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Sherlock)

역시 영국은 영국 작가들이 쓴 작품들을 영화 또는 TV 드라마화 하는 것을 참 잘 합니다. 얼마 전에 제가 본 “Lost in Austen (한국판: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도 제인 어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에 판타지 요소를 입혀서 재밌게 풀어 놨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본 “셜록 (Sherlock)”은 아서 코난 도일 경(Sir Arthur Conan Doyle)의 유명한 추리소설 시리즈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를 21세기에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사진출처: BBC One

 

 

코난 도일 경의 셜록 홈즈 시리즈의 배경은 19세기 말~20세기  초라서 원작대로 그리면 시대극 + 추리극이 되겠지요. 하지만 BBC의 2010년 작 “셜록”은 21세기 현재를 살고 있는 셜록 홈즈와 그의 파트너 존 왓슨 박사(Dr. John H. Watson)가 누군가에 계산된 범죄들을 풀어가는 것을 그렸습니다. 저는 2010년에 방영된 시즌 1의 3가지 에피소드만 봤는데 이 에피소드들에서 벌써 뒤에 숨어 있던 진짜 악당의 존재를 밝혀 주지요.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었다면 기억이 날 이 악당은 그 유명한 모리얄티 교수(Professor James Moriarty)입니다. 그런데 BBC “셜록” 시리즈에서는 아주 젊은 사람이 모리얄티로 나오더군요. 드라마의 모리얄티는 스스로를 짐 모리얄티(Jim Moriarty)로 밝힙니다. 짐은 제임스의 약칭이지요.

 

해결할 범죄가 없는 생활은 너무 지루해서 참을 수 없는 셜록이 어찌보면 귀엽기도 하고 범죄를 해결할 때 그 냉철함이 무섭기도 한데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가 연기를 정말 맛갈나게 잘 해내더군요. 아마도 21세기의 셜록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하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고 수긍하게 합니다. 

 

셜록 홈즈 (베네딕트 컴버배치 분)

 

 

한편 셜록 홈즈 시리즈의 또 다른 중요인물 왓슨 박사는 마틴 프리먼(Martin Freeman)이 맡아 셜록의 가끔 방방 뜨는 듯한 가벼운 느낌을 잡아 극의 균형을 맞춰 줍니다. 친구가 전혀 없던 셜록은 왓슨 박사를 만나 룸메이트이자 곧 하나 뿐인 친구를 얻게 되지요. 왓슨 박사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영국군 군의관이였는데 영국으로 돌아온 후 전쟁잠전 후유증으로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앓습니다. 그런데 왓슨 박사는 사실 자신도 모르고 있었지만 전쟁터가 주는 생사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즐기고 있었더군요. 영국으로 돌아와 더이상 생사를 오가는 극도의 긴장감이 사라지자 이로 인해 신체적 장애가 생깁니다. 그런데 셜록과 함께 지내면서 셜록 주위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그 대단한 긴장감 덕분에 이 신체 장애가 사라지지요. 그런데 솔직히 저는 이걸 좋다고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ㅠㅠ 

 

왓슨 박사 (마틴 프리먼 분)

 

 

범죄/추리 드라마라서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인데 드라마 곳곳에 코믹한 요소나 번뜩이는 재치를 집어넣어 90여분짜리 드라마지만 전혀 지루하지도 않고 아주 재밌습니다. 시즌 1 중에서 2번째 에피소드 “The Blind Banker”는 이야기 전개 상 약간 유치한 감이 있지만, 1번째 에피소드 “A Study in Pink”와 3번째 에피소드 “The Great Game”은 정말 좋습니다. 시즌 1이 겨우 3에피소드 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BBC TV 시리즈 “셜록”이 라버트 다우니 쥬니어(Robert Downey, Jr.)와 쥬드 러(Jude Law)가 주연한 영화 시리즈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보다 더 재밌고 이야기 구조도 튼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TV 시리즈는 재밌고 번뜩이는 재치와 범죄추리의 치밀함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에게 정말 딱입니다. 

 

사진출처: Warner Bro. Pictures

 

 

미국 넷플렉스에서는 시즌 1까지만 보여주는데 빨리 시즌 2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영국에서는 시즌 2의 3 에피소드가 모두 올해 2012년  1월에 방송되었다고 하는군요. 지금 BBC America를 통해 미국에서도 이 드라마를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넷플릭스 같은 비디오 스트리밍을 통해서 시즌 2를 보려면 몇 달은 기다려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요즘 영국 TV 드라마 시청에 재미를 붙여 거의 매일 봤더니 말투도 좀 따라하는 것 같구 그렇네요. ^^ 미국도 영국도 둘다 영어를 쓰지만 서로 사용하는 어휘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서 이런 차이점을 영국 드라마에서 찾는 것도 재밌습니다. 영어를 공부하신다면 미국 드라마 시청도 좋지만 가끔씩 잘 만든 영국 드라마도 시청해 보세요. 미국 드라마와 느낌이 다르고 나름의 색깔이 있어서 아주 재미있습니다.