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피닉스의 똘똘하고 기특한 회오리 바람

블로그 이웃 Countrylane님과 회오리 바람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피닉스 도심지에서 본 똘똘하고 기특한 조그만 회오리 바람이 생각났어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잠깐 하려고 해요. 회오리 바람은 영어로는 더스트 데블(dust devil), 즉 먼지 악마라고 부르는데 애리조나 주나 캘리포니아 주의 건조한 사막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치명적인 소용돌이 강풍으로 파괴력을 자랑하는 토네이도(tornado)를 한국어로 회오리 바람이라고 부른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이 포스팅을 쓰면서 찾아보니까 더스트 데블이 바로 회오리 바람이였네요. 위키피디아를 보니까 토네이도는 한국어로도 토네이도라고 하는군요.


회오리 바람은 토네이도와 달리 그리 크지 않아요. 아주 가끔씩 회오리 바람에 의한 피해가 보고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피해도 없구요. 전에 피닉스 남동부에서 한참 떨어진 소도시에 여러차례 갈 일이 있어서 소노라 사막을 지나다녔는데 그때 이 회오리 바람을 사막 벌판에서 여러번 봤어요. 훵한 벌판에서 솟아 올라 빙글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꽤 귀엽고 재밌더라구요. 저희가족은 이 회오리 바람을 볼 때마다 더스트 데블이라고 부르지 않고 저희끼리 애칭인 아기 토네이도라고 부르면서 손벽치며 너무 좋아해요.


애리조나의 회오리 바람


차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규모의 피닉스 도심 교차로에도 가끔씩 아주 쪼그만 회오리 바람이 생겨 빙글빙글 돌 때가 있어요. 교차로에서 가끔 보이는 회오리 바람은 정말 작은 것들인데 아마도 큰 교차로가 사방으로 크게 뻥 뚫려 있으니까 바람이 숭숭 잘 통하고, 그래서 요런 녀석들이 가끔 생기나 봐요. 그런데 제가 피닉스 도심에서 본 조그만 회오리 바람 중에 아주 인상깊은 녀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작은 녀석이 아주 똘똘하고 기특하더라구요.


때는 그러니까 바야흐로 어느날, 저희가족의 차는 도심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였습니다. 그런데 저기 인도 한쪽에 아주 작은 회오리 바람 한개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고 있었어요. 저희가족 모두 "아주아주 작은 아기 토네이도다!"하며 구경하면서 좋아하고 있었구요. 그런데 욘석이 보행자 파란 신호등이 뜨니까 빙글빙글 돌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더니 반대편 인도로 가더라는... 우연히 딱 맞아떨어진 것이였는데도 그 작은 꼬마 회오리 바람이 때맞춰 횡단보도를 건너가니까 어찌나 귀엽던지 감탄했습니다. 미국에서도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진짜 게을러 터져서 지척에 횡단보도가 있는데도 무단횡단을 해요. ㅠㅠ 그런데 이 똘똘 & 기특 꼬마 회오리 바람은 제대로 배우고 거리에 나왔더라구요. 인간 무단횡단자들도 이런 걸 좀 배워야 할텐데 말이죠.


귀여운 바른생활 꼬마 회오리 바람!

넌 반드시 거대한 폭풍으로 거듭날꺼야.


그 꼬마 회오리 바람은 떡잎부터 벌써 클래스가 확실히 달랐던 거죠. 그 녀석은 분명 바람직한 토네이도나 허리케인으로 크게, 그것도 아주아주 크게 다시 태어났을 거예요. 믿슙니다~!


참, 애리조나 사막지역과 비슷한 화성의 표면에서도 회오리 바람이 부는 거 아세요? 그래서 그런가 저는 화성을 보면 제가 사는 동네같구 아주 친근한 느낌이 들어요. 아마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면 지구의 사막지역 주민 포함 서식 동식물과 통하는 바가 많을 겁니다. ^^*


스피릿(Spirit)에서 찍은 화성 표면 회오리 바람


NASA 화성 정찰 위성 Mars Reconnaissance Orbiter의 HiRISE 카메라에서 찍은 회오리 바람


* 위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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