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신선놀음, 울동네 고양이들

월요일 추석, 저녁먹고 아이들이랑 보름달 구경겸 정원 산책을 하고 다니다가 유유자적 인생을 사는 고양이 세마리를 만났습니다. 산책 나갈 때마다 이 고양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녀석들에게 있어 인생은 그 자체가 진실로 신선놀음이예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사람팔자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첫번째 만난 고양이 달그림자(Moon Shadow)입니다. 주인은 있지만 속박을 거부하는(^^) 검은 고양이입니다.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로 히피 고양이라고나 할까.... 달그림자는 집에서 있기 보다 정원 나무 그늘 밑 잔디에서 주로 지내요. 흙에서 구르고 노는 걸 아주 즐기는 고양이랍니다.


달그림자는 보통 나무 밑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월요일날에는 아침에 폭우가 와서 저녁 산책할 때까지도 땅이 많이 젖어 있었어요. 젖는 건 또 싫어하는 지라 마른 산책길에 척하니 누워서 산책하는 저희 가족을 바라보며 레이저빔을 쏘고 있습니다. 이 자리는 내 자리니 너그들이 알아서 돌아가라는 분위기.


달그림자: 레이저빔을 받아랏~ 찌잉!

나: 그래 받았다. 하지만 반사~!



표정이 심각한 건지 근엄한 건지. 암튼 성격있어요. ^^



그런데 달그림자 이 녀석이 꽤 한 덩치하죠. 처음 봤을 때는 무슨 작은 흑표범이 쓱 지나가는 줄 알았으니까요. 처음 이사와 달그림자를 봤을 때 배도 하도 토실토실해서 동네 고양이를 미리 다 꿰고 있던 첫째에게 말했죠.

 

나: 저 고양이 배가 꽤 통통한데 새끼 가졌나 봐.

첫째: 엄마, 저 고양이 숫컷이예요.

나: 헐~ 배불뚝이 숫컷!?!?!?

 

 

두번째 만난 고양이는 제 아이들 친구네 고양이 가필드(Garfield)인데 이 녀석도 덩치가 아주 커요. (솔직히 말하면 뚱뚱해요) 만화 속 가필드와 달리 노란색이 아니라 하얀색 바탕이라서 덩치가 더 크게 보이는 것도 있겠지만 진짜 튼실한 고양이예요. 가필드는 덩치 때문에 만화 속 뚱띵이 고양이 가필드 그 자체입니다. 산책하다가 가필드를 만나서 마냥 즐거운 제 아이들이 이쁘다고 쓰다듬어 주느라 정신이 없었죠. 제가 그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자기 집으로 쏙 들어가 버리네요. 그래서 가필드의 토실토실 엉덩이만 찍혔다는... 에공~ 가필드 사진은 퇴출!


동네 토실한 가필드는 거의 위 가필드급이예요.

(사진출처: Google Images)



마지막으로 만난 고양이는 저희동네에 짱박고 살고 있는 주인없는 길양이 더 후드(The Hood)입니다. 이 녀석도 검은 고양이인데 동네아이 하나가 더 후드라고 이름을 지어줬지요. 동네주민 두어 분께서 더 후드 밥을 따로 챙겨 주시고 있구요. 녀석이 길양이라서 그런지 안전제일 원칙을 아주 잘 지키더군요. 산책길을 걸을 때 자전거나 롤러 블레이드 혹은 스케이트 보드가 오는 것 같으면 좌우를 살핀 후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산책로를 건너가요. 이렇게 보면 더 후드가 일부 조심성 없는 사람들보다도 나은 거죠. 그리고 더 후드는 절대 히피 고양이 달그림자네 쪽으로 가서 놀지 않아요. 영역관리를 잘 하는 거죠. 주인있는 달그림자와 길양이 더 후드가 영역으로 대립하면 더 후드가 지게 되어 있으니까요. 달그림자와 더 후드는 직선 거리상 500m 정도 되는 동네정원에 살고 있는데 서로 반대쪽 끝에서 지내기 때문에 만날 일 없이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땅도 넓은데 쓸데없이 싸울 필요는 없죠.




산책다닐 때 제 아이들이 더 후드 더 후드 부르니까 또 좋다고 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그러네요. 그럼 또 아이들은 이쁘다고 쓰다듬느라고 정신이 없고.... 더 후드는 말귀도 잘 알아들어서 제가 아이들한테 "이제 집에 가자" 그러면 다른 쪽으로 걸어가요. 쿨하고 쉬크한 더 후드식 "바이바이" 인사법이죠.


이렇게 보면 저희동네에서는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더 유유자적하게 신선처럼 사는 듯 합니다. 개들은 개줄없이 정원에 돌아다닐 수 없는데, 고양이는 저렇게 자유롭게 다니거든요. 다행히 고양이들 성격도 다 좋구요. 고양이들에게 저희동네가 바로 천국이 아닐까....


※ 동네 고양이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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