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eks: Crucible of Civilization 고대 그리스 역사 다큐멘터리 1/2
- 잡다한 연예부
- 2012. 3. 21. 04:00
한동안 로맨틱 드라마들을 많이 봤더니 너무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 같아서 심리적으로 피곤해지네요. 이런 드라마들 중 잘 만들어진 것들은 재미도 있고 시간 때우기도 좋은데 사람을 너무 감성적으로 만들거나 단순하게 만드는 것 같아 지루해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시간이 있을 때 다른 교육적인 볼거리를 찾아봤습니다. 마침 지난주는 아이들 봄방학 중이어서 제가 좋은 프로그램을 시청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시기였지요.
제가 어제 재밌게 본 다큐멘터리는 "The Greeks: Crucible of Civilization"로 고대 그리스 역사 중 황금기에 해당하는 그리스 고전기(Classical Greece)를 다루고 있습니다. "The Greeks: Crucible of Civilization"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그리스: 문명의 도가니"로 해석됩니다. 여기서 도가니는 여러 문명적, 정치적, 사회적 상황들이 도가니 속 쇳물처럼 녹아지고 이로 새로운 문명 또는 시대가 열어진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문명적으로는 여러 문화와 사상 등이 녹아 어울려져 그리스 문명의 황금기 발달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참주에 의한 독재 정치 같은 공포스럽고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시민들이 참여해 참주를 몰아내고 함께 민주주의의 문을 열은 시기고요. 사회적으로는 전제주의 대제국 페르시아의 여러차례 침공에서 시민이 이끄는 민주주의 아테나이가 승리합니다. 이러한 사건들을 문명의 도가니로 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1부: The Revolution, 2부: The Golden Age, 3부: Empire of the Mind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영화배우 리암 니슨(Liam Neeson)이 해설을 맡았는데 목소리가 좋으시네요. 듣기 좋습니다.
다큐멘터리 1부를 시청한 후 아직 기억이 생생할 때 고대 그리스에 대한 자료를 재미삼아 찾아봤습니다. 제가 찾은 자료를 정리해 보면, 고대 그리스의 역사는 시기적으로 4개 또는 로마 정복기의 그리스까지 포함하면 5개 정도로 나눠집니다. 그리스 고전기는 통상적으로 아테나이 독재 폭정*이 끝났던 기원전 510년부터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기원전 323까지로 구분됩니다.
* 독재 폭정을 한국에서는 참주에 의한 정치라 해서 참주 정치라고 합니다.
이 그리스 고전기 중에 정말 상당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리스 고졸기 (Archaic Greece) 시기 솔론 (Solon)에 의한 온건한 개혁으로 기초가 마련된 원시적 형태의 민주주의가 그리스 고전기에는 클레이스테네스 (Cleisthenes)에 의해 이르러 본격적으로 민주적 의회제와 도편추방(ostracism) 등으로 역사에 등장해 발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클레이스테네스는 이 새로운 개혁을 민주주의 즉 시민에 의한 지배 (demokratia, demos=민중, 시민, 다수 & kratia=권력 또는 지배) 대신에 모든 시민들이 법 앞에 평등한 원칙 (Isonomia, iso=평등 & nomos=법)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법 앞에 평등하다... 참 의미있는 말입니다.
제가 알기로 일부 학자들이 다른 의견을 펴고 있긴 하지만 학계 대부분에서는 고대 아테나이의 민주적 의회제가 왕이 아닌 시민들이 직접 정책이나 전쟁 선전포고 등을 결정했기 때문에 고대 로마 공화정이나 현대 민주주의 등의 근간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거나 참주로 독재를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이름을 도자기 조각에 적어 표를 내는 도편추방도 동시대 타 고대국가들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정말 획기적인 발상이고 정치체계였다고 봅니다. 도자기 조각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나와 문제의 인물로 찍힌 사람은 10년 간 아테나이에서 추방되게 됩니다.
제가 도편추방에 대해 더 찾아본 자료들에서는 도편추방 제도가 나름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로 보입니다. 합리적으로 보는 이유는 해당 인물은 추방되어도 그의 신분이 강등되거나 사유재산을 몰수당하는 일도 없고 가족들의 신분이나 재산에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해당 인물만 10년간 쫓겨났다고 하네요. 하지만 해당 인물에게는 엄격해서 이 사람이 아테나이에 다시 돌아오려는 시도를 하다 잡히면 사형이었다고 합니다.
이 도편추방으로 쫓겨난 인물 중에 아테나이 해군력을 증강시켜 페르시아 침공을 아테나이 승리로 이끌었던 아테나이 정치가 테미스토클레스 (Themistocles)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테미스토클레스가 아테나이를 구했지만 아테나이 시민들은 강력해지는 그의 정치적 세력이 결국엔 독재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던 것일 겁니다.
한 사람이나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시민의 힘이 이끄는 민주주의에 큰 해가 되고 독재로 이어지기 쉬우니까요.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나이에서 쫓겨난 후 여러 그리스 도시 국가들을 전전하다가 결국엔 그가 싸웠던 페르시아에서 일생을 마쳤다고 합니다. 참 아이러니 하네요. 그리고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기 마련이여서 나중에는 이 도편추방을 정적제거에 악용한 인간들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자료들에서는 도편추방을 위해서 얼마만큼의 표를 받아야 하는지 전하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필로코루스 (Philochorus)에 의하면 도편추방으로 추방당하려면 "당선자(?)"가 적어도 6,000표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그리스/로마 영웅전으로 유명한 역사가 플루타르코스 (Plutarchus)는 총 투표수가 6,000 표 이상이 넘어야 도편추방 투표 자체가 유효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플루타르코스에 의하면 도편추방이 이뤄지려면 총 투표의 수가 6,000표가 넘어야 하고 이 경우에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추방을 당한다는 것일 겁니다. 결국 도편추방에 관련된 숫자로 6,000이 맞긴 맞는 것 같은데 두 역사가 중에서 누가 정확한지는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스 아테나의 고대 아고라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위 사진의 도편추방 투표에 사용된 도자기 조각을 보면 Pericles, Cimon, Aristides란 이름들이 쓰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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