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게임 (차이니즈 체커)

대부분의 가정, 특히 초등학교 이상의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보드게임 한 세트 정도씩은 다 있을 겁니다. 울집도 남편이 보드게임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집에는 늘 보드게임이 있었어요. 이런 보드게임은 재미를 주면서 전략을 짜게 하는 등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서 좋아요.

 

예전에 남편이 시동생들에게 체스를 가르쳤는데 이젠 첫째, 둘째, 그리고 셋째에게도 체스를 가르치며 함께 즐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예전부터 체스나 체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이들이랑 함께 이 보드게임 세트를 가지고 놀 일이 별로 없었어요.

 

일반적으로 구입하게 되는 보드게임 세트는 주로 여러 게임이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 중 하나인 "차이니즈 체커 (Chinese Checkers)"는 어릴 때 한두 번 해 본 게임과 비슷합니다. 이 게임을 좀 아니까 이걸 아이들과 함께 놀아볼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셋째와 막둥 넷째가 너무 어려서 게임에 사용하는 조그만 구슬들을 입에 넣고 삼킬까 걱정되더군요. 그래서 게임구슬 봉지를 열지도 않고 그냥 잘 모셔두고만 있었습니다. 곧 만 3세가 되는 막둥 넷째가 지난 6개월 간 입에 물건들을 집어넣지 않는 것을 확실히 확인했어요. 이제 울집 식구들은 이번달부터 이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게임룰이 가물가물 해서 첫째와 게임을 하면서도 맞게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였는데 하다 보니 기억이 다 새록새록 다시 살아납니다. 이 게임을 한국에서는 분명 차이니즈 체커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렀었어요. 찾아보니 한국에서는 "다이아몬드 게임"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보드판이 다이아몬드 모양 같아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이아몬드보다는 별처럼 보입니다. 한국의 다이아몬드 게임과 미국의 차이니즈 체커 사이에 아주 약간 룰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거의 비슷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명이 차이니즈 체커라서 중국에서 시작된 게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뜬금없이 실제로는 미국 게임이라고 하네요. 1892년 독일에서 오래전부터 즐겨온 미국의 "할마(Halma)"를 변형해서 개발한 게임이랍니다. 독일에서 이 게임의 보드를 별모양으로 바꿨기 때문에 "별-할마(Stern-Halma)"로 불렀다고 해요.

 

이 게임이 미국에 재수입되었을 때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뭔가 다른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Chinese Checkers"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명이 영어로는 차이니즈 체커지만 사실은 미국 게임이라네요. 돌아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게임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이 게임룰은 간단합니다. 자기 쪽 삼각형에 있는 구슬을 상대반 쪽 삼각형으로 빠르게 효과적으로 먼저 다 옮겨 놓으면 이기는 겁니다. 게임하는 사람에 따라 1 삼각형 vs 1 삼각형으로 할 수도 있고 2개씩 또는 3개씩 해서 모든 삼각형을 다 옮기는 식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3 삼각형 vs 3 삼각형이 아무래도 구슬이 움직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져서 복잡하지만 더 재밌습니다. 구슬은 한 칸씩 움직일 수도 있고 앞에 다른 구슬이 있으면 (내 것 상대방 것 상관없음) 폴짝 넘어 여러 칸을 한꺼번에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처음 만 10살짜리 첫째와 이 게임을 즐겼는데 제가 계속 이겼어요. 어릴 때 놀았던 기억이 무의식을 타고 몸으로 그냥 나오는 거예요.

 

그랬더니 첫째의 승부욕이 불타는 게 보입니다. 계속 제게 이 게임이 생각난다고 자꾸 하자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여러 칸을 폴짝 넘어 고속도로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귀여워요~~ 둘째는 이 게임보다는 체스를 더 좋아해서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저와 첫째가 재밌게 게임을 하니까 남편도 껴서 함께 겨루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남편을 계속 이겼는데 몇 번 하니까 언제 지는지 모르게 계속 지고 있습니다. 남편이 워낙 보드게임을 많이 한지라 금방 게임을 장악합니다. 그래서 첫째처럼 저도 승부욕을 활활 불태우고 있습니다.

 

첫째는 남편에게 계속 지다가 어제 한번 이겼습니다. 날아갈 듯 신나 합니다. 저도 승리의 고지를 어서 탈환해야 할 텐데...

 

지난번 게임에서는 처음에 제가 한참 앞서고 있었어요. 게임 하면서 남편이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서 제 집중력을 분산시켰습니다. (아무래도 전략적인 냄새가~~) 그래서 핑계 같지만 시작은 좋았는데 결국에는 졌습니다.

 

남편도 제가 음악에 너무 신나서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며 싱글벙글입니다. 오늘 다시 한번 남편과 피 터지는 승부의 세계로 돌입해야겠습니다. 두고 보자! 살벌한 승부의 세계에는 남편도 자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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