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를 사랑하는 아이들

2월 14일 오늘은 다 아시다시피 발렌타인데이입니다. 연인들끼리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달콤한 것도 주고받고, 카드도 주고받고, 또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꽃다발과 다른 선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날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보면 철마다 다가오는 행사일 판촉을 위해서 마트에서는 1월 1일 새해가 지나자마자 발렌타인데이 행사로 바뀌어 있었어요. 어제 마트에 갔더니만 발렌타인데이 하루 전인데도 발렌타인데이 행사코너의 관련 상품들을 거의 철수하고 몇 개만 남겼더군요. 곧 다음 달에 있을 성 패트릭의 날 준비를 할 것 같더라고요. 이러고 보면 미국 서민들 사는 인생은 때마다 다가오는 행사일을 위해서 돈 벌고, 또 그 행사일을 위해 돈 쓰고 그러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2월 14일은 제가 사는 애리조나주에게는 또 다른 의미입니다. 1912년 2월 14일에 애리조나주가 미국 주 (state)로 승격되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이 애리조나주 생일입니다. 애리조나주가 건조한 사막지대가 많은 지역이라서 달콤함과는 거리가 약간 있는데 생일날 하나는 달콤해요.

 

워낙 주 생일이 기억하기 쉬운 날이라서 제가 아이들에게 몇번 애리조나 생일날이 재밌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만 5세인 막둥이 넷째까지도 모두들 애리조나주 생일을 잘 기억하고 있어요. 제가 발렌타인데이를 따로 챙기고 살지 않아서 그런지, 제 아이들은 2월 14일을 애리조나주 생일로 더 의미를 두는 것 같아요.

 

오~, 아름다운 애리조나!

 

어제, 그러니까 13일 날 장 보러 나갔는데 만 7살 셋째가 인사도 이쁘게 하고 그러니까 마트 계산하시는 분께서 셋째에게 그러시더라고요.

 

계산원: 내일이 발렌타인데이라서 좋겠구나?

셋째: 저는 내일이 애리조나 생일이라서 더 좋아요. 제가 애리조나를 아주 사랑하거든요.

계산원: (기대치 않은 답에 약간 놀란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나도 애리조나를 사랑해. 그런데 애리조나가 내일 몇 살이 되는지 혹시 아니?

셋째: 어.... 100살 좀 넘었는데....

막둥 넷째: (옆에서 듣고 있다가) 103살이에요.

계산원: (또 한 번 놀란 표정)

 

어린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말할 때 안 듣는 것 같아도 다 듣고 있어요. 그리고 기억도 잘하고요. 자기들에게 한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끼리 한 이야기나 큰 아이들에게 한 이야기도 듣고 기억합니다. ^^

 

첫째와 둘째는 마트에서 계산할 때 저만치 사람들이 적은 쪽에서 (저나 남편이 볼 수 있는 곳) 서있게 합니다. 울집 식구가 많아서 카트에 담긴 제품도 아주 많고, 거기에 식구들이 모두 계산대 근처에서 복잡 복잡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래서 첫째와 둘째가 이번 대화에는 참여할 수 없었지만 큰 아이들도 당연히 애리조나주 생일과 나이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애리조나는 달콤한 날로 생일을 가지고 있어요. 애리조나주 주민들은 오늘 핑계거리로 케이크 하나 만들든지 사다가 생일파티 겸 발렌타인데이를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해요.

생일축하해요, 달콤이 애리조나~!

 

*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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