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비토: 정령의 수호자 (Moribito: Guardian of the Sacred Spirit)

2007년 일본 애니메이션 "모리비토: 정령의 수호자(Moribito: Guardian of the Sacred Spirit, 精霊の守り人)"의 전 26 에피소드를 오늘 다 끝냈습니다. 그림은 지극히 일본적인 배경에 중국적 요소가 약간 가미된 그런 느낌입니다. 상당히 잘 그렸고 그 묘사도 아주 섬세합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예전에 봤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시리즈와 인물들의 분위기가 비슷해서 혹시 했는데 같은 감독 켄지 카미야마(Kenji Kamiyama)의 작품이군요.




공각기동대의 경우 폭력성도 강하고 그런 이야기 자체를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재밌게 보지는 않았는데 이번 "모리비토: 정령의 수호자"는 아주 재미있습니다. 이 만화의 원작은 나호코 우에하시의 "모리비토"라는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는군요. 전 일본어를 모르고 이 애니메이션을 영어로 봤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름이나 지명등 여러요소들을 한국어와 영어로만 쓰겠습니다.


지극히 전통 일본처럼 느껴지는 지구가 아닌 가상의 행성에서 물(water) 정령의 알을 품고 태어난 황제의 둘째 아들 “차구(Chagu)”와 그를 보호하는 여전사 보디가드 “발사(Balsa)” 그리고 왕자를 함께 보호하는 “탄가(Tanga)”, 무당 할머니 “토로가이(Torogai)”, 그리고 왕자의 선생이자 뛰어난 학자인 “슈가(Shuga)가 주요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여전사 발사로 차구의 보호를 부탁한 둘째 황후의 청에 따라 차구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발사는 공각기동대의 사이보그 소령 모토코 쿠사나기와 비슷한 캐랙터로 자신의 임무에 책임감이 엄청 강하고 전사로서의 능력이 그 어느 남자 못지 않은 대단한 여성입니다. 제가 괜찮은 일본 만화를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 만화속의 여성은 정말 완벽한 외모에 성격도 좋고,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면에서 그 어느 남자도 따라 올 수 없다는 겁니다. 정말 강하고 멋있지요. 그런데 이상한 건 일본 사회에서는 실제로 이런 강한 여성상이 그다지 환영받는 것 같지 않다는 점이지요. 애니메이션 종사자 분들은 애니메이션 상에서는 전형적인 일본 여성상과 꽤 다른 여성상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런 여성분들과 함께 결혼하거나 사귀는지 가끔 궁금해집니다.


또 한사람 아주 독특한 캐랙터가 있는데 이는 무당 할머니입니다.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 살았습니다. 발사, 탄가와 함께 왕자 차구를 보호하고 물 정령의 알이 제대로 부화되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가끔 무서울 정도로 엄청 떽떽 거리는 이 할머니는 그래도 잔정도 많고 가끔 웃긴 멘트로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을 웃게 만듭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차구 왕자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판타지, 무술, 전사 그런 요소들을 잘 섞어 두었습니다. 너무 폭력적이거나 일본 만화에서 정말 거슬리는 지극히 선정적인 면도 없고, 말할 수 없이 악한 악당도 없고... 그런데도 이야기 전개가 아주 좋습니다. 게다가 지극히 아름답게 펼쳐지는 일본의 농촌같은 분위기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2007년에 만든 애니메이션이 이럴진데 지난 3년간에도 많이들 발전했을 걸 생각하면 미래의 애니메이션은 도대체 어느 수준이 될지 가늠이 잡히지 않습니다.


남편과 늘 동의하는 바지만 일본에서는 진짜 능력있고 재능있는 분들은 모두 영화계가 아닌 만화/애니메이션 쪽으로 진출하는 것 같습니다. 스토리도 아주 탄탄하고 그림도 너무 아름답고. 뭐 나무랄게 없네요. 이에 반해 일본 영화는 일본 만화의 명성과 비교해 수준이 많이 떨어지지요. 제가 느끼기에는 애니메이션 속의 인물들이 실제 영화 속의 배우들보다 더 연기를 잘하는 것 같습니다.


“모리비토: 정령의 수호자”에서는 영어판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좋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어 더빙은 전문 성우가 맡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유명 배우들을 섭외해 목소리 출연을 시키는 애니메이션들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별로지요. 배우는 보여주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고 전문 성우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직업이라 그 전문성에서 확실이 차이가 납니다. 디즈니가 유명 배우를 이용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망치는 짓을 잘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이웃집 토토로(My Neighbor Totoro)”입니다.


이웃집 토토로는 20세기 폭스(20th Century Fox)에서 영어로 더빙해 1993년에 시판한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디즈니가 판권을 사서 2006년 다코다 패닝과 엘르 패닝 자매를 출연시켜 사즈키와 메이의 목소리를 내게 한 새 버전은 그 더빙이 재난에 가깝습니다. 배우가 연기를 잘 한다고 목소리 연기까지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들의 다코다 패닝이 입증해 주었습니다. 거기에 시작 노래와 마지막 마감 노래를 부른 가수의 노래는 노래라고 하기가 무색합니다. 이것은 많은 분들도 저와 동의하더군요. 그래서 유투브에서는 디즈니가 자기 제작 애니메이션외에 좋은 것이 있으면 일부러 망치려고 북미 판권을 다 사들이고 이런 엉터리 더빙을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폭스 버전이 다 사라지기 전에 DVD를 샀는데 어린 아가들이 많이 보면서 또 만지고 그래놔서 흠집이 많이 생겼습니다. 정말 아쉽네요.




영어 더빙 문제로 또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모리비토:정령의 수호자"가 오늘 이야기의 주제이니 모리비토로 이야기를 끝내겠습니다. 아주 즐겁게 본 시리즈 "모리비토:정령의 수호자". 아직 보지 않으셨으면 한번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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