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과 삶의 소리들

예전 한국에 살 때 가장 좋아했던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습니다. 초여름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시원한 느낌이 있는지라 늦봄이라고 부르면 딱 좋은 시기인데 저는 이 때가 정말 좋더라구요. 아직 덥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저녁 무렵이 되면 시원한 느낌이 드는 실외에서 맥주 한잔 걸치기 좋은 기온. 제가 늘 파라다이스 같은 날씨로 느끼는 정말 쾌적한 시기입니다.

 

 

오늘 피닉스가 그렇더군요. 어제는 하루종일 구름이 끼고 비도 몇방울(정말 몇방울) 떨어졌는데 오늘은 파라다이스 날씨 그 자체였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 집에 앉아 있는다는 것 자체가 죄악인지라 오후 4시까지 공부할 것 대충 끝내고 아이들 4명을 몽땅 데리고 놀이터와 공원에서 신나게 놀아줬습니다. 반팔을 입고 노니까 딱 좋은 기온이네요. 피닉스의 이런 멋진 날씨는 한 4월경까지 되다가 5월부터 더워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날이 좋을 때 많이 즐겨야 합니다.

 

잘 놀고 집에 돌아와 저녁 먹기전 간단한 간식을 챙겨주니까 뭐든 꿀맛입니다. 간식 잘 먹고 그림 좀 그리고 놀더니 38개월 막둥이 그냥 소파에서 잠에 빠졌습니다. 막둥이는 잘 놀고 나면 그냥 정신없이 잠을 잡니다. 조용한 가운데 남편과 만든 저녁을 남은 아이들 3명과 먹고 나니 저도 갑자기 졸려 집니다.

 

피곤할 때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방에 들어가 아무 생각없이 잠을 청하는 것이 제 방법의 피로 회복법입니다. 저녁 먹고 나서 한시간 쯤 잤는데 막둥이 칭얼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막둥이가 다시 잠에 들도록 토닥거려 주고 제 방에 돌아와 누워 봅니다. 방문을 살짝 열어 뒀더니 큰 아이들 방에서 장난감 치우는 소리, 서로 종알 거리며 웃는 소리, 장난감 정리를 끝내고 아래층에 내려가 아빠와 소근거리는 소리, 화장실에서 치카치카 이닦는 소리, 아빠에게 Good night 인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모두들 너무나 아름다운 삶의 소리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파라다이스 날씨에다 꿈처럼 소근거리는 남편과 아이들의 목소리, 그리고 막둥이의 잠자는 숨소리가 정말 아름다운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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