았던 질리언 앤더슨(Gillian Anderson)에서 질투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과 데이트를 할때 제가 데이빗 듀코브니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남편은 “데이빗 듀코브니같은 남자는 트럭 한가득 보더라도 질투가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기분 나빴었죠. 제가 좋아하는 남자 배우인데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다니… 그런데 이상한 건 지금 데이빗 듀코브니를 보면 제가 왜 그때 그렇게 좋아했나 싶다는 겁니다. 사실 제가 좋아했던 건 데이빗 듀코브니가 아니라 엑스파일의 멀더 요원이였으니까요.


엑스파일은 알다시피 미정부의 음모론을 기본으로 외계인, 초자연적 현상, 미해결 사건 등등의 경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엑스파일의 슬로건은 “진실은 저 밖 어딘가 있습니다(The Truth is Out There)”, “누구도 믿지말라(Trust No One)”, 또는 “나는 믿고 싶다(I Want to Believe)” 등이였지요.


외계인과 미정부의 일부가 서로 결탁해서 지구에서 세력을 확장하려고 하고, 또 다른 미정부의 기관이 있어 이런 계획을 막으려고 한다는 이런 부분은 너무 심한 음모론이라 제가 믿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미정부와 관련된 일부 음모론의 경우 그게 단지 음모론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들 일상사와 직접 연관되고 있다는게 가끔 섬뜻하고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게 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구요.


저의 경우에는 이런 음모론도 음모론이지만 다른 소재를 다루었던 에피소드들이 더 기억에 남는군요. 지금까지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제가 제~일로 좋아했던 에피소드들은 2가지입니다. 한국어 타이틀을 몰라서 영어 타이틀만 적어 놓았으니 이해해 주십시요.


첫번째는 시즌 5에서 방영했던 “포스트-모던 프로메테우스(The Post-Modern Prometheus)”, 또는 “더 그레이트 뮤타토(The Great Mutato)”라고도 불리는 에피소드였지요. 이 에피소드는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는 소재를 다뤘습니다. 과학자에 의해 창조된 인간 뮤타토의 슬프고 외로운 모습과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그 갈등이 해소되는 모습들을 인간적으로 그렸습니다. 기형으로 창조된 뮤타토를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 인정하게 된 마을 사람들과 뮤타토, 그리고 멀더, 스컬리가 모두 함께 가수 셰어(Cher)의 콘서트에 가서 노래를 즐기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였지요.




이 에피소드에서 셰어가 불렀던 “워킹 인 멤피스(Walking in Memphis)” 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저는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엑스파일이 생각나고 그때의 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때 이 에피소드를 처음 보고나서 “워킹 인 멤피스”, 이 노래를 찾느라고 엄청 인터넷을 뒤졌었지요. 어제 유투브에서 이 노래를 들으려고 들어가보니 저와 똑같이 엑스파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일종의 동료애 같은 뭐 그런 게 느껴져 엄청 반가웠습니다. 셰어의 “워킹 인 멤피스”를 듣고 싶으시면 맨 아래 비디오를 클릭해 보세요.




이 “포스트-모던 프로메테우스” 에피소드의 경우에는 또 한가지 재미난 기억이 얽혀있지요. 이 에피소드는 흑백으로 제작되었는데 KBS에서 방영했을때 갑자기 엑스파일이 흑백으로 나오니까 아마 시청자들이 TV 송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많이 문의전화를 했던 모양입니다. 한 중간쯤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 이야기는 흑백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같은 뭐 그런 자막을 내 보내더군요. TV를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서 피식 웃습니다.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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