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다시쓰기 (Lost in Austen)
- 잡다한 연예부
- 2012. 3. 7. 02:18
넥플릭스(Netflix)를 이리저리 뒤지다가 찾은 맘에 드는 영국 TV 시리즈입니다. 넥플릭스에서 거의 3시간짜리 영화로 보여주길래 긴 영화인줄 알았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실제로는 4부작 TV 미니 시리즈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게 3시간 가까이 되는지도 모르고 남편과 함께 보기 시작했다가 남편 출근을 위해서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도 둘다 중간에 끊지 못하고 밤늦게까지 봤습니다. ㅠㅠ 보통 제가 한번 본 드라마는 두번 이상 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건 남편 출근 보내고 아침에 또 보고 있네요. 정말 중독성이 강한 작품입니다. 재밌네요...
사진출처: ITV
원 제목은 원작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의 작가 제인 어스틴(Jane Austen)의 이름을 빌려와 운율을 살려 “Lost in Austen(어스틴의 세계에서 헤매기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네요)”으로 명명되었는데 한국판에서는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로 제목을 정했군요.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란 제목은 이 TV 시리즈의 내용과도 맞는 잘지어진 한국어 제목인 것 같습니다. 다시쓰기라는 단어를 제목에 써서 “오만과 편견”을 새로운 감각으로 이해하는 이 드라마의 의도를 잘 살렸습니다.
하지만 제인 어스틴의 원작 “오만과 편견”을 사랑하는 팬들이 이 드라마를 보는 평은 둘로 확연히 갈라질 것 같습니다. 달시씨(Mr. Darcy)와 엘리자베스 베넷(Elizabeth Bennet)의 오만이나 편견에 인해 생기는 갈등과 긴장 및 다른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을 그리워한다면 이 드라마가 별로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고, 21세기에서 19세기초로 어쩌다가 가게 된 현대여성이 200년전 여성들에게 영향을 준다거나 등장인물들의 오만과 편견이 원작과 전혀 다른 문제와 해결로 이어지는 로맨스를 신선하게 느낀다면 아주 재밌고 멋진 작품이 될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아맨다 그리고 달시씨(사진출처: ITV)
“오만과 편견”을 읽어본 여성들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로맨스를 이 드라마에서는 현대여성 아맨다 프라이스(Amanda Price – Jemima Rooper 저마이머 루퍼 분)를 통해 대리만족하게 합니다. 그리고 늘 분위기를 잡고 다니지만 실상 좋아하는 여자에게 마음표현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무거운 분위기남 달시씨(Elliot Cowan 엘리엇 카우안 분)도 로맨틱하고 멋있게 그렸습니다. 보통 “오만과 편견”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 때 여자 주인공 엘리자베스 역도 중요하지만 이 달시씨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엘리엇 카우안도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에서 달시씨 특유의 그 비사교적이며 까칠하고 무게잡는 모습을 잘 그렸습니다. 멋있습니다. :)
찌릇찌릇 눈빛의 달시씨. o_o
역시 달시씨는 이 강한 눈빛을 빼면 시체지요.
달시씨와 춤을~~~
여성팬들을 겨냥한 팬서비스로 보이는 물에서 나오는 달시씨 장면~~
사진출처: ITV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에서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짝짝 잘 어울립니다.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베넷씨(Hugh Bonneville 휴 보네빌 분)와 베넷부인(Alex Kingston 알렉스 킹스턴 분)을 비롯해 제인역을 한 몰빈 크리스티(Morven Christie)와 빙리씨(Mr. Bingley)역을 한 탐 마이손(Tom Mison)의 연기도 아주 좋더군요. 탐 마이손은 지금까지 제가 봤던 빙리씨 중에서 제일 잘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 그리고 원작과 상당히 다르게 해석된 조지 윅험(George Wickham )역 탐 라일리(Tom Riley)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넷부인, 제인, 리디아와 함께 파티에 간 아맨다
엘리자베스가 빠진 나머지 베넷 자매들
잘생긴 빙리씨 ^^
원작과 다른 해석을 한 윅험 사진출처: ITV
제인 어스틴의 작품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 시청을 추천해 드립니다. 아마 좋다 나쁘다 두가지로 확실히 평이 갈리겠지만 “오만과 편견”을 새로운 느낌으로 해석해 현대여성과 200년 전 사람들의 로맨스가 겹쳐지는 재밌는 환상을 접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늘 무게잡는 달시씨가 현대의 런던에 나타나는 장면은 너무 찡~ 합니다. “아이구, 정말 멋있는 남자 달시씨!”
지금까지 제가 TV나 영화에서 본 달시씨들은 모두 다 멋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해석되어 이 차이점을 찾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시간되시면 아래 3가지 판의 달시씨를 비교해 보세요.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1995년 BBC 작품 속에서 칼린 퍼스(Colin Firth)가 연기한 달시씨가 표현을 제일 잘 한 것 같지만, 2005년 영화판의 매튜 맥파디엔(Matthew MacFadyen)과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의 엘리엇 카우완도 다른 느낌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칼린 퍼스의 달시씨(사진출처: BBC)
누가 뭐래도 제게는 이분이 "The Mr. Darcy"입니다. ^^
매튜 맥파디엔의 달시씨(사진출처: Universal Studios)
매튜 맥파디엔 출연 영화에서는 전체적인 의상이 시대와 약간 맞지 않는 것 같더군요. “오만과 편견”의 시대적 배경은 1810년대 즉 19세기 초인데 영화 속 의상은 18세기 중~후반의 의상으로 보입니다. 반면 BBC TV 시리즈 “오만과 편견”과 ITV 드라마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의 의상은 전반적으로 시대에 맞게 잘 고증된 것 같구요. 이 당시의 의상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글을 올려 두었습니다. 아래 글 제목을 누르면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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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카우완의 달시씨(사진출처: ITV)
제가 며칠동안 달시씨 앓기로 끙끙거리고 있었는데 남편 덕분에 이 앓기가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엘리자베스에게는 달시씨, 제게는 제 남편! 역시 자기를 정말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짝이 최고입니다. 지금 남편이 옆에 있으니 한마디 해줘야겠네요. “나의 달시씨! 날 사랑해주는 당신 덕분에 행복해용~~”
P. S. 드라마 중에서 제인이 빙리씨 집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엄마, 동생들 그리고 아맨다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중 마차 바퀴가 망가지는 사고가 납니다. 이 때 도움을 기다리면서 밖에 서 있던 아맨다와 제인 뒷 배경 하늘에 천천히 날아가는 하얀 물체가 하나 있습니다. 한번 찾아보세요. 비행기로 보이는 이 물체는 소설 “오만과 편견”이 발표된 1813년 경에는 절대 볼 수 없는 것이기에 재밌습니다. ^^
TV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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