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 닭구이 - 피닉스 폭염에도 에라 모르겠다. 오븐을 켜자!
- 먹는 즐거움
- 2015. 6. 19. 11:51
날이 더워서 오븐은 진짜 켜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매일 해먹는 요리법이 찜, 볶음, 삶기, 끓이기. 좀 질리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들은 집에서 만든 오븐 닭구이가 사다 먹는 닭튀김 보다 더 맛있다고 먹고 싶다며 강아지 이쁜 눈으로 하트를 뿅뿅 날리면서 제게 부탁을 합니다. 제가 맘이 약한 사람이라...
그래서 큰 맘 먹고 어제 오븐을 켰습니다. 한쪽에서는 에어컨 켜서 실내온도를 낮추고, 한쪽에서는 오븐을 켜서 실내온도를 높이고... 상황이 좀 웃기긴 하지만 맛있게 먹는 것도 인생의 즐거움이니까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피닉스는 현재 화씨 114~115도(섭씨 45~46도) 정도의 고온이 벌써 일주일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음주 화요일까지 이런 고온이 지속될 것 같고, 수요일부터는 화씨 105도(섭씨 40.5도) 정도로 내려갈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어요. 다음주 수요일에 화씨 105도로 내려가도 더운 건 여전히 덥지만, 지금보다 다만 몇 도라도 내릴 걸 생각하면 기뻐져요. ^^ 피닉스와 근교지역은 현재 폭염주의보가 내린 상태입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때문에 피닉스가 더운 것으로 혹시라도 오해하지는 마시구요. 피닉스 지역은 여름이 지독하게 더운 곳으로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지금 여름이 아주 더운 것은 원래 이런 것이고, 가끔씩은 화씨 119도(섭씨 48도)까지도 올라가요.
닭허벅지하고 닭다리를 오븐에 굽고, 상추 샐러드에 오이같은 채소도 곁들여서 먹을까 했는데 닭 지방을 칼로 정리하다가 손을 살짝 베었어요. 살짝이지만 손을 베니까 짜증도 올라오고 상처난 손으로 채소 씻기도 싫어서 샐러드고 채소고 뭐고 다 취소! 그냥 닭만 구워서 우선 먹고 나중에 식구들 각자 알아서 천도복숭아 먹고 수박 한 통도 잘라서 먹기로 했습니다. 제가 칼로 이미 피를 봤기 때문에 수박은 남편이 자르는 걸로 하구요. (고백하면 평소에도 수박은 늘 남편이 잘라요. ^^)
드디어 인고의 시간이 지난 후 맛있는 닭구이가 오븐에서 나왔습니다. 음식 중에서 오븐 요리는 오븐에다 음식을 넣고 가끔 간 맞추고 뒤집어 주고 이 정도만 하면 되니까 편리해요. 그리고 특별한 양념이 없이도 아주 맛있게 만들 수 있어서 참으로 기특한 요리법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법이 오븐 요리예요.
보통 오븐 닭구이에는 비스킷이나 조그만 롤빵 등을 함께 하기도 하는데 다 귀찮고. 식빵이 엄청 많이 있어서 빨리 먹어줘야 하는 관계로 식빵을 곁들여서 먹었어요. 남편이 닭에서 나온 지방을 모아 그레이비 소스를 잘 만들어 줬구요. 오늘 그레이비 소스는 특히나 잘 나왔습니다. 식빵 위에 그레이비 소스를 얹어 먹으니까 맛이 꼭 비스킷에 그레이비 소스 얹어 먹는 그 맛입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문제는 그레이비 소스가 칼로리가 아주 높은 소스라는 점인데... 하지만 우선 잘 먹고 잘 살자~!
아이들마다 원하는 방식이 달라서 약간씩 다르게 접시에 담아 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래 3가지의 구성입니다.
구성 1: 우선 닭에 집중
닭허벅지 하나 + 닭다리 하나, 하지만 그레이비 소스 듬뿍 얹기
구성 2: 그레이비 소스 없이 단백하게
닭허벅지 하나 + 닭다리 하나 + 식빵 2 조각, 하지만 그레이비 소스는 빼고.
구성 3: 넣을 건 다 넣기
닭 2 조각 + 식빵 2 조각 + 그레이비 소스 듬뿍 얹어 주기
넣을 것을 다 넣는 것이 바로 첫째, 남편,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형태인데,
첫째는 닭허벅지를 좋아해서 닭다리 없이 허벅지로만 2 조각입니다.
아래는 제 접시입니다. "구성 3: 넣을 건 다 넣기"의 기본을 충실히 따른 접시입니다. 그러고 보니까 저도 닭허벅지를 더 좋아하네요. 그리고 둘째, 세째, 막둥이 네째가 닭다리를 좋아해서 아이들에게 닭다리를 양보하기도 하구요. 제가 좋은 엄마잖아요. (단, 먹을 것 많을 때만 양보가능. ^^)
남편 접시와 제 접시를 같이 두고 사진 한 방 찍고.
이번에도 wine cooler 비슷한 가벼운 술 종류를 함께 했어요. 전에 마신 Jamaican Me Happy나 이번에 마신 Mike's의 제품은 맥아(malt)를 기본으로 만든 가벼운 술 종류입니다. 맛이나 여러 면에서 포도주를 기본으로 만든 wine cooler랑 비슷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맥아를 숙성시켜 만든 술이기 때문에 맥주에 더 가깝습니다. 실제로 맥주라고 표기하기도 하구요. 맥아로 만드는 것이 포도주로 만드는 것보다 저렴해서 많이들 이렇게 가벼운 술을 만들고 있어요.
전에 불고기 덮밥을 먹으며 마셨던 Jamaican Me Happy
이런 가벼운 술 종류 중에서 가장 인기많은 제품은 아마도 B&J 것이라는 게 제 의견입니다.
(사진 출처: Google Images)
그런데 Mike's의 가벼운 술은 다른 제품보다 좀 독해요. 마시고 나면 약간 독한 알콜이 들어왔다고 몸에서 신호를 보내오죠. 위 오븐 닭구이와 함께 한 Mike's에는 레몬에이드 맛이 빠졌는데 레몬에이드 맛은 한국에서 마시던 레몬 소주와 아주 비슷합니다. 레몬 소주가 좀 더 강하긴 하겠지만 아주 비슷해요.
Mike's를 마시고 나면 알딸딸, 머리는 약간 띵~! 그래도 다음날 또 마셨어요. 핑계는~~~
아주 더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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