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apegoat - 같은 얼굴을 가진 두 남자

"The Scapegoat", 즉 희생양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2012년 영국 TV 채널 itv에서 방송한 TV용 영화입니다. 원작은 1957년 다프니 듀 모리예이(Daphne du Maurier)의 동명소설이고 1959년에도 영화화 된 적이 있습니다. 2012년 영화와 원작 소설은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고 하는데 2012년 영화에서는 영국이 배경이고, 원작 소설에서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영국 방송사들 중에서는 BBC에서 고전적이고 작품성 있는 TV 드라마를 잘 만드는데, 영국의 또 다른 TV 채널인 itv에서 만든 작품들도 꽤 좋더군요. 전에도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오만과 편견을 비틀어 다시 재해석해 만든 itv의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Lost in Austen)"도 아주 재밌게 봤었어요.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1952년, 현 영국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던 그 시기로 넘어갑니다. 영화의 기본 구조는 "왕자와 거지"와 동일해서 똑같게 생긴 두 사람이 서로의 자리를 바꿔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외모와 목소리가 거의 같은 두 사람 존 스탠딩(John Standing)과 조니 스펜스(Johnny Spence)가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지요.


외모 뿐 아니라 이름까지 비슷한 이 두사람 중 존은 해고된 불어 선생이고, 조니는 무능력한 유리공장 사장입니다. 조니가 런던에 미국 회사와 계약하러 왔다가 실패하고 낙담하던 중, 똑같이 생긴 존을 만나 존에게 모든 문제들을 남긴 채 도망갑니다. 졸지에 존은 조니가 되어 조니의 가족과 지내면서 사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되구요.


여기서 보면 존은 가족도 없고 돈도 거의 없는 선생이지만 인간성도 좋고 우선 책임감이 강합니다. 약속도 지키려고 노력하구요. 그런데 조니는 인간성도 별로고, 사업수완도 없는데다가, 사업이 잘 되지 않으니까 닮은 사람을 떨구고 도망가는 무책임함까지 보이지요. 같은 얼굴을 가진 두 사람, 그러나 상이한 성격이란 전형을 따르고 있는데 나름 잘 그렸습니다. 매튜 리스(Matthew Rhys)가 서로 다른 성격의 존과 조니 두 역할을 맡았는데 연기를 잘 하시네요.


위 세 여자 중 조니의 아내도 있고, 제수씨도 있고, 여동생(또는 누나)도 있습니다.

누가 누구인지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어요. ^^



조니의 어머니



BBC 셜록 시리즈에서 제가 연기력에 홀딱 완전히 반해버린

앤드류 스캇(Andrew Scott)이 조니의 동생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에는 인상을 쓰며 성질 더럽게 생겼는데 위 캡쳐가 그런 장면을 따온 것이지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괜찮은 사람입니다.



등장인물 중 하나가 존이 조니로 바꿔 살고 있는 것을 알고 당시 영국 군주 자리를 비유해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누가 말했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구요. ^^


엘리자베스 공주(대관식 전이므로 공주임)도 원래 군주의 자리에 앉을 분은 아니였죠.

그녀의 아버지(조지 6세)도 마찬가지였구요.

 

 

여기서 위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큰 아버지인 에드워드 8세때문입니다. 1936 1월에 즉위했는데 미국인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Wallis Simpson)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1년도 못채우고 그해 12월에 퇴위합니다. 그래서 동생인 앨버트가 왕위를 물려받게 되지요. 그 동생 앨버트가 바로 현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되시는 조지 6세입니다. 왕위까지 버린 에드워드 8세와 심프슨 부인의 사랑이야기는 꽤 유명하죠.


심프슨 부인과 에드워드. 에드워드는 현 엘리자베스 여왕의 큰 아버지입니다.




이 영화는 조용히 앉아 감상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잘 만든 영국 드라마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효과음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대사나 인물의 행동 등으로 이야기를 멋지게 이끕니다. 그래서 그런지 보고 나면 뭔가 좋은 책을 읽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현란한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편인 미국 드라마보다 영국 드라마가 좋더라구요. 그렇다고 모든 영국 드라마가 좋은 건 아니고, 아닌 건 정말 아닙니다. 골라서 보셔야 해요. 미국에서는 PBS(교양방송) Masterpiece를 통해 아주 좋은 영국 드라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Masterpiece를 통해 시청하는 작품들은 거의 만족스러워요.


세월호 참사 소식같은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에는 "The Scapegoat"같이 잔잔하면서 괜찮은 영화 한편 보는 것도 기분 전환을 위해 좋은 듯 합니다. 추천합니다.


 여기서 잠깐


"The Scapegoat"의 시대적 배경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 시기라서 관련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1952 2월 대관식을 치뤘기 때문에 2014년 현재 62년의 재위 기간으로 영국 역대 군주 중 2위의 장기간 재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고조할머니인 빅토리아 여왕은 63년의 재위 기간을 가졌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은 현재 1년 부족하군요.


* 영국 1위 장수 재위 군주: 빅토리아 여왕 (63년)

* 영국 2위 장수 재위 군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62년). 기록 갱신 가능성 높음. ^^


내년 2015년 2월이면 빅토리아 여왕의 63년 기록과 동일하게 되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이 아주 정정하니까 아마도 이전 기록을 거뜬히 갱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도 101세까지 장수하셨기 때문에 엘리자베스 여왕도 그만큼 장수할 것 같거든요. 그러고 보면 만년 왕세자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들 찰스 왕세자가 좀 불쌍해 보여요. 지금 찰스 왕세자가 만 65세입니다.


1952년 대관식 때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남편 필립공



2014년 엘리자베스 여왕. 정정 하시군요. (1926년생, 만 88세)



영국 여왕과 그 왕위를 이을 3순위까지의 계승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 (2013년)

(엘리자베스 여왕 이후 왕위 계승 순: 찰스 왕세자 -> 윌리엄 왕세손 -> 조지 왕자)

그런데 찰스 왕세자가 너무 늙어 보여요.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과 나이가 거의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 ㅠㅠ


 



* 사진출처: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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