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말에 보내는 크리스마스 편지 - 편지 내용을 다 믿으면 당신은 순진한 사람 ^^
- 노라네 이야기
- 2012. 12. 10. 20:43
미국에서는 연말 크리스마스 시기가 되면 카드를 보내기도 하지만 자기나 자기 자족들이 지난 1년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전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연말연시 특히 크리스마스 시기에 보내기 때문에 이를 크리스마스 편지(Christmas Letter)라고 부르지요.
원래 목적은 지난 1년간의 소식과 안부를 전하는 것이였는데, 이것이 변질되어 지금은 주로 여자들끼리 지난 1년간 “나와 내 가족은 무엇무엇을 했다!”하며 과장과 각색을 섞어서 보내는 이상한 편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워낙 크리스마스 편지가 요상하게 변해버려서 이태리 계통의 가족 이야기를 그렸던 미국 시트콤 “Everybody Loves Raymond (한국명: 내 사랑 레이몬드)”에서도 이를 코메디의 소재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레이(Ray)라고 불리는 스포츠 칼럼리스트 레이몬드(Raymond)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것인데 이태리 가족이라서 좋게 말하면 가족간의 친밀함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간섭과 참견이 아주 심하지요. 한국보다야 약하지만 이태리계도 시어머니와 며느리와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데 레이의 어머니 머리(Marie)와 레이의 아내 데브라(Debra)도 그렇습니다.
Everybody Loves Raymond. (사진출처: CBS)
어느날 머리는 친척에게 크리스마스 편지를 받고 열이 받아 옆집에 살고있는 아들 레이의 집에 달려갑니다. 머리가 친척의 편지를 읽어 보니 친척네는 1년 내내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자기네 가족은 뭔가 싶다고요. 사이좋지 않은 데브라도 그 친척의 크리스마스 편지를 읽더니 한 마디 하지요.
She is a BITCH!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여 크리스마스 편지의 목적이 1년간의 안부를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도 실제적으로 읽는 사람을 열받게 하는 것, 그것이 크리스마스 편지의 진짜 주 목적입니다. 열받은 머리와 데브라가 자기들도 크리스마스 편지를 써서 친척과 친지에게 보내려고 하는 것에서 생기는 여러 재미있는 상황들이 이 에피소드의 주제였습니다.
저도 몇 명에게 크리스마스 때마다 크리스마스 편지를 받곤 합니다. 저희 가까운 친척 중에도 크리스마스 편지를 꼭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이 사람은 연말이 되면 그 해 매달 했었던 일들을 정리해 프린트로 뽑아서 친구와 친척들에게 일괄적으로 보냅니다. 저의 경우는 아주 가까운 친척이라 그 사람이 작성한 월별 행사에 상당한 과장이 있다는 걸 잘 알지만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이야 그렇지 않겠지요. 그걸 받고 비교하다가 속상해 하는 사람이 좀 있으리라고 추축됩니다. 크리스마스 편지 보내기를 즐기는 그 친척이 아이들 선물도 편지와 함께 보내니까 저는 아이들이 선물로 즐거워지는 값이라고 여기며 그 편지를 한번 읽어주고 그에 맞는 가치를 두지요.
또 한 사람은 남편의 고등학교 친구 토리(Tori)의 아내인데, 이 분도 크리스마스 편지를 참 열심히 보내더군요. 이런 편지를 보내는 걸 분명히 부끄러워할 그 친구를 잘 아는 남편 말이,
토리 집사람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은데, 아마 그 녀석이 적어도 나하고 내 형제들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들에게는 이 크리스마스 편지를 보내지 말라고 부탁했을꺼야.
남편이 토리에게 직접 그 사정을 물어보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고 또 그 친구가 더 망신스러워 할까봐 남편은 토리에게 아직도 그 자세한 내막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이건 제 생각인데, 토리는 아내가 무서워서 애시당초 크리스마스 편지에 대해 말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
이런 편지를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마음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허무한 그 부분을 메꾸려면 다른 사람의 칭찬이나 부러움에 찬 말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편지들로 행복을 자랑해야 합니다. 즉, 이 모든 것이 그들이 진실로 행복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남들이 늘 행복해 보여 내가 너무 불행하고 작아보인다는 것은 실제로 “환상”입니다. 그 누구도 늘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행복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예가 연예계 종사자지요. 그들은 일반인에게 환상을 팔아 돈을 버는 직업이니 늘 행복해 보이는 것처럼 과장하거나 가끔은 정반대로 “나는 불쌍해요. 가끔 자살을 꿈꾸기도 하지요.”같은 말로 동정심을 이용해 인기를 유지하려 합니다.
하지만, 가끔 정말 마음이 행복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과 되도록 비교를 하지 않으려 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나쁜 버릇들을 줄여서 마음의 행복을 얻은 경우이지요.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세요. 지금 당신이 불행하고 나는 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까 생각하는 이 순간에도 아프리카나 아시아 어느 구석 세계의 오지에서는 당신이 누리는 따뜻한 목욕물, 세끼 식사, 잠자리 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며 자위하며 살자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우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자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면 우리의 인생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꾸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인생이 좀 더 밝은 쪽으로 나아가게 되지요.
크리스마스 편지 같은 것으로 남에게 너무 자랑하거나, 그런 자랑을 보고 너무 부러워하거나 하면 마음에 허무만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랑에 익숙한 사람은 계속 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불행감에 미치게 되지요.
긴장감을 풀고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면서 내 안에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내면의 행복을 찾도록 하세요. 행복은 남에게 크리스마스 편지 같은 것으로 확인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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