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제 각각 다른 특성이 있어요.

제가 4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형제라도 모두 참 다릅니다. 첫째는 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책임감이 아주 강하고, 첫째보다 3살어린 둘째는 첫째가 하는 건 어떤 것이든 다 하고 싶어서 공부든 뭐든 열심입니다. 첫째는 18개월때부터 알파벳을 읽고 3살때부터 글을 읽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첫째의 영향을 받은 둘째도 첫째와 마찬가지로 3살때부터 혼자서 읽고 쓰고 아주 열심이더군요. 제 큰 두아이들이 이렇게 다들 혼자서 글을 읽길래 저는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세째는 지금 3살 하고도 6개월이 지났는데 글 읽는 것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큰 아이들이 공부를 할 때도 같이 앉아서 공부하겠다고 보채기보다 TV가 더 재밌고 춤과 노래가 더 즐거운 아이입니다. 제가 한번은 남편에게 “왜 세째는 3살인데도 큰 아이들처럼 아직 읽기를 하지않지?”하고 물어 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저를 상당히 묘하게 쳐다보면서, “당신 지금 제 정신이야? 세째가 3살인데 도대체 뭘 바라는 거야?” 생각해보니까 정말 그러네요. 제가 미친거지. 3살짜리가 아직 읽지 않는다고 고민을 하다니... 제가 많이 부끄럽습니다. 첫째와 둘째 때문에 저의 기대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나봅니다.


세째가 읽기같은 것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이유는 그 아이의 말하기 능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월등하게 높은 것도 한 몫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세째는 생후 6개월때부터 완전한 문장을 말하면서 대화를 시작했거든요. 6개월짜리가 완전한 문장을 시작할때 제가 좀 당황해서 제 귀를 의심했지요. 나중에 남편이 퇴근했을 때 아이가 하는 말을 같이 들으니 제가 들은 게 맞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화나 의사소통에서 상대적으로 불편함을 못느끼는 세째는 아직(?) 글을 읽고 싶은 의지가 생기지 않나봅니다.


하지만 세째 아이는 유달리 춤과 노래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영웅놀이도 좋아하구요. 자기를 “히나-걸(Heena-Girl)”이라고 하는데 왜 히나-걸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히나”라는 소리가 좋은가 봅니다. 세째는 사물에 그 아이 나름의 단어를 붙이거나 다른 방법으로 이름을 지어주는 걸 좋아합니다. 처즐(Chuzzle) 퍼즐게임도 세째는 스머지(smudge)라고 부르며 즐기지요. 아마 처즐 통통 복실이들이 터져나가는게 그 아이한테는 좀 지저분하게 보이나봅니다.


지금 갑자기 “슈~”하는 효과음과 함께 거실로 뛰어나와서, ”히나-걸!” 외치는 세째. 3살짜리에게 아직 글을 읽지 못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제가 또 부끄러워지네요. 초등학교는 6살때부터 시작하니까, 그 전까지 읽든지 아니면 1학년 과정 중에 읽으면 되는 건데 말이죠. 요즘 세째를 보니 책을 부쩍 읽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 됐지요.


15개월짜리 네째는 상당히 둘째 아이와 비슷한 경향이 있습니다. 큰아이들이 하는 것이면 공부도, 놀이도, TV 시청도 뭐든 함께 하고 싶어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 아이도 읽기를 빨리 시작할 것 같은데 좀더 지켜봐야겠지요. 홈스쿨링을 하면 좋은 것이 나이 어린 아이들이 큰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자극을 받아 뭔가 자꾸 배우고 싶어한다는 점입니다.


부모로서 각 아이들이 다르다는 걸 이해하고 똑같은 기준을 강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이겠지요. 제 아이들을 보면서 오늘 또 배웁니다.


 2012년 12월 추가.

윗글은 약 2년 전에 쓴 것인데 지금 세째는 만 5세입니다. 이제 때가 되었는지 읽기도 시작하고 덧셈과 뺄셈도 숫자 20까지 안에서 꽤 잘하고 있습니다. 같은 부모 밑의 형제라도 아이들은 때가 다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이걸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가 많지요. 형제끼리 또는 다른 집 아이들과도 비교하고 그러면서 부모는 조바심이 생기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모두 힘들어지지요.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한데 요즘 세상이 그 여유란 것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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