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커 펀치 (Sucker Punch)

TV에서 “써커 펀치(Sucker Punch)”의 광고를 처음 봤을 때 너무 컴퓨터 게임같은 느낌이라서 흥미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어둡고 흑백 느낌이 나는 촬영기법이 “300”“왓치맨(Watchmen)” 비슷하다고 느껴지더군요. 뭔 관계가 있나 했더니 역시 “300”와 “왓치맨”을 감독한 잭 스나이더(Zack Snyder)의 작품이였습니다. 잭 스나이더의 영화들은 뭔가 어둡고 암울한 느낌의 화면이 상당히 비슷합니다.




제 주위의 많은 남성분들은 잭 스나이더의 “300”를 정말 좋아하더군요. 제 남편도 이 영화에 상당히 열광했었는데, 남편 직장동료의 17살짜리 아들도 “300”에 너무 감명받아서 DVD를 사서 보고 또 보고 그러더랍니다. 이 영화가 남성들에게는 상당히 어필하는가 본데 저한테는 별로여서 끝까지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잭 스나이더의 다른 영화 “왓치맨”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좋아서 감명을 받았지요. 별로 길지 않은 줄 알고 밤 10시부터 보기 시작했다가 160여분이나 되는 긴 시간에 밤 12시를 넘기고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느낀 영화였습니다.


“써커 펀치”도 잭 스나이더 작품이라 기대를 하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써커 펀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새아버지의 폭행에서 자신과 여동생을 구하려다 실수로 여동생을 죽이고 정신병원에 보내진 소녀기를 갓 벗은 젊은 여성 베이비돌(Babydoll - 에밀리 브라우닝 Emily Browning)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베이비돌은 끔찍한 현실을 탈출하고자 여러 시도를 하고 그 시도 중에 상상의 세계와 연결이 되어 좀 복잡한 형태를 띄게 됩니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고 보기 시작하게 되면 겹겹이 쌓여 있는 상상의 세계 덕분에 끝부분에 도달해서야 어느 부분이 현실이고 어느 부분이 상상인지 알게 됩니다.


베이비돌은 친구가 된 앰버(Amber, 제이미 정 Jamie Chung), 검은 머리인데 왜 금발이라 불리는지 이유를 모르겠는 블란디(Blondie, 바네사 허진스 Vanessa Hudgens), 스위트 피(Sweet Pea, 애비 코니쉬 Abbie Cornish), 그리고 스위트 피의 동생 라켓(Rocket, 제나 멀로운 Jena Malone)과 함께 탈출 계획을 짜고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일이 쉽지는 않지요. 베이비돌의 상상에서 행하는 모든 도전 임무는 일종의 비유적인 상황들입니다. 이 도전들에서 베이비돌과 또 다른 4명의 소녀들(20대 초반으로 설정이 된 것 같은데 아직 소녀티가 나서 그냥 소녀들이라고 부르겠습니다)은 정말 멋진 액션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는 이들의 액션이 가장 큰 볼거리입니다.




끔찍한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소녀들의 노력은 대단한데 성공하는 사람의 수가 너무 적네요. 그 점이 안타깝습니다. 베이비돌의 희생으로 탈출에 성공한 사람이 있으니 좋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베이비돌은 미국에서 쓰는 말로 약간 완화해서 표현하자면 완전히 “got screwed” 됩니다. 제가 너무 많이 여기서 떠들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이쯤에서 멈추겠지만 영화의 배경인 1960년대 미국의 정신병원에서는 정말 무서운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 걸 생각하니까 갑자기 무섭고 슬퍼지네요.


제 생각에 “써커 펀치”는 소녀들의 액션 장면 CG는 아주 좋지만 그 스토리의 뒷받침이 부족해 “왓치맨”이나 “300”에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제목은 “써커 펀치”인데 불시의 일격을 받은 듯한 떵~한 느낌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스위트 피가 말하는 대사는 상당히 좋더군요.


You have all the weapons you need, now FIGHT!



적어도 저는 이 영화에서 위의 대사 하나는 건졌습니다. ^^


“써커 펀치”에 출연한 배우 중에서 한국계 2세 제이미 정이 눈에 띄는군요. 저는 제이미 정을 케이블 채널인 abc family의 미니 시리즈 “사무라이 걸(Samurai Girl)”에서 처음 봤습니다. 이 때 가짜 속눈썹의 어색한 화장법도 그렇고 어찌나 연기를 못하는지 제가 다 민망했었는데, 영화계로 옮기고 나서부터는 속눈썹은 아직도 길게 붙이고 있지만 화장술도 연기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동양적 미가 잘 살아있는 미인이라서 미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제이미 정은 얼마 전에 개봉한 “더 행오버 파트 2(The Hangover Part 2)”에서도 출연했더군요. 요즘 헐리웃에서 활동하는 20대의 동양계 여배우 중에서 가장 잘 나가고 또 가장 미래가 장밋빛인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1983년 생으로 만 28세인데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직 연기가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 발전해서 헐리웃의 대표 여배우로 성장해 주었으면 합니다.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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