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물리기에 대한 나만의 가설 (추가 실험 필요함)
- 노라네 이야기
- 2014. 8. 2. 07:19
저는 모기에 아주 잘 물려요. 그런 사람 있잖아요. 여러 사람이 같이 캠핑가서 자도 혼자서만 모기의 사랑을 전격적으로 받는 그런 사람. 제가 바로 모기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그런 사람입니다. 어쩌다 집에 모기가 들어오면 주변에서 앵앵거리고 날아다니니까 잠도 설치고, 또 물리니까 따가워서 긁느라고 잠을 설치죠. 거기에 저는 물리면 아주 크게 부어 올라와요. 그래서 저는 모기가 무섭더라구요. 서울에 있으면 그나마 덜 한데 시골에 놀러가면 동네 모기가 다 저한테 오는 듯. 언젠가는 캠핑갔다가 너무 많이 물려서 모기물린 자국때문에 상처가 다 사라질 동안 치마와 반바지를 못입었어요. 그게 아마 한달갔을 거예요. 시골 모기들은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힘도 더 좋더군요.
아주 맛있남? 그래도 좀 적당히 드시게. 배 터지겠쑤!
한동안 플로리다 북부에서 살았는데 플로리다는 반도 전체에 걸쳐 호수나 늪지대가 많은 곳이예요. 고인 물이 많고 또 기온도 높으니까 모기들이 살 판 났죠. 여기 모기는 밤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낮에도 그늘에 숨어서 앵앵거려요. 특히 저희 가족들이랑 친한 잭 할아버지네 가서 놀러 갔다오면 제 눈 위나 얼굴 일부가 퉁퉁 부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잭 할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셨는데 버지니아에 사시다가 은퇴한 후 플로리다 작은 호숫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살고 계셨거든요. 더울 때니까 그늘에서 이야기하고 음식 먹고 그러고 있는데 모기가 저를 발견하고 공격~! 뭐 그런 레파토리입니다. 그런데 함께 있었던 잭 할아버지나 남푠은 전혀 모기에 물리기 않았다는 슬픈 현실. 그래서 이때까지 모기 물리기에 대한 제 가설은 '어느 나라 모기든 상관없이 내 피를 사랑한다'였습니다. 하지만 이 가설은 시애틀에 이사가면서 깨지게 됩니다. ^^
시애틀을 포함한 미국 북서부의 여름이 서늘한 편이긴 해요. 하지만 시애틀이나 그 근교에도 호수가 많은데도 모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물릴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한번은 호숫가를 거닐면서 앵앵거리는 모기(들)를 만났었죠. 물릴까봐 겁이 막 나려고 하는데 이 녀석들은 저를 물지 않더라구요. 그럼 누가 물렸을까~요? 플로리다 모기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던 제 남푠을 물더군요. 얼굴 한쪽이 부어 올랐어요. 제가 이걸 보고 어찌나 놀랐는지... 남푠 부은 얼굴을 보고 놀란 게 아니라 모기가 저 아닌 남푠을 물어서요. 모기가 저를 버리고 옆사람을 문 것은 난생 처음이였거든요. 당시의 흥분된 감정이 아직까지도 느껴져요. 시애틀 모기들은 정말 기특하고 사람 볼 줄을 알더라구요. 장한 시애틀 모기들!
피닉스로 이사를 오면서 또 모기가 걱정이 되더군요. 사막이라 습지는 없지만 그래도 더운 곳이라 모기에 엄청 물릴까봐요. 그런데 첫해는 모기에 거의 물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피닉스 모기도 아주 기특하구나하고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2번째 여름에는 덩치가 좀 커서 날파리같이도 보이는 모기들에게 엄청 물렸어요. 물리면 아프기도 얼마나 아픈지.... ㅠㅠ 이 덩치 피닉스 모기들은 해가 뉘엿뉘엿해서 시원해질 때 제가 산책 좀 하려고 걸어다니면 또 식구 중에서 꼭 집어서 저만 물어요. 결국 저는 산책 중 덩치 모기에 물리다 지쳐서 집으로 도망오죠. 다행히 올해는 아직 모기로 큰 문제는 없었구요.
그래서 모기 물리기에 대한 제 나름의 가설을 만들었습니다.
나는 국가에 관계없이 위도 38도 이하 지역의
남쪽 모기에게 적극적인 사랑을 받는다.
어떤 때는 진짜 모기들의 넘치는 사랑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받아요. 남쪽 모기가 저를 더 사랑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구요. 하지만 시애틀 같은 위도 38도 이상 되는 지역의 모기들은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구요. 거의 저를 무시하는 수준이죠. 제 피가 위도 38도 이하 모기들을 자극하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나 봐요. 이것도 끌림이니까 좋은 것일 거예요. 그쵸? ^^
<살면서 어쩌다 모기 물리기를 실험하게 되었던 지역별 대략의 위도들>
* 서울: 위도 37도
(대한민국은 대부분 위도 38도 이하에 위치)
* 플로리다주 북부: 위도 30도
* 워싱턴주 시애틀과 근교: 위도 47도
*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근교: 위도 33도
(참고로 제주시는 피닉스와 거의 같은 위도 33도)
그런데 늘 추울 것 같은 알래스카도 여름은 꽤 덥고 지역에 따라서는 모기도 많다는 거 아세요? 춥기만 할 것 같은 곳인데 여름에는 또 이런 잔재미(?)가 있는 곳이예요. 제가 어떻게 알래스카의 여름을 아냐면 남푠님이 예전에 여름 한 철 알래스카에서 휴가를 보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남푠한테 들은 이야기예요. 남푠한테 들은 알래스카 이야기는 언제 생각나면 풀기로 하구, 알래스카에도 모기가 많다고 하니까 가끔은 제 모기 물리기에 대한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여름에 알래스카에서 지내고 싶기도 해요. 남푠이랑 함께 알래스카에서 지내는데 제가 모기에 물리면 위 가설은 틀린 것이고, 남푠만 물리면 가설이 맞은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구요.
지금까지는 북반구에서 제가 모기에 물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반구는 제가 호주만 가봤는데 그때가 겨울이라서 모기 자체가 없었어요. 방문했던 곳 중 가장 북쪽(남반구에서는 북쪽이 따뜻한 쪽)은 퀸즐랜드(Queensland)의 예푼(Yeppoon)이였는데 겨울에도 온화해서 반팔을 입을 수 있을 정도였지요. 하지만 모기는 없었구요. 그래서 남반구 모기가 저를 사랑하는지 여부는 확인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남반구 모기에 대한 가설은 나중에 언젠가 여름에 남반구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확인해 볼께요.
P.S.
호주 작은 도시 예푼(Yeppoon) 지명을 보면 한국어로 "예쁜"이라고 하는 것 같지 않으세요? 저는 처음에 이 지명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작은 도시지만 이름대로 조용하고 예뻐요.
예푼(Yeppoon)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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