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추억 - 뽁기 (달고나)

남편이 요즘 어린 시절 먹었던 추억의 간식이 그리웠나 봐요. 지난 3일간 하루 한번씩 뽁기(달고나)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에서는 설탕을 녹여 캐러멀화시키고 거기에 베이킹 파우더를 살짝 넣어 굳이는 이 간식을 뽁기, 뽑기 (이하 뽁기) 이 비슷하게 불렀던 것으로 기억해요. 어릴 때라 확실한 맞춤법이나 발음은 모르겠구요. 비슷한 시기 서울 다른 지역에 살았던 남편도 뽁기라고 불렀다고 하구요. 그래서 적어도 서울 일부지역에서는 뽁기로 부른게 확실합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이걸 달고나라고 부르시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 포스팅에서 어릴 때 부르던 대로 뽁기로 부르겠습니다. 저한테 달고나는 많이 어색하거든요. ^^ 아마도 지역마다 이 간식을 부르는 이름이 달랐던 듯 한데 1970~80년대 유치원~초등학교를 한국에서 보낸 사람들은 뽁기를 먹어본 기억이 거의 다 있을 거예요. 가끔씩은 집에서 엄마 몰래 해먹다가 국자를 태워 먹기도 하구요. 제가 어릴때 국자를 태워 먹었을까요? 그건 여러분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남편은 어릴 때 이민와 미국에서 자랐는데도 자신이 기억하는 한국의 어린 시절을 자식들에게 살짝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그리고 설탕이 열에 녹아 캐러멀화 되는 것과 거기에 베이킹 파우더가 조금만 들어가도 색이 변하면서 굳어지는 자체가 화학반응이기 때문에 재밌게 화학을 접할 수도 있구요. 아빠가 이걸 만들면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아주 빤짝빤짝 합니다.


오랫만에 뽁기 특유의 달작지근하면서 쓴 그 향을 맡으니까 갑자기 어질어질...

뽁기 만들던 아이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예요. ^^



그런데 스테인레스 쟁반에 부어 놓으면 이게 금방 쟁반에 철썩 달라 붙더군요. 남편도 오랫만에 만들어 본 거라서 처음 만든 날은 이거 떼 내느라고 고생했습니다. 겨우 긁어서 떼내고 그러면서 먹었어요. 모양은 삐뚤빼뚤이였지만 맛은 추억 그대로였습니다. 맛있었어요. 아이들도 "맛있다~!" 감탄 연발. 역시 우리 가족은 모두 초등 입맛의 소유자~ ^^




3일동안 하루에 한번씩만 만들었는데도 남편의 기억이 다 되살아 나서 요령도 막 생기는 것 같더군요. 이틀째부터는 쟁반에서 아주 이쁘게 잘 떼어냅니다. 뽁기를 줄기차게 해먹었던 남편의 검은 과거가 확인되는 순간.

당신의 과거는 다 드러났어! 나의 검은 과거 못지 않았구만. 큭큭.




완성된 뽁기는 잘라서 식구들끼리 사이좋게 나눠 먹으면 재밌어요.


잘라 놓은 조각들이 웃는 얼굴 같지요? 이쁜 얼굴의 뽁기.



요건 내 꺼!



뽁기 만들기 전에 남편은 우선 제게 국자를 써도 되는 지 허락을 받았어요. 만들다가 국자가 태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제가 아주아주 화가 나겠죠? 남편이 음식을 잘 하긴 하지만 부엌의 우두머리는 바로 저 아니겠습니까. 부엌 우두머리로서 언제나 제 기본 입장은,

내 영역(부엌)에 도전하는 자, 용서치 않겠다!

하지만 날 위해 음식을 만든다면 부엌을 통째로 다 가지셔도 돼요~.


국자를 써도 되지만 혹시 국자를 태우게 되면 훨씬 더 좋은 걸로 사주기로 약속을 받고 허락을 했습니다. 잘하면 (남편 입장에서는 잘못하면) 새 국자도 생기겠다, 제가 나쁠 건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남편이 국자를 단 한번도 안 태워 먹었어요. 게다가 국자도 뽁기 만들고 난 후 물에 담궈 불려서 아주 잘 닦아 냅니다. 이런~ 광이 빤짝빤짝 새 국자는 물건너 갔네요. 


오랫만에 뽑기를 만드는 것도 재밌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만들지 않았지만 과거 그 불량식품의 추억이 떠오르고 괜실히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예요. 어릴 때 설탕이 국자에서 녹는 것을 바라보며 먹고 싶은 마음에 나무젓가락으로 더 열심히 저어주고 그랬는데... 다른 나라, 그리고 전혀 다른 시대와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자식들에게도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을 살짝 보여줄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구요. 이 뽁기의 추억은 제 아이들에게도 남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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